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도 이틀 전에야 알아 ‘첩보작전 방불’…‘최순실’ 아녔으면 성탄웨딩 했을 것
연예계에서 톱스타 부부는 꾸준히 탄생하고 있다. 최근 배용준과 박수진, 원빈·이나영 부부가 탄생했다. 하지만 비와 김태희처럼 취재진과 추격전까지 벌인 커플은 없었다. 워낙 극비리에 진행된 탓에 예식 당일 아침 이들의 결혼식 장소로 유력시되는 몇몇 성당에 취재진이 포진했고, 막판까지 장소가 확인되지 않은 탓에 혼선이 빚어지는 촌극도 일어났다.
사진제공=레인컴퍼니
#갑작스런 결혼…왜?
비와 김태희의 결혼 소식은 예식이 열리기 불과 이틀 전인 1월 17일 전격 공개됐다. 이날 정오 한 매체가 둘의 결혼설을 보도했고, 그로부터 1시간여 만에 비는 공식 홈페이지에 자필 편지를 올리고 “김태희와 가정을 꾸리고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고 알렸다.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매니저조차 몰랐던 갑작스러운 공개다.
이날 오전 비는 소속사의 직원들을 불러 모았다. 그 자리에서 결혼 계획을 담은 자필 편지를 매니저에 전달했다. 그제야 소속사에서도 비의 결혼 계획을 파악했다. 하지만 비가 쓴 편지에는 결혼식 장소는커녕 날짜조차 적혀있지 않았다. 담당 매니저의 끈질긴 문의에도 끝내 비는 함구했다. 결혼식을 치를 때까지 관련 소식이 외부에 흘러나가는 것을 극도로 꺼렸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스타는 사생활 공개를 원치 않는다. 하지만 결혼은 다른 차원의 문제. 특히 부부가 모두 유명 스타인 경우 절차를 밟아 일정을 공개하는 것이 ‘관례’로 통한다. 하지만 비와 김태희는 달랐다. 평소 “조용하고 경건한 결혼식을 바랐다”는 김태희의 신념에 따라 ‘비공개’를 넘어 ‘극비 결혼식’을 원했다.
결혼을 불과 이틀 앞두고 관련 소식을 알리자 여러 추측과 의문이 터져 나왔다. ‘임신설’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혼전 임신을 한 경우 성당에서의 결혼식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런 의혹은 금방 잦아들었다. 이를 의식한 김태희의 소속사 역시 결혼을 알리는 보도자료에 “부부가 된 결실의 아름다운 선물인 자녀는 혼인 후 천천히 계획할 예정”이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선택이다.
두 사람과 가까운 연예 관계자들은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의 배경에 ‘불가피한 이유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연예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비와 김태희는 당초 지난해 크리스마스 즈음 결혼을 계획했다. 그에 맞춰 지난해 가을께 양가 상견례도 가졌다.
하지만 ‘시기’가 문제였다. 때마침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고 국민의 관심이 그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결혼이 만들어낼 이슈에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수선한 시국에 굳이 결혼 이슈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데 뜻을 모았고 결국 1월 19일로 날짜를 변경했다.
사진제공=레인컴퍼니
#5년간의 연애…우여곡절 겪고 ‘해피엔딩’
비와 김태희의 5년간의 교제는 굳건한 사랑을 나눈 것으로 보이지만 시련이 없던 것은 아니다. 2012년 광고에 함께 출연하며 친분을 나눈 두 사람은 이듬해 1월 한강 둔치 등에서 데이트 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히면서 연인이란 사실을 고백했다. 당시 비는 군 복무 중인 상태. 휴가를 나온 비가 김태희와 며칠간 데이트를 했고 이 장면이 고스란히 여러 장의 사진으로 찍혀 공개됐다. 하지만 둘의 연애는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부에서 비를 두고 ‘휴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는 논란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후에도 시련은 닥쳤다. 2013년 말 비를 비롯해 당시 연예병사로 복무하던 몇몇 연예인이 부실 복무 논란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연예병사 제도 자체가 사라지게 된 배경이 된 이 사건으로 인해 비는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당시만 해도 단단한 팬덤을 자랑했던 비가 대중의 질타를 받기 시작한 때도 바로 이 즈음이다.
이 같은 부침 속에서도 비와 김태희의 관계만은 변함이 없었다. 김태희는 비의 곁을 든든히 지키면서 힘을 북돋아줬고, 덕분에 5년간의 교제 동안 그 흔한 ‘결별설’에 단 한 번도 휘말리지 않았다. 실제로 비는 결혼을 알리는 편지에서도 김태희를 두고 “힘들 때나 행복할 때나 변치 않고 늘 제 곁을 지켜주며 언제나 많은 것들로 감동을 준 사람”이라고 썼다.
비는 김태희를 향한 사랑을 과감하게 드러내왔다. 결혼 발표 직전인 이달 15일 발표한 신곡 ‘최고의 선물’이 대표적이다. 비가 직접 쓴 노랫말에는 ‘이 세상이 내게 준 최고의 선물, 너와 같이 같은 꿈을 꾸고파, 영원한 너의 이름 가장 큰 기쁨, 너와 같이 눈을 뜨고, 같은 날 같이 눈을 감고파’라는 내용이 담겼다. 노래가 공개된 직후 김태희를 향한 ‘프러포즈송’이라는 시선이 제기됐고, 이는 곧 사실로 드러났다.
‘007 작전’처럼 치러진 결혼식에 온 하객 50여 명은 당일 오전에야 예식 시간이 ‘오후 2시’라는 사실을 전달받았다. 정확한 예식 장소를 받은 때는 낮 12시. 그제야 하객들은 가회동 성당으로 출발했다.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비는 몇몇 하객에 직접 자동차를 보내 이동을 도왔다.
삼엄한 첩보전으로 예식에 참석한 하객 가운데 연예인은 안성기를 비롯해 가수 박진영, 싸이, god의 박준형 등 극소수다. 신부 측 하객으로 참석한 유일한 연예인은 연기자 이하늬. 김태희와 서울대학교 동문인 이하늬는 이날 신부의 부케를 받았다. 비와 김태희는 신혼여행을 미뤘다. 신혼살림은 비가 살고 있는 서울 청담동 빌라에 차린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