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1번도 찾지 않은 명함은 버려라
도요타에서 500여 명의 부하직원을 관리하고 있는 A 과장. 그의 책상은 언제나 놀라울 만큼 깨끗하다. 업무 시간에는 그날 사용할 최소한의 서류와 노트북만 놓여 있고, 퇴근 후에는 전화기 한 대만이 책상 위를 지킨다. 수납용 캐비닛도 3개밖에 되지 않는다. 그는 “정말 필요한 자료, 물품들은 PC나 캐비닛 안에 잘 보관하고 있다”며 “책상 위에 너저분하게 어질러 놓은 것이라면 버려도 상관없는 물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본 경제지 <프레지던트>는 “반대로 정리정돈이 안 된 작업현장은 3가지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공간 낭비요, 둘째는 시간 낭비다. 불필요한 물건이 넘쳐날 경우 공간 활용이 비효율적인 것은 당연지사. 정작 필요한 물건을 찾는 데도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가령 하루에 30분 정도 물건을 찾는 사람은 연간 7200분(약 15일분의 근무 시간)을 낭비하는 셈이다.
셋째는 동작 낭비다. 예를 들어 복사기를 자주 이용함에도 불구하고 멀리 설치해두었다고 하자. 오가는 동작만 수차례, 불필요한 움직임이 피곤함을 가중시킨다. 덧붙여 잡지는 “정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실수를 할 확률도 높다”면서 “만일 이러한 낭비를 줄이면 자연히 일의 효율화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도요타식 정리술은 구체적으로 어떤 걸까. 우선 정리, 정돈, 정렬의 개념부터 구분해야 한다. 단순히 깨끗하게, 물건을 가지런히 배치하는 것은 ‘정렬’에 불과하다. 도요타 직원들에게 ‘정리’란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는 작업이며 ‘정돈’은 필요한 물건을 금방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정리가 서툰 사람은 ‘필요한 물건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도요타에서는 ‘시간’이 그 판단 기준이 된다. 물품은 크게 ①지금 쓰고 있는 것 ②언젠가 쓸 것 ③쓰지 않는 것으로 분류 가능하다. 쓰지 않는 것은 과감히 버려도 상관없지만, 문제는 언젠가 사용하게 될 물건들이다. 포인트는 기한을 세우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서류의 경우 3개월 동안은 책상 위에 보관한 뒤 수납장으로 옮긴다든지, 명함은 1년 동안 보관하고 쓰지 않는 것은 즉시 처분하는 식이다. 기한을 최대한 짧게 잡아서 책상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관건이다. 혹여 물건을 버리는 데 저항감이 드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언젠가 필요할지 몰라’하며 불필요한 물건을 잔뜩 소유하는 사람은 ‘그 자체만으로도 비용과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쓰지 않는 것을 정리한 다음, 고려할 것은 물건의 배치다. 이때 도요타는 ‘동작 경제’ 개념을 응용한다. 바꿔 말해 사용 빈도에 따라 물건 놓을 장소를 결정하는 것이다. 오른손잡이인데 문구류를 왼쪽에 둔다거나 캐비닛을 뒤쪽에 배치할 경우 시간의 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물건을 취할 때마다 1초씩 낭비한 시간은 연간으로 따지면 제법 큰 시간이 된다. 따라서 필요한 것을,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꺼낼 수 있도록 배치하는 걸 도요타는 진정한 ‘정돈’으로 본다.
‘책상 위를 정리정돈 한다고 뭐가 크게 달라질까?’하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큰 착각”이라고 <프레지던트>는 언급했다. “당연한 것을 실천하지 않기 때문에 혁신도 이룰 수 없다”는 평가다.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개선하고, 습관화를 통해 서서히 쌓이는 힘은 놀라운 기적을 일군다. 실제로 도요타식 정리술을 적용해 성공한 사례가 있다. <프레지던트>에 의하면 “일본의 한 기업은 사무실과 공장에 있던 물건의 80%를 버렸고, 그 결과 직원들의 작업시간이 45% 감소했다”고 한다.
새해를 맞아 많은 각오와 계획을 세우게 된다. 먼저 주변 ‘정리정돈’하기를 추가해보는 건 어떨까.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도요타식 책상 정리 실전편 “문구는 종류당 한개씩” #고민1 : 어디부터 치워야할지 모르겠다 책상 위를 살피면 필요 없는 것들이 더 많다. 모든 물건을 사용하는 것, 언젠가 쓸 것, 쓰지 않는 것으로 분류하고 후자는 과감히 처분하라. 가령 검은색 볼펜이 여러 개 놓여 있지는 않는가. 문구는 종류당 1개가 원칙이다. 여분으로 더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같은 물건이 여러 개 있을 경우 일의 효율성만 떨어진다. 검은색 볼펜이 3개 놓여 있다고 해도 대개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이 1개 섞여 있거나 쓸 만한 것을 찾는 데도 몇 초가 낭비된다. 서랍 속에 보관할 때 역시 예비용은 1개면 충분하다. 싸다는 이유로 이것저것 사들였다가는 금세 엉망이 되고 만다. #고민2 : 서류가 많아 책상이 모자랄 지경이다 보관 기준이 애매해 모두 끌어안고 있다. 제때 필요한 것을 금방 꺼낼 수 있도록 정돈해보자. 필요 없는 서류라면 즉각 처분. 보존이 필요한 경우만 월별로 파일화해 책상 위에 세워 보관한다. 이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파일은 항상 눈앞에 둔다. 그리고 1개월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파일을 배치한다. 왼쪽으로 밀려난 파일은 이후 조금 떨어진 책장(6개월 보관)이나 별실(1년 보관) 등으로 이동해 보관하면 수월하다. 이메일도 마찬가지다. 받은 메일은 그날 답장하고, 저장해야 할 정보만 남기고 바로 삭제한다. #고민3 : 모처럼 정리해도 금방 흐트러지고 만다 물건의 위치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겉보기에만 깔끔한 것을 정돈이라고 하지 않는다. 가급적 불필요한 움직임이 없게끔 물건마다 각각의 장소를 정해둔다. 메모지는 오른쪽, 전화기는 왼쪽에 배치하는 등 효율성을 따져 있어야 할 장소를 마련해주자. 책상 위에 작업하는 공간을 확보하면 집중력은 더욱 향상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