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얘기는 빼달라니까
8·15 광복절 사면 대상자 논란에 최태원 SK 회장 이름이 자꾸 거론되는 것을 본 재계인사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광복절 사면·복권 대상자 명단에 불법 대선자금 관련 정치인들이 대거 포함된 반면 재벌총수들은 대부분 제외됐다. 재계 3강 재벌총수들 중 지금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나 보석으로 나와 있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에 대한 선처는 어차피 어려운 일이었다. 상대적으로 재계 3위 SK의 최태원 회장에게로 관심이 쏠렸다. 전경련이 정부 측에 사면·복권을 호소한 재벌총수 명단에도 최 회장 이름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애초부터 사면·복권을 거론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혐의로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최 회장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 경우 본인이 상고를 취하하면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될 수는 있다. 그러나 최 회장 건은 검찰 측도 상고를 한 터라 검찰 측이 상고를 취하할 가능성이 애초부터 없었기 때문에 최 회장은 아예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될 수도 없었던 것이다.
재계인사들에 따르면 SK는 최 회장에 대한 사면·복권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쉬쉬’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최 회장은 집행유예 선고 이후 경영활동에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다지 절실하지도 않은 사면·복권 논란으로 괜한 여론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