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식적·소극적인 진상조사…제 식구 감싸기 지적
- 개인 노인요양시설 대표 50여명 항의 방문… 경찰수사 의뢰 촉구
- 김응규 의장, 윤리특위 차원 조사 한계 인정
경북도의회
[대구=일요신문] 최창현 김성영 기자= 경북도의회가 새해 벽두부터 예산 관련 금품수수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의혹을 받고 있는 일부 의원의 금품수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형사처벌이 불가피하겠지만, 예산과 관련된 부분이라 도의회 전체 도덕성에도 큰 흠집이 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경북도의회 일부 의원들의 예산삭감 댓가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김응규 의장이 경찰 수사를 통한 규명을 요구해 사법당국의 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김 의장은 이번 의혹과 관련 지난 4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윤리특위 차원의 조사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경찰이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문하 윤리특위 위원장도 ”우리가 위법 사항에 대한 징계 논의나 결정은 할 수 있겠지만, 의혹만 가지고 같은 의원이 상대 의원을 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라며, ”모른다거나,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이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 같은 김 의장과 박 위원장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그 간 윤리특위 차원의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형식적이고 소극적인 진상조사로 제 식구 감싸기란 지적도 일고 있다. 사실관계 조차도 엇갈린 주장을 펼쳤다.
앞서 박 위원장은 이번 의혹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핵심 의원들을 일일이 만나 조사할 방침(본지 3일자)이라고 밝혔지만, 이들 의원들에 대한 조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예산삭감과 관련한 계수조정위원회의 찬반투표에 대해서도 박 위원장은 ”찬반투표 자체가 없었던 걸로 안다“고 말해, 홍진규 예결위원장과는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홍 위원장은 최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해당 예산 삭감 여부를 놓고 의원들 간 의견이 팽팽해 계수조정위원회에서 찬반투표를 했고, 찬반이 동수로 나오자 예결위에서 투표를 통해 삭감결정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위원장의 경우 예산삭감을 댓가로 금품이 오갔다면 삭감에 찬성한 의원들에 대한 조사가 우선 이뤄져야 하겠지만, 무기명 투표다 보니 표결에 참여한 모든 의원을 상대로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김 의장의 경찰수사 요구도 예산 삭감으로 피해를 본 개인 노인요양시설 관계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자 이뤄진 것이라 떠밀리기식이란 지적이다. 김 의장의 기자회견에 앞서 예산 삭감으로 피해를 본 경북지역 개인 노인요양시설 대표 50여명은 도의회를 항의 방문하고, 경찰수사 의뢰를 촉구했다. 이들은 도의회 자체 진상조사는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금품로비설이 불거져 나 올 당시 김 의장은 윤리특위 차원에서 빠른 진상조사를 지시했지만, 윤리특위에서는 해당 상임위인 행복위와 예결위 각 위원장과 부위원장에 대한 일련의 경위 설명을 들은 것 외엔 특별한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개인시설 대표자들은 법인시설 대표들이 로비를 위해 돈을 거뒀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하고, 2012년 8월 개정된 노인복지법에 따라 법인과 개인시설 모두 평등하게 예산 편성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개인, 법인 모두가 같은 재무회계 규칙을 적용 받고 있지만, 법인 시설은 지난 20년 동안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등에게 매월 9∼14만원의 수당을 받고 있는 반면, 개인시설은 전혀 지원받지 못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인시설 관계자는 회계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개인시설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시기상조고, 올해 지도점검을 거쳐 투명성이 확보되면 지원해도 늦지 않다는 취지로 예산삭감을 요구해 두 단체 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현재까지 윤리특위 조사결과, 법인시설 관계자가 행정보건복지위 A 의원에게 개인시설 종사자의 수당 예산 삭감을 부탁하며 현금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봉투 전달을 시도했지만 돌려보낸 정황은 확인 됐다. 하지만 윤리특위는 금품 규모와 해당 의원, 법인시설 관계자가 누구인지는 아직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예산 삭감을 한 예결위에서는 위원장과 부위원장에 대한 로비는 있었으나 금품수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응규 의장은 윤리특위 차원의 조사 한계를 인정하고 경찰수사를 통한 진상 규명을 요구한 상태다.
한편, 앞서 경북도는 올해 예산안에 법인과 개인 노인요양시설 종사자 인건비로 각각 16억4000만원, 2억4000만원을 편성했다. 도의회 행정복지위원회는 이를 통과시켰으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개인시설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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