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명숙 | ||
먼저 저자의 담배 사랑은 좌충우돌 그대로다. 대학에 다닐 때 제주도 집에서 부모님과 텔레비전을 보던 중 당신들이 잠든 틈을 타 몰래 담배를 피우다 들켜버린 것. 저자는 그때 아버지가 자신에게 느낀 실망을 만회하기 위해 열심히 이 책을 썼지만 출간 이틀을 남기고 아버지가 먼저 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애절한 사연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소개하고 있다.
명사들의 흡연 이야기도 흥미롭다.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영부인이었던 재클린 오나시스 여사도 실제로는 엄청난 ‘헤비 스모커’였다고 한다. 공식석상에서는 한 번도 그녀의 담배 연기가 보이지 않았지만 혼자서 얼마나 피웠던지 그녀의 오른손 검지손가락은 담뱃진으로 누렇게 변색되었을 정도라고 한다. 담배와의 지독한 인연은 그녀가 죽은 뒤에도 이어졌다. 명품 애호가로 알려졌던 그녀의 소장품이 소더비 경매장에 나왔는데 그 중에 최고가로 낙찰된 것이 놀랍게도 ‘J’라는 이니셜이 새겨진 듀퐁 라이터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퍼스트 레이디였던 명성황후도 애연가였다고 한다. 여송연(일종의 시가)에 탐닉했던 고종 순종 부자와 달리 그녀는 반드시 담배를 물부리(빨부리)에 꽂아 멋있게 ‘연기’를 즐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특종 인터뷰했던 재미언론인 문명자씨가 그들 앞에서 담배를 꼬나문 에피소드도 재미있게 읽힌다.
<시사저널>을 그만둔 뒤 처음 책을 내게 된 서 전 편집장은 “아직까지도 여성 흡연에 대해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우리 사회에 남성 중심의 구습이 많이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여성보다 인간의 관점에서 이런 불합리한 점들을 고쳐 나가는 데 힘을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담배를 매개로 한국 여성의 굴레를 짚어내고 있지만 실제로 남성들 또한 낡은 인습의 피해자임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