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 7개월이 지난 현재, 신 사장의 내부 평가는 좋은 편이다. NH농협 관계자는 “신 사장은 밤늦게까지 일하며 직원들과 소통에도 능하다”며 “NH농협카드의 실적을 개선했을 뿐 아니라 농협 계열사 간 시너지효과도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 사장 취임 후 NH농협카드의 시장 점유율은 상승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NH농협카드의 시장점유율은 2013년 9.75%에서 2014년 10.31%, 2015년 10.87%로 점점 높아졌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현대카드를 제치고 신한, 삼성, KB국민에 이어 시장점유율 4위에 올랐다.
NH농협카드는 지난해 현대카드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4위에 올랐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그렇지만 신 사장의 성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NH농협카드의 점유율이 올라간 건 소비자들이 체크카드를 많이 사용한 덕분”이라며 “중요한 건 카드 결제량이 아니라 카드 결제에 따른 순익”이라고 전했다.
소비자들은 체크카드를 선호하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전년에 비해 8.3% 증가한 반면 체크카드 결제금액은 16.2% 증가했다. NH농협카드는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NH농협카드의 체크카드 결제액은 약 30조 원으로 전체 카드사 중 1위를 차지한 반면 신용카드 결제액은 36조 원으로 8위를 기록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방에서 신한, 국민 등 시중은행은 찾기 힘들지만 농협은행은 쉽게 볼 수 있어 영업망이 넓다”며 “전국 농협 조합원이 대부분 NH농협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농협 체크카드가 강한 이유”라고 전했다.
신 사장은 부임 이후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3월 NH올원카드 출시다. NH올원카드는 농협 계열사와 시너지를 노려 출시한 카드로, 고객이 농협 계열사에서 해당 카드로 결제할 때 포인트를 추가로 적립해주거나 할인해주는 등 더 많은 혜택을 준다.
지난 4월에는 SK플래닛과 빅데이터 업무협약을 맺고 SK플래닛의 전자지갑 서비스인 ‘시럽’의 바코드 기능을 탑재한 NH올원시럽카드를 출시했다. NH농협카드는 이를 토대로 고객의 이용정보를 빅데이터화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었다.
지난 4월 NH농협카드는 SK플래닛과 빅데이터 업무 협약을 맺었다. 왼쪽부터 서진우 SK플래닛 사장과 신응환 NH농협카드 사장. 사진제공=NH농협
NH올원시럽카드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SK플래닛의 간편결제서비스인 ‘시럽페이’ 상품권을 최대 10만 원까지 주는 등 혜택이 다양했기 때문이다. 출시 6개월이 지난 현재 NH올원시럽카드는 신용카드 15만 개, 체크카드 19만 개가 발급됐다.
그렇지만 신 사장의 첫 빅데이터 진출은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 17일 NH농협카드는 돌연 NH올원시럽카드 발급을 중단했다. NH농협카드 관계자는 “카드 적자가 심해 기존 고객들의 서비스를 유지시키기 위해 더 이상 신규 발급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부 검토에서는 흑자를 예상했으나 쿠폰 소진율이 생각 이상으로 높아서 적자를 봤다”고 밝혔다.
신 사장이 이번 실패로 첫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손익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발급한 카드 수가 많다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NH올원시럽카드는 신 사장과 NH농협카드의 아픔으로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농협 내부에서는 이번 실패로 신 사장을 평가절하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NH농협카드 관계자는 “SK플래닛과 제휴한 첫 결과물은 실패로 끝났지만 협약이 끊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SK플래닛과 또 다른 빅데이터 모델을 개발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