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대한민국 오악(五嶽) 중 하나인 북한산은 강북구를 비롯해 도봉구, 은평구, 성북구, 종로구, 서대문구 6개 구를 포함한 서울시의 대표 명산이기도 하다. 특히 강북구의 경우 행정구역의 절반정도를 북한산이 차지하고 있고, 백운대, 보국문, 대동문, 소귀천 코스는 서울 시민들이 자주 찾는 대표 등산 코스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서울시와 강북구는 북한산의 지리 및 생태환경 보전에 힘써, 서울시민들이 북한산의 자연 경관과 이를 연계한 문화행사 등을 만끽할 수 있는 정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2년부터 서울시와 강북구의 이러한 정책 노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강북구 우이동에 위치한 ‘파인트리’ 건설 현장이다. 파인트리는 시행사 ‘더파인트리’가 우이동 산 14-3번지 일대 8만㎡ 부지에 3천억원을 들여 조성하려고 했던 휴양시설로 2009년 4월 사업계획 승인을 얻어 공사를 실시했으나, 주민 및 시민단체의 끊이지 않는 민원과 고도제한 완화 등 특혜 의혹이 서울시 감사에 접수되면서 2012년 5월부터 현재까지 공사가 중단되어 방치되고 있다.
5년간이나 공사가 중단된 까닭에 이 일대는 북한산의 명관을 파괴하는 흉물이 되었고, 시행사였던 더파인트리는 부도를 맞아 현재까지 매수자를 찾고 있으나 여러 가지 홍역을 겪고 공매가만 떨어트리고 있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고급휴양지가 들어온다는 기대감에 부푼 지역주민들도 흉물이 된 이 일대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나, 서울시는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인허가 규정의 함정에 빠져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매수자 찾기에만 골몰할 뿐, 정작 시민들이 돌려받아야 할 공공재인 북한산 명관에 대해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등한시 되고 있다.
서울시는 공사 중단이 4년이나 지난 2016년 말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우이동 유원지 사업 정상화를 위한 TF’를 마련했고, 전문가들로부터 미온적인 사태 수습방안에 대해 질책을 들어야만 했다.
다각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해보고 하나하나 시뮬레이팅을 실시해 봤어야 할 이른바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는데 대한 아쉬움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파인트리 일대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공공성 확보’라고 지적했다. 매각도 중요하지만, 용도에 대한 검토가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의 정비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르면 방치건축물 정비에 대한 권한과 의무가 서울시장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수자만을 찾는 것은 서울시가 파인트리에 대해 얼마나 미온적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또한, 서울시가 직접적으로 팔을 걷어 파인트리를 인수하고 시민들에게 필요한 시설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방안은 강북구청 신청사로의 활용이다. 현재 강북구청 청사는 1974년 수유3동에 건립되어 40년이 지난 노후 건물로, 2015년 정밀안전도 진단에서 C등급을 받아 안전불감증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5년간 청사 건물수리비용만 13억 6천만원이 드는 돈 먹는 하마로 자리매김한지 오래이다.
공사가 중단된 파인트리 지역을 보수하여 강북구 신청사로 활용하게 되면, 구청사의 안전불감증을 해결하는 동시에 주민들의 복지후생 증진에도 커다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본래 파인트리가 고급휴양지로 활용될 예정이었으므로 강북구 신청사와 더불어 시민들을 위한 소규모 문화예술센터, 북한산 국립공원의 명관을 만끽할 수 있는 시민공원, 타 지자체 공무원들을 위한 서울연수원 등 친주민 복합시설의 건립이 가능하다. 북한산의 명관을 특정인들을 위한 것이 아닌, 시민들에게 순수히 돌려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파인트리 공사 중단이 지연됨에 따라 대한민국 오악 중 하나인 북한산이 흉물을 떠안은 시민들의 골칫덩이가 되어가고 있다. TF의 마련으로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 올린 서울시의 정책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현명하고도 신속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바른 서울시의 정책결정으로 북한산이 서울시민과 국민의 오랜 명산으로 계속 기억되기를 기대한다.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