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결과에 감동했다”
11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기자는 “예상치 못한 판결이라 이루 말할 수 없이 감격스럽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는 이번 판결로 인해 “기자로서 ‘진실보도’에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공동체의 존속을 위해 알려져야 할 정당한 사실 보도에 끝까지 주력하겠다”고 밝혀 X파일 후속보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재판 기간 동안 어떻게 지냈나.
▲정말 많이 고생했다. 간단하게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심적 부담이 컸다. 기소할 사안도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재판받는 것이 장난이 아니더라. ‘법정구속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까지 했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었다.
─무죄 선고에 대한 소감은.
▲감동스럽다. 사실 ‘계란으로 바위치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데 의외의 판결이 나와서 많이 놀랐다.
─이번 판결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언론의 실천 의무 및 독립성, 자본권력 비판의 자유에 대해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어떤 결과를 예상했었나.
▲그동안 재판부에 대한 불신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무죄 판결이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최소 (집행)유예나 (징역) 6월 정도로 예상했다.
─언론과 자본권력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과거에 정치권력이 독점한 데 비해 현재는 자본권력이 통치하는 추세다. 언론은 공동체의 존속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언론은 자본권력에 휘둘릴 게 아니라 그것을 감시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언론이 자본권력을 비판·견제하는 역할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가장 최근 CJ 사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언론자유와 공공의 알권리, 자본권력 사이에 새로운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자본권력에 굴복하거나 기사가 광고로 대체되는 것은 언론사와 기자가 동시에 자멸하는 길이다. 재벌 및 광고주로부터 독립하는 것만이 언론이 사는 길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자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번에 내가 싸울 수 있었던 것도 MBC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건강은 어떤가.
▲그동안 하도 답답해서 나는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화병이 났다. 침과 뜸으로 견뎠다.
이수향 기자 ls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