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은행 편중부터 낙하산 논란까지…
2000년 말 금융지주회사법이 도입됐다. 정부가 금융지주회사법을 도입한 이유는 부실금융기관을 효과적으로 구조조정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정부는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상당수 금융사에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공적자금을 투입한 금융사 매각이 어려워 금융지주사로 통합해 관리하기로 결정한 것. 이러한 과정을 거쳐 2001년 4월 국내 1호 금융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가 탄생했다. 이후 2001년 9월 신한금융지주, 2005년 12월 하나금융지주, 2008년 9월 KB금융지주가 잇달아 출범했다. 우리·산업·씨티·SC제일은행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은행은 금융지주사의 자회사다. 한편 1호 금융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는 정부의 분할 매각 방침에 따라 우리은행·우리카드를 제외한 대부분 계열사를 매각하면서 2014년 11월 해체됐다. 2009년 10월 출범한 산은금융지주는 2015년 1월 개정된 산업은행법에 따라 해체됐다.
국내 1호 금융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는 2014년 해체됐다. 우리은행 매각에 성공한 현재, 우리은행은 다시 금융지주사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금융지주사 체제의 장점은 자회사 간 공동마케팅과 복합상품 개발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금융사가 대형화되면서 대외경쟁력을 높일 수 있으며 지배구조가 명확해 계열사별 경영 상태 파악이 용이하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금융사들이 지주회사로 집결되면 관리·감독하기 쉽다.
그러나 국내 금융지주사의 경우 한계도 있다. 시너지 창출 효과가 약하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융지주회사는 고객 개인신용정보를 지주회사에 속한 계열사에게 영업상 이용 목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2014년 1월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지면서 그해 5월 ‘영업상 이용 목적’ 부분이 ‘내부 경영관리상 이용하게 할 목적’으로 바뀌었다.
금융권에서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거 금융지주사는 대부분 은행 등 주력회사가 다른 계열사에 고객 정보를 제공하고 정보를 받은 계열사는 고객정보를 바탕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왔다”며 “정보를 불법으로 유출한 것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지만 계열사 간 정보 공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면 빅데이터, 고객분석 등의 활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금융지주사의 수익이 은행권에 편중된다는 것도 한계로 꼽힌다. 실제 국내 금융지주사의 수익은 60~70%가 은행에서 나온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부분 수익이 은행에서 나온다는 건 은행을 제외한 자회사들의 이익이 미미하거나 손실을 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국내 금융지주사는 아직까지 다양한 자회사를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효과적인 통합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지주사에서 은행의 힘이 막강하다보니 금융지주사와 은행 간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2014년 벌어진 ‘KB금융 내분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금융지주사에서 은행의 힘이 워낙 막강해 금융지주회장과 은행장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KB금융 내분사태가 그 대표적 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금융지주사의 주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DGB·KB·신한·하나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사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이다. 따라서 정부의 입김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권에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금융지주사의 이러한 한계가 자주 거론되자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각 금융지주사 임원 등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금융지주사 발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운영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글로벌 금융그룹과 격차를 해소하는 게 목표”라며 “TF의 안을 토대로 공청회 등 폭넓은 여론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한 후 2017년 중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