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는 이날 강연장에 나타나 ‘3김 청산, 부정한 대통령 구속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YS의 속죄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뿌렸다.
이에 불만을 품은 YS 지지자들은 “한자교육과 관련된 강연을 하는데 이게 뭐냐, 당장 치워라”며 박씨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이에 박씨도 “대한민국은 의사 표현의 자유가 있어서 여기에 왔는데, 왜 시비냐”며 강하게 맞섰다.
하지만 이날 강연장에 모인 YS 지지자들의 숫자에 밀린 박씨는 10여 분 동안의 설전을 끝낸 뒤 그 자리를 떠났다.
이날 강연장에 박씨가 ‘뜬다’는 정보를 입수한 YS측 경호원들도 잔뜩 긴장하는 눈치였다. 한 경호원은 “박씨가 온다는 얘기를 듣고 경찰에서도 경호 인력을 보강했다”고 말했다. 지난 99년 김포공항에서 벌어진 ‘악몽’을 재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래서인지 이날 YS 경호는 철저했다. YS와 악수하려는 지지자들과 경호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을 정도.
한편 이날 ‘초등학생의 한자·영어 교육이 절대 필요하다’는 주제로 강연을 한 YS는 노무현 정부에 대해 “요즘 여러 가지로 불안하다”라고 전제한 뒤 “국가안보와 경제·교육 등에서 중대한 문제가 터져 (현 정부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없다”라고 걱정했다.
그는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3대 군사독재자들이 한자를 가르치지 않아 국민들을 문맹자로 만들었다. 한마디로 무식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강연은 15분 만에 끝났는데 ‘너무 짧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런 강연은 너무 길면 안 된다”고 답변한 뒤 자신의 ‘체어맨’ 승용차를 타고 행사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