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선’ 긋지 말자구요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수석이 글 도입부에 ‘조선일보’의 인터뷰 기사를 인용해 반박 논리를 펼친 점이다. 참여정부 출범 후 청와대는 보수언론의 ‘부당한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보수언론의 기사를 인용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정부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그것도 참여정부와 가장 날 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조선일보’의 기사를 인용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 수석이 인용한 기사는 가수 비를 미국 뉴욕에 데뷔시킨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인터뷰 내용 중 한 대목.
이 수석은 이 대목을 빌어 “가수 비가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음에도 굳이 미국 진출에 집착하는 것은 미국이라는 최고의 무대에서 성공해야 ‘아시아 공인 1등’ 자리를 굳힐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이 세계시장을 지키기 위해선 미국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에 관한 한 ‘이심전심’이었을까. 마치 화답이라도 하듯 ‘조선일보’도 다음날인 4월 14일자 사설에서 이 수석의 글을 인용하며 “옳은 말이고 반가운 얘기다”라고 거들었다. 하지만 사설은 뒤이어 “국운이 걸려 있는 이 문제를 홍보수석한테 심부름시켜 청와대 브리핑에 글이나 올리라고 하는 것으로 국민을 설득하려 한다면 나라 일의 경중과 대소를 구분 못하는 처사”라고 ‘덧게비쳐’ 이 수석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김지훈 기자 rapi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