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개통과 대리점 실적 압박이 대포폰 시장 확대로 이어져”
이런 대포폰을 고객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해 유통한 이동통신사 대리점 직원들이 잇따라 적발됐다.
비교적 쉬운 휴대전화 개통 절차와 이통사 대리점의 부도덕성이 결합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급전을 위한 ‘생활형 개인명의’ 매매가 대포폰 시장 확대에 한 몫하고 있다.
지난 11월10일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통사 대리점 직원 A씨(24)를 사문서위조·전기통신사업법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지점장 등 대리점 직원 7명과 이들에게 자신의 명의를 일부러 빌려주거나 지인의 명의를 모아서 건네준 72명도 함께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4개월간 기존 고객이 남겨둔 가입신청서, 신분 증 등의 사본을 이용, 몰래 휴대전화를 개통해 대포폰 판매업자 등에 넘기고 통신사에 판매장려금을 챙기는 등 2억 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지난 6월29일 대전유성경찰서도 52명의 고객정보를 도용해 휴대폰 98대를 개통한 뒤 대포폰 장물업자에 판매한 휴대폰 대리점 직원 B씨(33)를 검거했다.
대포폰은 신분 노출 차단과 법망 회피, 증거인멸에 유리해 신용불량자, 불법체류자처럼 자신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없거나 의도적으로 신분을 감추려는 사람들이 찾는다.
최근에는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에 대포폰이 전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 7월까지 대포폰 관련 검거 건수는 408건이며 대포폰 적발대수만 2만1480대 였다. 지난 2014년과 2015년 검거건수가 각각 259건, 325건, 적발대수가 1만1490건, 1만9354건이였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이동통신사의 휴대전화 명의도용 피해신고 현황을 보면 올해 6월까지 8322건에, 피해액만 5억여 원에 달한다.
대포폰은 크게 선불폰과 막폰으로 나뉜다.
선불폰은 일정 금액을 충전해 사용하며, 신용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신분노출을 꺼리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한다. 그래서 구입비용 자체가 막폰보다 더 비싸다.
선불폰의 경우 폴더폰은 20여만 원, 스마트폰은 50여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막폰은 1~2개월 정도 사용하고 버리는 대포폰을 일컫는다. 대포폰은 대부분 사망자, 외국인, 행방불명자, 노숙자의 명의를 사용하기 때문에 요금을 내지않고 1~2개월 쯤 사용하고 그만둔다. 대부분 불법영업을 하는 유흥업소 관계자들이 사용한다.
앞선 사건들처럼 대포폰 개통에는 주로 이통사 대리점이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대포폰 개통은 휴대전화 개통이 비교적 어렵지 않다는 점과 신분증 확인이 취약하다는 점에 기인한다.
이통사 대리점은 신분증의 컬러 스캔만으로도 휴대전화 개통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스캔해 둔 기존 고객의 신분증으로 새로운 휴대전화를 만들어 대포폰 매매업자에게 판매한다. 또 신규개통에 따른 이통사의 판매장려금도 취한다.
한 이통사 대리점 직원은 “과도한 휴대전화 판매실적 압박 때문에 대포폰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최근 ‘국정농단 사태’ 전면에 ‘대포폰’이 떠오르자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이동통신 3사는 올 12월부터 신분증 스캐너를 의무화했다.
신분증 스캐너는 개인정보를 저장하지 않고 이통사 서버로 곧바로 전송된다.
그러나 스캐너 설치에 반발하는 영세 사업자들의 반발dl 강하며 아직 스캐너의 실효성도 확인되지 않아 본격적인 도입은 요원해 보인다.
대포폰에 개설에 개인명의를 빌려주는 댓가로 현금을 지급하는 ‘신종 대부업’도 생겼다.
초기 신용불량자의 경우 휴대전화 요금 미납만 아니면 가입이 가능하다. 이를 이용해 자신의 명의를 대포폰 브로커에게 댓가를 받고 판매한다.
공중화장실이나 건물 벽에 붙어있는 ‘급전’ 광고의 90%는 대포폰 중개업자의 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명의를 빌려주는 댓가로 한번에 30~40만 원, 많게는 8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신용불량자에게는 자신의 신용도보다 당장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돈이 필요한 젊은 층들도 개인명의 매매에 손을 대고 있다. 극심한 경제불황이 이같은 범죄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일수금’을 대포폰 개통으로 대신 받는 사례도 많아졌다.
불법 대부업자들은 체불자의 명의로 고가의 ‘프리미엄 폰’을 가개통한 뒤 중고폰 매매업자에 판매한다. 최신 프리미엄 폰은 중고시장에서 100만 원을 호가한다. 남은 휴대전화 할부금은 오롯이 체불자의 빚으로 남는다.
불법 대부업자들은 일반적인 이통사 대리점에 타인의 신분증으로 버젓이 대포폰을 개통하는데 대리점에서는 신분증과 신청자의 얼굴이 다르더라도 이를 거부하긴 힘들다.
불친절을 빌미로 고객 불편사항이 접수가 된다면 대리점이 이통사 본사로부터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앞선 이통사 대리점 직업은 “대포폰을 만들기 위해 오는 사람은 중고시장에서 고가로 거래되는 프리미엄폰을 기종, 색깔까지 명확하게 밝히며 요구한다.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며 “조금의 느낌이라도 있다면 일부러 재고가 없다며 개통을 거부한다”고 귀띔했다.
김연수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대리점이 많은 휴대전화을 개통해야 판매장려금을 받는 구조가 대포폰 양산을 부추기고 있는 면도 있다”며 “대포폰 예방을 위해서는 이동통신사가 관리감독을 더욱 철저히 해야한다. 또 이와 관련된 처벌규정도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 목적으로 대포폰을 유통하는 경우가 최근 많이 발생하고 있다. 순간 이익 때문에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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