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 16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향후 차입 부담·업황은 숙제

그간 아픈손가락으로 꼽혔던 효성화학도 반등 신호를 보내왔다. 1분기 매출은 5870억 3000만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46% 증가했고 영업손익은 -521억 200만원에서 2억 7700만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효성화학이 분기 영업흑자를 낸 것은 2022년 1분기 이후 4년 만이다. 다만 당기순손실은 175억 31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영업이익 규모도 3억 원에 못 미쳐 본격적인 정상화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효성화학의 실적 부진은 누적금액이 약 2조 원에 달하는 베트남 PP(프로필렌) 공장 투자 부담과 글로벌 공급 과잉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대규모 투자가 들어간 상태에서 이자비용 부담은 커졌으나 중국발 물량 증가로 PP 시장 판가는 낮게 형성됐다. 원가는 높은데 제품 가격은 눌린 상태가 이어지면서 판매만으로 투자비와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가 지속됐다.
1분기 흑자전환에는 PP·DH 스프레드 개선과 베트남 공장 정상 가동 효과가 반영됐다. 효성화학은 LPG 프로판을 활용해 PP를 생산하는 구조다.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NCC 기반 업체들과 생산 방식은 다르지만 최종 산출물은 PP로 같다. 중동 전쟁 여파로 유가가 오르면서 나프타 기반 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커진 반면 효성화학은 LPG 기반 생산 구조와 미국산 셰일가스 계열 원료 조달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판가 상승에 따른 마진 개선과 베트남 공장 정상 가동, 옵티컬 필름 판매 증가도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의 관심은 흑자가 이어질지 여부다. PP 시장은 여전히 공급 과잉 상태다. 전쟁 여파로 일부 공급 차질과 원료 가격 변동이 나타나며 단기적으로 마진이 개선됐지만 2분기 이후에는 원가 상승과 공급 정상화될 가능성도 있다. 효성화학 관계자는 “전쟁이 종식될 수도 있고 다른 업체들의 공급 문제가 해소될 수도 있어 2분기 이후 상황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무 부담도 남아 있다. 효성화학은 지난해 특수가스사업부를 계열사인 효성티앤씨에 매각하고 온산 탱크터미널을 지주사인 효성에 매각하는 등 자산 매각으로 유동성을 확보했다. 효성도 출자, 신종자본증권 인수, 자금보충 약정 등으로 효성화학을 계속 지원해왔다.
이를 통해 자본잠식에서는 벗어났지만 차입 부담은 여전히 큰 상태다. 효성화학의 2025년 12월 말 연결 기준 자산 2조 5941억 원 중 부채는 1조 9610억 원, 자본은 6331억 원으로 부채비율은 약 309.7% 수준이다. 같은 기간 차입금은 1조 5785억 원, 순차입금은 1조 4908억 원으로 순차입금비율이 235.5%에 달해 자체 현금창출력만으로 재무 부담을 빠르게 낮추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효성이 지난 4월 24일 효성화학을 채무자로 하는 2000억 원 규모 채무보증 결정을 공시한 점도 효성화학의 재무 부담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힌다. 공시에 따르면 해당 보증은 효성화학이 만기도래 차입금 상환과 운영자금 확보 등을 위해 발행할 예정인 신종자본증권과 관련된 자금보충 약정이다. 그룹 전체로는 효성중공업 등을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효성화학이 안정적인 이익 창출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지주사 지원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석유화학업계 전반에 적자가 누적돼 있다가 1분기에 일시적인 반등이 나타난 측면이 있다. 업체별로 원료 구조나 재고 상황이 달라 일부는 기존 재고 효과로 이익이 개선된 경우도 있다”면서도 “1분기 실적에 전쟁 영향이 일부 반영된 것은 맞지만 본격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2분기부터는 물량 문제뿐 아니라 보험료와 운송료 부담까지 본격적으로 반영될 수 있어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