▲ 2002월드컵 당시의 황선홍. | ||
사실 최전방 공격수라는 포지션 특수성 때문에 공격수의 종합적인 능력을 상호 평가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찬스를 만들어내고 슈팅을 골로 성공시키는 과정은 얼핏 봐서는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각설’은 여기서 묻어두기로 한다.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트라이커들의 플레이를 두서없이 나열하는 것 자체가 박주영에게 더할 나위 없는 교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역대 국가대표팀 스타 공격수의 모습에 박주영을 대비해 본다.
이회택-박주영 ‘탱크 vs 중형세단’
70년대 한국 축구의 불세출 스타 이회택(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과 박주영은 플레이 스타일면에서 극명하게 대조된다. 이 위원장이 ‘그라운드의 풍운아’답게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스피드와 파워 위주의 플레이를 즐긴 반면 박주영은 잔 동작 없이 섬세하면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완벽한 찬스를 연속적으로 창출하는 플레이가 돋보인다. 무리한 플레이를 자제하면서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나이답지 않은 노련함도 갖췄다.
차범근-박주영 ‘굵다 vs 가늘다’
이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차범근 현 수원 삼성 감독과 박주영의 플레이 역시 스케일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10년여 경험한 차범근 감독의 플레이가 전체적으로 파워와 스피드를 위주로 한 선 굵은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박주영은 순간 재치와 스피드를 이용해서 먹이를 낚아채는 ‘꾀돌이’ 스타일로 압축할 수 있다.
같은 공격수 포지션이지만 움직이는 위치도 상당히 다르다. 차 감독이 오른쪽 측면을 유난히 고집한 반면, 박주영은 중앙과 왼쪽 측면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문전에서의 감각적인 득점력은 백중세. 박주영이 국제경기 6경기 연속 고감도 득점포를 쏘아 올렸지만 차 감독 역시 분데스리가에서 98골을 잡아낸 것처럼 찬스에 대한 집중력은 섣불리 우열을 논하기가 힘들다.
최순호-박주영 ‘둘다 노련해’
청주상고 재학 시절부터 국가대표로 선발되며 화제를 뿌린 최순호 전 포항 감독과 박주영은 이력만큼이나 신체구조나 플레이 스타일도 상당히 유사하다.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골 세리머니까지도 똑같다. 장신이면서도 잔기술에 능한 점도 공통분모 중 하나. 청소년대표로 세계청소년대회에도 출전하는 등 수많은 국제 경기를 통해 또래 수준보다 훨씬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을 갖췄다는 점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전체적인 개인 기량은 엇비슷하지만 최 전 감독의 벼락같은 중거리 슈팅 능력을 박주영은 유심히 지켜봐야 할 듯. 최 전 감독은 제공권을 이용, 문전 도우미 역할에 주력했지만 86년 멕시코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일본전과 본선 이탈리아전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을 경우에는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곤 했다.
황선홍-박주영 ‘황새 vs 뱁새’
전남의 황선홍 코치가 ‘황새’라면 박주영은 아직은 ‘뱁새’다. 기량을 비교하기 전에 동료들이나 상대에게 주는 카리스마가 부족하기 때문. 일단 황 코치는 박주영이 공격수로서의 모든 재능을 갖춘 ‘퓨전 스트라이커’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다.
특히 수비수 2~3명을 달고 다니는 움직임이나 수비수들과의 강력한 어깨 싸움, 미드필더의 패스를 수비수의 등을 진 채 다시 미드필드 지역이나 측면 공격수에게 내주는 스크린플레이 등 황 코치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독특한 ‘킬러 본능’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