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특명 내린 ‘핵 상용화’ 근접 단계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6월 25일 ‘김정은 화성-10호 시험발사 현지지도’ 보도에서 지난 22일 오전 무수단 탄도미사일(화성-10) 발사 당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발사장을 돌아보는 모습으로 미사일 탄두와 연결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붉은 원)과 내부 장치들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핵기술의 핵심은 핵탄두의 소형화 기술이다. 즉 미사일에 탑재할 핵탄두의 중량과 크기를 최대한 감소시키는 것이 어려운 숙제다. 물론 이렇게 중량과 크기 면에서 소형화를 거쳤다고 해서 그 발현 위력과 특히 탑재 후 폭발 성능이 감소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진정한 핵탄두 소형화 기술은 응당 위력과 성능의 현상 유지 속에서 중량과 크기를 줄여나감(miniaturization)에 있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 단계는 비교적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는 주요 증거들이 속속 입수되고 있다. 2013년 2월 있었던 3차 핵실험이 그 중요한 기점이다. 당시 북한 당국은 핵탄의 질량을 가볍게 하는 이른바 경량화와 소형화에 성공했음을 대내외에 선포했다. 북한의 소형핵탄 자체 제작 성공은 당시에도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이렇게 소형화된 핵탄두를 발사체에 탑재해 실전에 배치 및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일까. 즉 북한은 핵미사일의 상용화에 성공해 명실상부한 핵보유국가가 된 것일까. 이것은 아주 미묘한 문제다. 좀 더 깊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핵미사일의 상용화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핵탄두의 소형화지만 이것이 모든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간단히 말해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로 핵미사일 상용화의 근접한 단계에 이르렀지만 아직 최종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을 ‘잠정적 혹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해석하면서도 상용화에 있어선 의문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최근 지난 2013년 7월 24일에 있었던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당시 김정은의 지시사항이 담긴 내부 자료를 입수해 그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봤다. 당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는 북한 내 군단급 이상의 지휘관(여기에는 일선 군단장과 정치위원이 포함된다)이 모두 참석한다. 즉 북한 내에서도 손꼽히는 주요 군사 회의로 의미가 크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김정은은 동석한 지휘관들을 대상으로 핵 상용화와 관련한 몇 가지 지시사항을 하달했다. 이는 북한이 아직 핵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중요한 증거이자 이를 위해 온 힘을 쏟아 붓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기도 하다.
그 지시사항은 크게 네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빠른 시일 내에 다탄두 대륙간 로켓의 개발단계에 진입하라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기지만 핵미사일 상용화의 핵심은 실제 요격 대상이 유의미한 피해를 입어야 한다. 현대전에서는 상대 발사체의 방어 요격기술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즉 아무리 성능 좋은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일지라도 단일 미사일로 상공에서 적진에 의해 요격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김정은은 상용화의 전제조건인 다탄두 로켓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둘째는 상대가 상공에 띄워놓은 무인정찰기를 실시간 요격시킬 수 있는 잠수함 탑재 미사일, 군사첩보위성데이터의 감청기술 발전을 완수하라는 것이었다. 즉 상대편이 갖추고 있는 핵미사일의 감지 기술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라는 설명이다.
셋째는 실제 핵미사일을 개발단계에서 상용 및 운영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미사일 생산 및 전진 배치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비하라는 것이었다.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김정은의 네 번째 지시사항이다. 세 번째 지시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핵미사일의 시험운영부서를 전격 확대 개편하라는 명령이다.
김정은의 네 번째 지시사항으로 탄생한 조직이 바로 지금의 ‘온누리연구소’다. 아직 이 온누리연구소의 실체에 관해서는 국내외에 알려진 것이 전혀 없었다. 필자가 입수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온누리연구소는 당시 김정은의 지시에 의해 기존의 제2자연과학원 내 조직을 확대개편한 것으로 확인된다. 제2자연과학원은 우리로 따지면 국방과학연구소의 성격을 지닌다. 제2자연과학원은 이미 국내외에서 북한 핵기술 개발을 비롯하여 군수분야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조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제2자연과학원 내 조직이란 과학원 내 166연구소(북한 내부에서는 보통 ‘공학연구소’로 통칭되며 미사일 기술개발의 기본 연구소로 전해진다)의 핵심 인재들로 구성된 이른바 ‘백두산소조’를 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소조는 핵미사일 기술 개발의 시험운영 부서로서 역할을 해왔으며 온누리연구소 탄생의 중요한 기반이 됐다.
이렇게 탄생한 온누리연구소는 당 중앙군사위의 지도를 받아 핵탄두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의 시험을 전문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즉 핵미사일 상용화 시험의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온누리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노광철 당 중앙위원. 연합뉴스
2013년 7월 확대회의에서 김정은은 2015년 10월 10일 당 창건 70돌을 목표로 앞서의 상용화를 완성시킬 것을 주문했다. 당 창건 70돌은 북한 내에서 여러 의미로 중요한 기점으로 보고 있다. 필자가 입수한 자료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의 회의 내용을 담고 있던 터라 실제 김정은이 주문한 지난해 당 창건일께 임무를 완성했을지는 좀 더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현재 기준으로 여러 정황을 고려해봤을 때 북한이 아직 핵 상용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분명 유심히 살펴볼 부분은 북핵 상용화의 막중한 임무 속에서 확대개편된 온누리연구소의 역량이다. 이 연구소의 역량 여하에 따라 북핵 전략미사일 상용화의 시간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주목이 필요할 때다.
한편 필자가 최근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해와 올해에만 총 일곱 차례에 걸쳐 함경남도 신포시를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다. 신포는 북한 전략미사일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SLBM의 실험장소로 유명하다. 그 만큼 김정은이 SLBM의 개발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대변하고 있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북한, 핵 상용화 기술 확보 위한 첩보전도 개시 필자가 앞서 밝혔듯 김정은은 2013년 7월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핵 상용화를 위한 특별지시를 내렸다. 당시 회의에서 이 지시와 관련한 구체적인 대안도 함께 논의됐던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흥미를 끄는 부분은 기술 확보를 위한 해외 첩보전을 전격 개시하라는 것이었다.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재미 과학자들에게 접근하라는 것이다. 현재 재미 과학자들 중에서는 미국 본토는 물론 중국과 서방국가에서 유학하여 관련 기술을 습득한 이들이 많다. 이들 중에는 물론 친북적 성향을 띠고 있는 이들도 제법 존재한다. 김정은은 이들을 대상으로 민감한 핵상용화 기술이 담긴 비밀자료 입수를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특히 이러한 첩보전을 위해 김정은은 당중앙군사위원회 차원에서 본인의 통치자금을 투입하라는 별도의 지시도 내린 것으로 확인된다. 이 자금을 통해 사업의 진행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경제적인 보장을 하라는 의미다. 현재 이러한 지시 속에서 임무를 받은 공작원(블랙요원)들이 해외 곳곳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 모든 사업과 관련한 추진 성과와 그 결과물은 모두 김정은에게 직접 보고되도록 하는 시스템 역시 완비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