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 아닌 털털…줌마 매력 보여줄 것”
배우 고소영(45)이 돌아왔다. 연기를 다시 시작하기까지 무려 10년이 걸렸다. 그 사이 고소영은 배우 장동건과 결혼을 했고 아들과 딸을 둔 엄마도 됐다. 배우의 길로 접어드는 그를 향해 장동건은 “편히 일하라”는 응원을 아까지 않았다고 했다. 고소영의 복귀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는 비단 장동건뿐만이 아니다. 그의 오랜 팬은 물론 방송과 영화 관계자들의 시선도 그를 향한다. 1990년대 데뷔해 화려한 청춘스타로 인기를 얻은 고소영을 향한 신비감이 여전한 탓이다.
고소영을 10년 만에 카메라 앞에 세운 작품은 KBS 2TV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다. 지극히 평범한 아줌마가 주인공인 이야기. 공백을 보내는 동안 여러 영화와 드라마 제작진으로부터 섹시하고 화려한 캐릭터를 숱하게 제안 받아온 그가 <완벽한 아내>를 선택한 것을 두고 ‘의외’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기존 이미지와 상반되는 캐릭터라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고소영의 입장은 달랐다. “내가 갖고 있지만 그동안 대중에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밝히면서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드러냈다.
고소영이 평범한 아줌마가 주인공인 ‘완벽한 아내’를 복귀작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제공=KBS
<완벽한 아내>는 2월 27일 첫 방송에서 3.9%(닐슨코리아 집계)의 시청률로 출발했다. 고소영의 복귀작이라는 사실이 만든 뜨거운 관심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그나마 둘째 날인 2월 28일 방송에서는 시청률이 다소 올라 4.9%를 나타냈다. 물론 만족스러운 수치는 아니지만 향후 기록 상승을 향한 기대감을 키우는 계기는 되고 있다.
사실 <완벽한 아내>의 초반 부진은 같은 시간 막강한 경쟁작들이 포진한 탓이 크다. 배우 지성이 활약하는 SBS 드라마 <피고인>은 매회 20%를 넘나드는 시청률로 인기를 얻고 있다. 김상중과 윤균상의 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역시 시청률 12~13%를 오가는 상황. 이미 탄탄한 시청 층을 확보한 두 편의 경쟁 드라마 틈에서 후발 주자인 고소영의 <완벽한 아내>가 초반부터 자리를 잡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따른다.
비록 순위 역전은 쉽지 않더라도 시청률 상승은 노려볼 만하다는 긍정적인 전망은 있다. 이미 후반으로 향하는 <피고인>은 치열한 두뇌싸움을 필요로 하는 장르 드라마. 장년 시청자의 끝까지 붙잡기에는 다소 복잡한 이야기라는 의견이 나온다. <역적>도 비슷하다. 이들 드라마에 비해 <완벽한 아내>는 현실성이 높은 이야기. 차츰 시청자의 공감을 살 만한 진솔한 내용을 풀어낸다면 시청률 싸움에서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고소영이 연기하는 ‘심재복’이 어떤 매력을 보이는지도 중요하다. 시청자를 사로잡느냐에 따라 <완벽한 아내>의 성패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재복은 독립심이 강한 인물이다. 남편 내조에 힘쓰느라 자신이 여자인 줄 잠시 잊고 살아가지만 믿었던 남편과 불화를 겪은 뒤 자존감을 회복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자아를 찾고 새로운 희망도 품는다.
고소영이 <완벽한 아내>에 빠진 이유도 심재복에 갖는 공감대 덕분이다. 그는 “이번 드라마를 놓친다면 다시는 연기 복귀할 기회를 잡기 어려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말했다. 그만큼 변신에도 과감히 나선다. 외적인 변화도 마다하지 않는다. 무릎이 툭 튀어나와 늘어진 운동복을 입고 지내는 모습으로 시청자를 찾기도 한다. 그동안 화려한 패셔니스타로 익숙한 그의 이미지를 털어내려는 시도다. 심지어 극 중 남편의 불륜을 목격한 뒤 마치 목젖이 보일 듯 소리를 지르는 모습 역시 새롭다. 글러브를 끼고 링 위에 오르거나 코피를 터트리는 모습으로도 화면을 채운다.
고소영은 심재복과 실제로 “공통점이 많다”고도 했다. “남에게 잘 의지하지 않는, 독립적인 성격이 비슷하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배우자의 배신처럼 실제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상상하는 것처럼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공감할 수 있었다.”
# 배우로 제2의 삶 시작
사진제공=KBS
고소영은 청춘스타의 상징으로 여전히 익숙하다. 정우성과 출연한 영화 <비트>, 남편이 된 장동건과 호흡을 맞춘 <연풍연가>의 주역으로 친숙하다. 2007년 SBS 드라마 <푸른 물고기>를 끝으로 연기활동을 중단한 그는 CF를 통해 간간히 출연했지만 2010년 장동건과 결혼한 이후에는 패션 관련 행사에 간혹 얼굴을 비출 뿐 외부 활동은 자제해왔다.
한창 연기활동을 할 때도 작품 출연 편수가 극히 적었다. 때문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그렇게 고소영은 여전히 거리감이 상당한 스타의 이미지로만 각인돼 있다. 하지만 이제 4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 더는 화려한 스타로 남고 싶지 않은 마음이 그를 <완벽한 아내>로 이끌었다.
고소영은 두 자녀를 출산하고 연기 활동을 시작할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2014년 둘째인 딸을 출산했지만 정작 연기 복귀까지는 다시 3년이 걸렸다. 아이들이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했고 그러다 보니 스스로도 “마음에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그러다 마음이 달라졌다. “아내와 엄마의 시간은 행복했지만 연기를 통해 잊고 있던 또 다른 삶의 활력을 갖고 싶었다”고 했다. “그간 쌓은 이미지를 내려놓기가 두렵지만 도전을 할 수 있던 이유는 남편과 아들, 딸의 응원 덕분”이라고도 했다.
“첫 촬영 전날 밤을 꼬박 새고 현장에 도착해서 센스도 없이 동선을 이탈하기도 했다. 마치 쿵쿵대는 심장소리가 들릴 정도로 떨렸다. 그래도 기분 좋은 설렘이다. 점차 몸이 풀리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막강한 경쟁 드라마가 포진한 탓에 비록 출발하는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지만 고소영은 의욕을 다지며 반등을 노리고 있다. “폼 잡는 역할이 아닌 친근한 인물의 진솔한 이야기로 시청자에게 다가서려 한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