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사업 됐어요”
그가 버섯과 난에 대해 일가견을 갖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는 이를 취미로 그치지 않고 사업으로 연결했다. 지난 95년 초 LG그룹 회장에서 물러난 그는 자신이 지난 74년 설립한 충남 천안의 연암대학에 버섯기술센터를 설립해 품종개발과 생산기술 개발에 적극 나섰고 급기야는 이를 식품회사 설립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천안연암대학 산학협력단과 계약을 맺은 수향버섯, 상농임산, 천도농산, 수향농산 등은 구 명예회장의 아들들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 등이 대표를 맡고 부친의 ‘식품 사업’을 돕고 있다.
화학과 전자로 일가를 이룬 구 명예회장이 식품사업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법한 대목이다. 구본무 회장이나 구본준 LG필립스LCD 부회장 등 LG그룹의 현역 경영인 아들은 제외돼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팽이버섯과 새송이 버섯 등 버섯제품 판매에서 출발한 ‘수향그룹’은 물만두와 군만두, 반생면과 된장 청국장 등 전통 장류를 판매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구 명예회장이 개발에 직접 관여한 제품이라고 한다.
수향 브랜드의 제품이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추자 여의도 LG 트윈타워에 까지 진출했다. 4월 말께 트윈타워 지하에 매장을 연다는 것. 그룹 총수로 LG의 경영현장을 떠난 구 명예회장이 ‘식품인’으로 귀환한 셈이다.
물론 LG가 식품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 식품 계열사 대표 명의에서 보듯이 희성그룹 쪽 사업으로 분류될 듯하다. 여든이 넘은 구 명예회장의 취미가 구씨 일가에게 또다른 사업군을 안긴 셈이다.
한편 ‘수향’은 연암대학과 버섯 농장이 자리잡고 있는 충남 천안시 성환읍 수향리에서 따온 이름이고 ‘상남’은 구 명예회장의 아호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