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윤정은 그의 성공을 “노력의 대가로 인정해달라”고 주문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장윤정의 ‘어머나’는 단연 2004년 최고의 히트곡이고 그 인기는 2005년 초반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방송의 반짝 스포트라이트가 아닌 주부가요교실, 노래방 등 서민들 가운데서 먼저 얻은 인기인지라 그 저력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요즘 너무 잘나가다보니 터무니없는 루머들이 하나둘 장윤정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난데 없는 ‘아버지가 국회의원인 덕분에 갑자기 떴다’부터 ‘얼굴에 칼 안 댄 곳이 없다더라’까지 시기성 루머들이 바로 그것. 하지만 이는 장윤정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일 뿐. 장윤정은 가수 데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는 바람에 온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지내야 했던 어려운 시절을 겪어야 했다. ‘독종’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악착같이 달려와 이룩한 지금의 성공 뒤에는 이런 숨겨진 그림자가 있었던 것. 신세대 성인가요 가수의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장윤정의 나이는 이제 26세. 가수로 데뷔한 지는 1년 반가량 됐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 누구보다 험난한 과정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오른 장윤정을 여의도에서 만났다.
─요즘 여의도에서 가장 바쁜 것 같다. 방송국 출입이 잦아지면서 ‘작업’ 들어오는 남자 연예인이 꽤 있다는 소문이다.
▲소문이 아니라 실제 그런 분들이 있다고 하더라. 그러나 직접 대시를 해온 사람은 없었다. 소속사를 통해 ‘밥 한번 먹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온 남자 연예인이 몇 명 있다는 얘기만 들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누군지는 모른다. 아마도 누군지 알면 내 마음이 흔들릴까봐 (회사에서) 얘기해주지 않은 것 같다.
메이저리그의 서재응 선수가 날 만나고 싶어했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너무 신기하다. 아직도 내가 연예인이라는 사실이 실감이 안나 그런 얘기 들으면 어색하다. 내가 바라만 보던 유명 스타들이 이제는 내 팬이라고 하다니…. 솔직히 기분 좋다.
─요즘 너무 예뻐진 외모를 두고 성형수술 얘기가 많다. 특히 턱을 손댔다고 하던데.
▲내 얼굴에는 근육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 예쁜 턱선이 생겨 너무 기쁘다. 성형수술은 아니고 피곤해서 살이 빠진 것이다. 다만 ‘카메라 마사지’의 효과는 실감하고 있다. 방송 활동이 많아지면서 조금씩 카메라에 익숙해진다. 카메라 앞에 처음 설 때는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했는데 이제는 어떻게 해야 예쁘게 보일지 알 것 같다. 메이크업이나 헤어스타일도 그렇고. 그리고 한 가지 더, 좋은 일만 계속돼 표정이 밝아진 것도 일조한 것 같다.
─하루 두세 개의 방송 스케줄을 소화하고 거의 매일 밤 지방행사와 업소출연까지 강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체력은 타고난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 뿐 몸에는 별 이상이 없다. 인기를 얻고 바쁘게 지낸다는 게 행복한 일이지만 반면에 피곤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기본적인 것들을 해결하는 게 가장 힘들다. 잠자고 먹고 화장실 가는 등 기본적인 생활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하루 3시간 이상 자는 게 소원이다. 정말 ‘잠이 고프다.’ 그러다보니 컨디션이 엉망이라 무대에서 1백% 실력 발휘를 못하는 경우가 많아 너무 아쉽다.
하지만 그 어떤 최고의 스타가 관심을 보일지라도 지금 장윤정에게는 남의 일일 뿐이다. 잘나가는 스타인지라 낮에는 여의도를 떠나지 못하고, 성인가요 가수인지라 밤에도 전국 곳곳의 업소를 순회해야 하는 바쁜 스케줄. ‘잠이 고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바쁜 그에게 아직 남자 만날 시간은 허락되지 않는다.
잠시 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제는 제2의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2집 준비에 한창인 장윤정은 엔카 가수로 일본에 진출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진출 계획은 어느 정도 진행 중인가.
▲일본 진출은 (소속사) 사장님의 일본 음반계 인맥을 통해 데뷔 시절부터 진행해왔다. 하지만 데뷔 당시 일본으로 보낸 데모 테이프에 대해 그쪽에서 아무런 반응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러다 한국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하니까 조금씩 반응이 달라졌다. 지난해 10월부터 일본 방문을 요청하며 적극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연말 스케줄이 바빠 얼마 전에서야 일본에 다녀왔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엔카의 왕자’ 히카와 기요시가 방한해 나를 응원해줬다. 오는 7월부터 일본 활동을 시작할 것 같다.
─그 전에 2집 앨범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2집 앨범은 올 상반기 중에 나올 예정이다. 노래 선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고 이제 곧 녹음에 들어간다. ‘어머나’에 대한 사랑을 2집에서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었는데 노래가 너무 좋다. 듣고 감탄사를 유발했던 노래도 몇 곡 있어 만족스런 앨범이 될 것 같다.
─혹시 무명시절 함께 활동하던 성인가요 선배들이 시기의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나. 요즘 방송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는 젊은 대중가요 가수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던데 이러다 ‘왕따’되는 거 아닌가.
▲인기를 얻고 공중파 방송 활동을 시작하면서 성인가요 선배들 사이에 말이 많았다. 내가 뜨기 위해 성인가요를 이용한 거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부분 나를 응원해준다. ‘너 때문에 성인가요 프로그램 시청률이 높아졌다’고 격려해주시기도 한다. 다만 젊은 대중가요 가수들과는 여전히 어색하다. 함께 방송에 출연하고 게임도 같이 하지만 친해지는 게 쉽지 않다. ‘출신 성분’이 달라서 그런지 아직은 그들과 섞이지 못한 채 겉돌고 있는 게 사실이다.
장윤정은 2004년이 배출한 가요계 최고의 스타다. 그만큼 지금 그에게 집중되는 스포트라이트는 눈부실 만큼 휘황찬란하다. 하지만 강변가요제 대상 출신인 그가 성인가요 가수로 데뷔해 성공하기까지 지나온 터널은 너무나 길고 어두웠다. 99년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직후 도레미레코드, 혜성미디어 등 대형 기획사를 두루 거쳤지만 데뷔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2001년에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를 맞으면서 부모와 남동생 네 식구는 몇 년간 뿔뿔이 흩어져 지내야 했다. 이런 어려운 시간이 2년가량 흐른 뒤 드디어 가수 데뷔의 기회가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본인의 의지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성인가요 가수. 장윤정은 다시 한번 갈등에 빠져야했다.
하지만 그는 최선을 다했다. <서프라이즈>에 재연배우로 출연하며 성인가요계를 망신시킨다는 소리를 들었는가 하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행사장 또는 밤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야 했다. ‘독종이다’ ‘돈에 너무 집착한다’는 비난도 받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장윤정은 자신이 아니었으면 결코 이룰 수 없었던 신세대 성인가요 가수의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데뷔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성인가요 가수로 데뷔했는데 그 과정에서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지 않았나.
▲99년에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탔지만 가수 데뷔는 쉽지 않았다. 대형기획사에 픽업됐어도 일이 계속 꼬이는 바람에 앨범은 못 나오고 소속사만 몇 군데 옮겨다녀야했다. 지난 2003년 지금의 소속사 사장님을 만나 성인가요 가수로 데뷔하자는 얘기를 듣고 많이 고민했다. 내가 성인가요 가수가 되려고 그동안 일이 안 풀렸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문제였다. 특히 ‘하다하다 안되니까 성인가요를 하네’라는 얘기를 듣고 남몰래 운 적도 많다.
─그 당시 집안 사정이 매우 힘들었다고 하던데.
▲ 1999년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았을 때 모습.사진제공=MBC | ||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너무 ‘독종’으로 보인다는 얘기도 있다.
▲집중력이 강한 편이라 목표를 하나 세우면 거기에만 몰입하다보니 그런 소리를 듣는 것 같다. 처음 성인가수로 데뷔할 당시 5년 이내에 ‘어머나’로 인기를 얻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예상외로 반응이 빨리 왔다. 그래서 다시 세운 목표가 성인가요 순위 1위였다. 어렵게 그 목표를 이뤄낼 즈음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다음 목표는 연말시상식장에 참가하는 것이었는데 결국 상까지 받는 기쁨을 누렸다. 이제는 더 큰 꿈을 위해 달려갈 것이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나처럼 이런 힘든 과정을 뚫고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내 모습을 ‘독종’이라고 폄훼하지 말고 노력한 대가로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장윤정의 앞길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점이 많다. 지금의 인기가 가능한 데에는 ‘어머나’라는 훌륭한 노래의 힘이 매우 컸다. 이제 ‘어머나’의 파워를 능가하는 가수 장윤정의 진정한 힘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 2집 앨범, 일본 진출 등 지금 그가 잠 잘 시간까지 포기하며 최선을 다하는 노력의 결과에 따라 그가 걸어갈 길은 또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