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아닌 경영인으로 봐주삼
금호아시아나 측은 “대한통운 M&A에 깊숙이 관여한 박 상무가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금호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박 상무는 대한통운 M&A에 배운다는 입장으로 참여해 가끔 조언을 하는 정도였다”며 “왜 박 상무가 인수전을 주도했다고 알려졌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 때문인지 박 상무가 그룹 수뇌부와 나란히 자리하며 회사를 대표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것은 후계구도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금호아시아나는 ‘형제경영’으로 유명한 기업. 따라서 박 회장 이후의 경영권은 동생인 박찬구 석유화학부문 회장이 승계할 것이 유력했었다. 하지만 박 상무가 입사 1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하며 3세 경영인 중 가장 앞서 나가자 또 다른 ‘후계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박 회장이 동생이 아닌 아들에게 그룹 경영권을 물려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박 상무에 대한 내부 평가는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회장의 아들이란 이유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자 반발이 있었던 것. 하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한다. 여기엔 제2사옥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박 상무가 보여준 인간적인 모습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박 상무는 작업복을 입고 수시로 현장에 들러 세심한 곳까지 관심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박 상무는 이번 대한통운 M&A 성공으로 미심쩍었던 경영능력도 높은 점수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아직 박 회장이 건재하다”라는 회사 측의 말대로 후계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재벌가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부의 대 물림’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박 상무의 행보는 그룹 내부에서는 물론 재계의 큰 관심거리가 될 듯하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