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교사’ 이만희 ‘촛불폄하’ 김진태 등 80명 무더기 수상
이만희(왼쪽)·김진태 의원 등 구설에 올랐던 의원들도 NGO 모니터단 수상자로 선정됐다. 일요신문 DB
상을 거머쥔 의원들의 새해 인사에는 자신감이 묻어 나온다. 이들은 지역 유권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돌려 수상 소식 홍보에 나서고 있다.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은 새해 인사와 함께 “수상실적1 국감 NGO 모니터단 선정 국감 우수 의원상 수상, 수상실적2 국민의당 선정 국감 우수 의원상 수상”라는 내용을 덧붙였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 역시 “여러분의 성원으로 민주당 국감 우수 의원으로 선정됐다. 우수의원상을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알고 두 배로 뛰겠다“며 새해 각오를 다졌다. 초선의원들뿐 아니라 다선의원들도 ‘연속수상, 다관왕’이라는 문구를 붙여 유권자들에게 홍보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다반사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감 우수 의원 종류는 두 가지다. 하나는 국감 모니터단이 주는 상인데 대외적으로 중요하다. 다른 하나는 당 차원에서 시상하는 상이다. 대내적으로 공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보통 원내대표실이 선정하는데 우리 당에선 ‘우상호상’으로 부른다. 의원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못 받으면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감 모니터단은 법률소비자연맹, 여성유권자연맹 등 약 270개의 시민단체로 구성돼 있다. 국감 모니터단은 법률소비자연맹을 중심으로 18년째 국정감사 우수 의원을 시상 중이다. 민주당과 새누리당 국민의당도 자체적으로 매년 국감 우수 의원을 선정하고 있다.
민주당 국감 우수 의원 선정 기준이 ‘깜깜이’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원내행정실 측은 국감 우수 의원 명단은 물론 심사위원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의원실에서 발표하는 자료를 통해 수상자 명단을 어림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원내행정실 관계자는 “우리 쪽은 주관사가 아니다. 지도부에서 시상한다. 수상 기준과 명단은 공개할 수 없다. 불만이 있다면 의원실에서 직접 문의를 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대외 시상식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법률소비자연맹과 국감 NGO 모니터단은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선 2대 국회 국정감사 우수 상임위 및 우수 의원 시상식을 열었다. 주최 측은 박지원 국민의당 전 원내대표 등 80명의 우수 의원 명단과 함께 “입법부 등 국가 5부를 총 점검하는 국정감사를 엄정하게 평가했고 우수 의원들을 격려하고 싶다”고 시상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역대 최악의 국감이었는데도 수상자를 남발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제20대 국회의 첫 국감은 첫날부터 새누리당이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하며 파행으로 치달았다. 이정현 새누리당 전 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주장하며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일주일간 국감장에 나오지 않았다.
국감 모니터단도 중간평가 보고서에서 “절반의 국감성적은 통탄스런 ‘F학점’이다. 모니터를 시행한 18년 만에 일어난 초유의 사태다. 국정감사 기간연장을 통한 보충국감을 촉구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불과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국감 모니터단은 80명의 국감 우수 의원을 무더기로 선정했다.
법률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간평가 F학점이었고 그 후 특별히 나아지지 않았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내부적으로도 시상 여부에 대해 말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 목표는 포지티브 운동을 통한 상향평준화다. 우수 의원은 예년에 비해 감축했다”고 설명했다. 국감 모니터단은 2015년 당시 우수 의원 81명을 선정한 바 있다.
구설에 올랐던 의원들이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점도 아이러니다. 국감 NGO 모니터단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위증 교사 논란’을 촉발한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을 우수 의원으로 선정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국감 당시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이 불면 꺼지게 돼 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지만 이번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좌파 교육감’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도 수상했다.
법률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국정조사는 평가 기준에 들어가지 않는다. 국감에서 잘하면 상을 준다. 약 270개 시민단체가 추천한 1000명의 모니터 요원들이 의원들을 면밀히 평가했다. 극보수와 극진보 등 성향을 띠는 단체들도 모니터단의 일부다.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고 있다”고 해명했다.
일부 의원들의 ‘수상실적 부풀리기’도 눈총을 사고 있다. 김경수 민주당 의원 측은 최근 블로그에 “김경수, 상임위 우수 의원으로 경실련 2016 국감 평가에서 선정”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김 의원은 경실련 수상을 포함해 국감 우수 의원 4관왕을 차지했다며 홍보 작전을 펼쳤다. 경실련 관계자는 “평가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 우리는 2년 연속으로 국감 우수 의원을 선정하지 않았다. 김 의원 쪽에서 마음대로 홍보를 하고 있다. 상임위별 평가에서 특정이슈를 제기한 의원들의 이름을 언급했는데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우수 의원이라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경실련이 내놓은 국감평가 최종 보고서엔 “김 의원은 고압 송전선로 학교인접으로 인한 안전성 등 구체적인 자료를 근거로 문제를 지적해 돋보이는 활약을 보였다”고 명시돼있다. 김경수 의원실 관계자는 “수정하도록 하겠다. 우리 쪽도 고민이 많았다. 수상을 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경실련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려서 그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은재 바른정당 의원의 ‘셀프 수상’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이 의원은 최근 한국언론사협회가 주최한 ‘2016 대한민국 국회의원 대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주관사 중 한 곳이 이 의원 측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빈축을 샀다. 누리꾼들은 “은재가 은재에게”, “자기가 주관한 행사에서 자기가 수상, 창피하지도 않나” 등의 반응을 드러냈다.
이 의원실 측은 “우리는 의원실 대관만 허용했다. 주관사가 전혀 아니다. 선정은 그쪽에서 다했다. 주관사에 이름을 넣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일방적으로 명단을 넣은 것이다”고 해명했다. 한국언론사협회는 “김영란법이 통과된 이후 국회사무처가 장소 대관을 잘 안 해준다. 의원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김 의원 측이 대관을 해줬다. 사무처가 주관사에 도움을 준 의원실 이름을 꼭 표시하라고 해서 생긴 일이다”고 했다.
야권에선 “국감장에서 보여준 모습을 보면 이 의원은 수상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언론사협회의 시상 기준은 본회의·상임위 출석률, 법안 발의 건수, 국정감사 활동 사항 등이다. 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지금껏 4건에 불과하다. 이 의원은 국감 때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MS오피스’ 프로그램을 왜 공개 입찰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구매했나. 사퇴하라”는 황당 질의로 도마에 올랐다. 한국언론사협회 관계자는 “법률안 발의건수만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사항을 고려했다. 셀프수상도 아니다. 이 의원 주변에 적이 많은 것 같다. 공정하게 평가했다고 자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회 보좌진들은 ‘묻지마식 우수 의원 시상’을 향해서도 쓴웃음을 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 관계자는 “상장약식을 그대로 베껴서 마구잡이로 주는 상도 수두룩하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온갖 단체들이 시상식을 연다. 수상 이유를 알 수 없는 상도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다른 보좌관은 “권위가 있는 시상식도 있지만 주최 측이 보좌관들과 친분이 있어 짬짜미 수상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쪽 바닥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고 털어놨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