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파고 회관 짓고 영농기술 전수하고…
양곤 근교 동파운지와 따나핀 시범마을에 한국의 영농기술과 공장이 이양되는 날이다.
이 마을 지도자가 떠나는 한국지원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합니다. “한국 국민들과 이곳에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신 기술팀에게 감사드립니다. 우리 마을에 많은 것을 남겨주셨습니다. 영농기술을 배워서 우리 마을은 다른 마을에 비해 할 일도 많아졌고 소득도 늘었습니다. 무엇보다 힘을 합쳐서 희망이 있는 마을을 만들 수 있게 되어 너무 감사합니다.”
미얀마는 한반도의 3배가 넘고 토지가 풍부합니다. 열대, 아열대, 온대성 기후가 공존하여 여러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농촌인구가 65%가 넘습니다. 수출하는 주요 품목은 쌀, 콩, 옥수수, 열대과일 등입니다. 요즘은 커피와 망고, 파파야도 유기농으로 재배합니다. 그렇지만 대표적인 농산물인 벼농사도 2모작 이상이 가능하고 포도도 2번 수확이 가능하지만 인도차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생산성이 아주 떨어집니다.
그 이유는 많습니다. 우량 품종의 종자를 개발해야 합니다. 비료와 농약, 제초제도 필요합니다. 게다가 농기계도 수입에만 의존하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미얀마 정부가 요청하여 ‘영농기술 전수사업’이 시작된 것입니다. 한국의 농어촌공사가 주관하여 민간 농업전문가들이 파견되었습니다. 미얀마 정부는 한국의 ‘새마을사업’을 동경하기에 이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마을 지도자를 만들어 한국으로 초청하여 연수교육을 하고 마을의 환경을 바꾸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미얀마 농촌개발 프로젝트를 3년간 수행하고 떠나는 최동용 박사. 프로젝트 총괄매니저다.
이 프로젝트를 맡은 총괄매니저(PM)가 한국서 온 최동용 박사입니다. 그는 이 농촌마을의 현장을 오가며 많은 것을 깨닫고 체험했습니다. 그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삼성과 진로, 풀무원 등의 큰 기업에서 포도, 농작물 등을 연구한 농업전문가입니다. 하지만 마을을 살려내고 영농기술을 전수하기엔 많은 장애물이 있었습니다. 우선 마을 환경입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한 일이 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넓히고 포장하고 청결하게 먹어야 할 물을 위해 우물을 팠습니다. 마을회관을 짓고 작업장과 창고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농기계를 지원했습니다. 벼 생산을 늘리기 위한 품종개발도 시도했습니다.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영농만으론 부족합니다. 그래서 양계, 양어, 비가림하우스를 이용한 채소 재배 기술도 도입했습니다. 부녀자들이 남는 시간에 일할 수 있는 봉제공장도 지었습니다. 이 공장에서 재봉틀 70대가 돌아갑니다. 이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7명 이상의 관련 전문가들이 한국에서 와야 했습니다.
미얀마는 인도차이나 나라 중에서도 ‘중점기술지원 국가’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잘하는 영농기술이 꼭 필요한 농업국가입니다. 우리가 겪은 것처럼 미얀마 정부는 농업발전을 최우선으로 3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1. 식량의 자급자족 2. 외화획득을 위한 농산물 수출증대 3. 농업 생산성 증대를 통한 농촌발전이 그것입니다. 동파운지와 따나핀 마을. 이 마을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습니다. 농부와 어부, 목수와 공무원 그리고 노동자들이 전부였습니다. 지금은 하우스 채소도 자라고 논에 물고기도 키우고, 옷도 만들어냅니다. 오늘 행사장에 온 한국 관계자들과 미얀마 공무원들은 농촌마을이 이 마을처럼 전국적으로 확대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듯합니다.
이 프로젝트를 끝내고 돌아가는 최 박사는 많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할 일들을 많이 남겨놓고 떠나기 때문입니다. 그는 미얀마와는 인연이 깊습니다. 이전에도 행정부가 있는 네피도에서 3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농산물우수관리 제도인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 인증을 이 나라에 실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농산물의 재배, 수확에서 유통까지 안전성을 확보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그 시범농장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이제 긴 미얀마의 시간을 마치고 한국으로 떠나지만 곧 아프리카 가나로 떠난다고 합니다. 그 나라에서 우수한 품종의 토마토 단지를 만든다고 합니다. 노후에도 바쁜 그를 보며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농수산 전문대학들이 있습니다. 영농후계자를 키우는 일입니다. 국내도 좋겠지만 우리 청년들이 해외농업기술 창업지원을 받아 미얀마에 도전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최 박사의 말처럼 이 나라는 넓고 할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