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속에 여우 있다
▲ 이상득 의원. | ||
그는 일단 전화를 주요 수단으로 활용한다. 그가 관심을 지닌 인사들에게는 수시로 전화를 걸어 근황을 묻는다고 한다. 이른바 ‘목소리를 통한 스킨십’인 셈이다.
소장파의 한 의원은 이에 대해 “노건평 씨 사건으로 이상득 의원의 행보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이런 즈음에 이 의원도 잠재적 ‘적군’인 소장파와의 관계 개선을 시도해 그 부담을 줄이려고 할 것이다. 최근 나는 이 의원으로부터 수시로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전화하면 별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 정도의 인사가 전부다. 전화를 끊고 나서 ‘그런 사소한 말 하려고 일부러 전화했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런데 그에게 전화를 받고 나면 일단 관심을 가지게 되고 나중에라도 굳은 낯으로 볼 수 없게 된다. 이 의원은 자신의 방식으로 소장파 의원들과도 ‘소통’을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인맥 관리는 또한 매우 끈적하고 깊게 이루어진다. 그는 최근 열린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참석한 의원들 가운데 대부분은 15분 정도 지난 뒤 자리를 떴다. 하지만 이 의원은 행사가 진행되는 1시간 30분 동안 내내 자리를 지켰다.
관행상 웬만한 모임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정치인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 의원은 ‘권력 사유화’ 논란 때 자신을 공격했던 소장파의 일원인 김 의원에게 남다른 호의를 보였다. 소장파를 끌어안는 모양새를 취하는 동시에 김 의원과도 개인적 유대감을 한층 높인 일석이조의 행보였던 것이다.
그를 잘 아는 한 의원은 “이 의원은 느린 듯하면서도 느리지 않고 유연한 듯하면서도 과단성이 있다. 또한 머리 회전이 매우 뛰어나다. 그는 정적도 자신의 편으로 아우르는 여우 같은 영민함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