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고, 땐 굴뚝 연기도 사라지고…
최근 서인영 욕설 논란은 방송 제작진을 비롯한 연예관계자들의 내부 고발로 인해 화제가 됐다. 연예인의 화면 밖 모습, 카메라가 돌아가기 직전과 직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접하는 연예관계자들의 폭로는 그 파장이 어마어마하다. 서인영 욕설 논란을 통해 그 파워가 새삼 입증됐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의 ‘내부 폭로’는 그나마 연예관계자들, 다시 말해 연예계 내부에 존재하는 이들을 통해 이뤄지는 터라 그 대상이 제한적이다.
문제는 연예인의 지인들이 폭로에 나서는 경우다. 앞서 말했듯이 주위에 아는 연예인이 있는 경우, 최소한 한 다리 건너라도 연예인을 아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그러다 보니 누구나 폭로의 주체가 될 수 있다.
가장 흔한 케이스는 최근 Mnet <고등래퍼>를 통해 불거진 ‘출연자 리스크’다. 장용준 군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곧바로 양홍원 군 논란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종종 등장하는 ‘일진설’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일반인 출연자가 대거 등장하는데 방송을 통해 화제가 돼 갑작스럽게 유명세를 얻는 이들이 다소 발생한다. 그때마다 그들을 알던 이들이 평소 행실을 두고 폭로를 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이미 연예계에선 이런 리스크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임원의 설명이다.
Mnet <고등래퍼> 출연자로서 장용준 군에 이어 논란의 중심이 된 양홍원. Mnet <고등래퍼> 방송 화면 캡쳐
“아무래도 연예인은 소속사에서 그런 리스크를 미리 방지하려 노력하고 뭔가 불거져도 발 빠르게 대처하곤 하는데 일반인이 갑작스럽게 유명세를 얻는 경우 그런 리스크 제어가 전혀 안 된다. 내 기억에 이런 논란의 시작은 한 연예인의 결혼이었다.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연예인이 결혼하는 과정에서 배우자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연예인도 아닌 일반인인데 결혼 소식이 알려지며 같은 학교를 다녔거나 그 동네에 사는 이들이 그의 과거 행실에 대한 폭로성 글을 인터넷에 대거 올리면서 엄청난 화제를 양산했었다. 이후 인터넷을 중심으로 스타덤에 오르는 연예인들이 그런 과거 행실 논란에 휘말리는 일이 종종 있었고 대부분 평소에 알던 이들이 폭로한 내용이 그 출발점이 됐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연예기획사들도 관련 리스크 관리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런 폭로성 글이 올라오면 인터넷에서 확산되기 전에 미리 삭제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문제는 폭로가 아닌 폭로를 가장한 루머다. 연예인 관련 루머 가운데에는 ‘내 친구가 걔 동창인데…’ ‘친구 삼촌이 방송국 PD(내지는 연예부 기자)인데…’ ‘걔가 엄마 친구 딸인데…’ 등의 수식어로 시작되는 것들이 많다. 실제로 그런 인연으로 연예인과 지인 관계라서 아는 내용을 폭로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상당수는 루머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한 과장일 뿐이다. 이런 루머는 마치 연예인을 잘 아는 지인이 한 얘기처럼 꾸며져 엄청난 파급력을 갖곤 했다.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사례는 여배우 A다. 그는 고교시절 일진이었다는 ‘일진설’에 휘말려 오랜 기간 마음고생을 했다. 그가 일진설에 휘말린 첫 번째 계기는 영화에서 실제 일진에 가까운 문제아 고등학생 연기를 했기 때문이다. 너무 자연스러운 연기가 오히려 일진설을 조장한 것. 이 정도는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지만 온라인에 실제 A의 고교시절 사진이 한 장 돌아다니며 문제가 됐다. 친구와 함께 있는 모습인데 바로 그가 A에게 왕따를 당해 힘겨워 했다는 동창으로 알려졌다. 마치 A의 동창들이 당시 상황을 폭로하며 피해 학생과 함께 찍은 사진까지 공개한 상황이 연출된 것.
그렇지만 이 부분 역시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사진 속 학생은 고교시절 왕따를 당한 피해자가 아닌 실제로 가깝게 지내는 친구였던 것. 친구 때문에 괜한 루머에 휘말려 왕따 피해자가 된 친구는 오히려 루머로 힘겨워 하는 A를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결국 일진설이 사실 무근의 루머임이 밝혀졌지만 그 기간 동안 A와 그의 가족, 그리고 사진 속 친구는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반면 완벽하게 감춰진 것으로 알려진 지인들의 폭로도 있다. 수년 전 한 여가수의 데뷔 전 사생활을 둘러싼 폭로인데 메가톤급 이슈가 될 것처럼 보이던 사안이 며칠 만에 해프닝 차원의 루머로 정리된 것. 애초 폭로 내용이 워낙 충격적이었던 데다 이를 입증할 증거 자료까지 함께 공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예계에서 화제가 집중됐었다. 인터넷에 관련 폭로 글과 관련 증거가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이를 본 연예관계자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전직 연예기획사 대표의 말이다.
“처음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폭로 글과 증거가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고 이것들이 순식간에 다양한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으로 퍼져나간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렇게 소문이 확산됐지만 단 몇 시간 만에 관련 자료가 온라인에서 모두 사라졌다. 워낙 빨리 사라지면서 그런 게 실제 존재했는지 여부도 확실치 않아졌다. 지금도 애초에 그런 폭로와 증거는 존재하지 않았는데 그런 악성 루머가 떠돌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만 연예계에선 당시 그 여가수의 소속사에서 워낙 강력하고 신속하게 대처해 단 몇 시간 만에 온라인에서 관련 사안을 모두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긴 하다. 업계에선 소속사의 온라인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강조할 때 당시의 일이 자주 언급되곤 한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