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로비의 달인 고작 3명 검거라니?” “16년 전에도 도피하다 큰 이슈 터지자 자수”
이영복 회장. 연합뉴스
특히 이 회장이 정치인은 물론이고 일선 공무원과 대학 교수들까지 줄잡아 수백 명을 관리해왔다는 복수의 증언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결과라는 것이다.
지난 1989년부터 2012년까지 이 회장과 함께 일했던 A 씨는 그가 아직도 뭔가 꾸미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 씨는 이대로 침묵한다면 또 다시 이 회장의 뜻대로 수사가 마무리될 수밖에 없어 나섰다며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A 씨는 이 회장과 자신의 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함께 찍은 사진과 돈이 오간 통장 내역 등도 공개했다.
A 씨는 “옆에서 본 이 회장은 그야말로 로비의 달인이었다”고 했다. A 씨는 “평소 이 회장이 차에 현금 다발을 가지고 다녔다. 갑자기 누굴 만나도 헤어지는 찰나에 돈을 꽂아 주곤 했다”면서 “처음 돈을 주면서는 절대 청탁을 하거나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냥 성의표시라며 돈을 받으라고 한다. 상대방이 돈을 받지 않으면 그 사람에게는 다시는 돈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돈을 한번 받은 사람은 지속적으로 관리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처음에는 200만 원 정도를 건네다 점점 큰 액수의 돈을 줬다. 일부 인사에게는 여자를 붙여주기도 했다. 이렇게 관리를 당한 사람은 나중에 이 회장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다”면서 “돈을 받은 사람은 처음에는 청탁이라고 인식하지를 못한다. 현기환 전 수석이 이 회장에게 돈을 받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씨는 “이 회장은 (정치적으로) 좌우가 없는 사람이다. 정권이 바뀌면 곧바로 정권 핵심 인사들과 친분을 맺으려고 기를 썼다”면서 “정권이 바뀌었는데 인맥이 없으면 불안해서 못 견뎌하는 스타일이었다. 핵심 인사와 곧바로 자리를 만들 수 없으니 그 주변 인사들과 먼저 친분을 맺으면서 서서히 정권 핵심으로 인맥을 넓혀갔다.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전두환 정권부터 박근혜 정권까지 이 회장의 로비에서 자유로운 정권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 씨는 “이 회장이 검찰 수사에서 몇 명을 지목한 모양이다. 의도가 있다고 본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선별해서 폭로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아직도 정관계에 힘 있는 사람과 소통하며 어떤 거래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이 회장이 정확히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탄핵 정국에서 이번 사건이 완전히 잊혔는데 이렇게 환기시키지 않으면 이 회장 뜻대로 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지난해 11월 10일 잠적 3개월여 만에 자수했다. 도피 생활을 하다 특정 이슈가 터졌을 때 자수하는 수법은 16년 전과 똑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은 과거에도 배임과 횡령 등의 혐의로 2년여 동안 도피생활을 하다 2001년 12월 19일 돌연 자수했다. 당시 국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 등이 개입한 ‘이용호 게이트’ 사건으로 떠들썩할 때였다.
이 회장은 지난 2001년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2002년 10월 있었던 항소심에서 상당수 혐의가 무죄 판결을 받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고 풀려났다. 이 같은 일이 이번에도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A 씨는 “이 회장이 관리했던 정치인들이 상당히 많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상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력 정치인이 신당을 창당할 때 창당 자금을 대기도 했고, 선거 때 특정 정치인을 밀기도 했다. 도움을 받은 정치인이 이 회장 사업에 유리한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며 “검찰이 1년 가까이 수사해서 고작 정치인 3명만 걸려들었는데 부실수사를 했거나 일부러 축소수사를 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A 씨는 검찰도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A 씨는 “이렇게 언론에 떠든다고 해서 내가 얻는 이익도 없고 오히려 보복을 당할까봐 두렵다”면서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인터뷰에 응한 것이다. 부디 이슈에서 멀어졌다고 수사가 흐지부지되지 않고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