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금자 변호사] ‘담배 소송’ 항소심

“다음엔 반드시 이기겠다”

무려 7년 4개월을 끌어온 국내 최초의 담배소송이 일단 피고인 담배회사의 승리로 결론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는 지난 1월 25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폐암환자와 가족 등 36명은 지난 1999년 “흡연의 위험성을 충분히 경고하지 않아 폐암에 걸렸다”며 KT&G와 국가를 상대로 4억여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바 있다.

이번 소송의 주요 쟁점은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와 담배의 중독성 여부, 그리고 KT&G의 불법행위 여부 등 크게 세 가지였다.

이날 재판부는 흡연과 폐암의 ‘역학적 인과관계’는 인정하면서도 특정 개인의 경우 담배와 폐암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만한 증거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폐암 사망자들의 발병 원인이 담배 때문이라고 볼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 또 나머지 쟁점들에 대해서도 ‘근거없음’을 이유로 마찬가지 결론을 내렸다.

이에 원고 측 변호사인 배금자 변호사는 “매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며 항소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배 변호사는 “원고들은 1960년대부터 흡연을 해온 사람들인데 회사는 1989년에서야 경고문을 달았다”며 “정부와 KT&G는 흡연의 위험성에 대해 알리지 않은 최소 30년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은 유해제품을 판매해서 이득을 얻는 담배회사를 강력히 보호하는 판결이라는 게 배 변호사의 의견이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사법부의 정의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던 배 변호사는 “그러나 아직 실망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이날 재판부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원고 패소 결론을 내린 것을 들어 배 변호사는 향후 더욱 확실한 증거를 확보해 재판부에 제출할 경우 항소심에서 1심판결을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 변호사와 원고들이 항소 의사를 분명히 밝힘에 따라 ‘담배의 유해성’을 둘러싼 치열한 법정 다툼은 향후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수향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