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 원해도 낙하산 털기 어려워
수협은행은 출범식에서 2017년 당기순이익 1300억 원, 2021년 당기순이익 1700억 원이라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지난해 순이익은 585억 원, 올해 1~3분기 순이익이 409억 원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쉬운 목표는 아니다. 이원태 수협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4월 말까지다. 따라서 출범식에서 밝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행장 혹은 이 행장의 뒤를 이을 차기 행장의 역량이 중요하다. 수협은행장의 임기는 4년이다.
지난 1일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Sh수협은행을 본격적으로 지휘할 후임 은행장 인사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지휘봉을 잡고 있는 이원태 수협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4월 말까지다. 사진제공=Sh수협은행
은행권에서는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원태 행장은 전임 이주형 행장과 마찬가지로 예금보험공사(예보) 부사장을 역임한 관료 출신으로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독립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한 터에 금융권 낙하산 논란을 계속 이어가기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이 차기 행장으로 전문경영인을 원하고 있다는 점도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김 회장이 전문경영인을 주장하는 주된 이유는 은행 경쟁력 강화다. 지난 2012년 3월 농협중앙회 신용사업 부문에서 분리돼 출범한 농협은행이 실적 부진에 빠진 것을 생각해보면 김 회장 입장에서는 향후 수협은행의 실적이 우려스러울 수 있다.
2011년 농협중앙회 은행 부문의 당기순이익은 5971억 원이었으나 지난해 농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745억 원으로 줄었다. 농협은행 실적 부진의 주원인은 부실채권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농협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65%다. 2분기(1.82%)보다는 많이 개선됐지만 시중은행인 우리은행(1.05%), KEB하나은행(1.02%), KB국민은행(0.88%), 신한은행(0.79%)보다 여전히 높다. Sh수협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 역시 1.57%로 높은 편이다. 농협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회장의 생각이다.
김 회장이 전문경영인을 주장하는 데는 관치 경영을 막겠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수협중앙회는 정부에 1조 1581억 원의 공적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만큼 당장 정부의 손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김 회장이 중앙회의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왔던 건 사실이지만 정부 협조 없이 모든 일을 진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공적자금을 상환한 후 독립적인 경영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수협중앙회장이 선출직이니만큼 중앙회 자회사이자 독립법인 수협은행의 행장 역시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운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은행 경영에 중앙회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한편 정부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자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김 회장이 원하는 바가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제도적으로 보나 수협은행 내외부 환경으로 보나 유능한 전문경영인이 수협은행장을 맡는 일이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수협법 개정 당시 김 회장은 정부에 수협은행장 선임을 위한 인사추천위원회 위원 구성을 정부 추천 위원은 3명으로 줄이고, 중앙회 추천 위원은 4명으로 늘려, 총 7명으로 구성해달라고 요구했다. 기존 인사추천위원회는 기획재정부 장관 추천 2명, 해양수산부 장관 추천 1명, 금융위원장 추천하는 1명, 그리고 수협중앙회 추천 1명, 총 5명의 위원으로 이뤄진 탓에 정부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전문경영인보다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가 수협은행장을 맡을 공산이 크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김 회장의 요구와 달리 최종적으로 정부 추천 3명, 중앙회 추천 2명이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개정되면서 여전히 정부 추천 위원 수를 중앙회 추천 위원 수보다 많이 뒀다.
수협은행 특성상 외부에서 행장급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Sh수협은행장은 성과급을 다 합친 연봉이 2억 원 수준으로 5억 원 이상 받는 일반 시중은행장에 비하면 동기부여가 적다”며 “은행의 향후 10년을 결정한다는 부담까지 있어 전문 경영인들에게 매력적인 자리가 아닐 수 있다”고 전했다.
내부 인사 중에서 김 회장의 의지에 맞는 인사를 찾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설사 찾는다 해도 ‘김 회장 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미 지난 1일 수협은행 초대 감사로 강명석 수협노량진수산 대표이사를 선임한 것을 두고 “김 회장이 은행에 대한 영향력을 넓히기 시작했다”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강 감사는 김임권 회장의 부산수산대(현 부경대) 수산경영학과 후배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