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간통죄 위헌 결정…옥소리 탁재훈 웃고 전 남편이 혼외자 출산한 김주하는 울어
3월 13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 고성준 기자
최근 몇 년 새 헌재의 주된 결정 가운데 하나는 간통죄의 위헌 결정이었다. 연예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 온 결정이다. 여기에 가장 직접적으로 얽힌 연예인은 배우 옥소리다. 지난 2008년 옥소리는 간통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자 헌재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이미 1990년, 1993년, 2001년 세 차례나 위헌심판 제청이 있었던 간통죄는 모두 합헌 결정이 나왔다. 옥소리가 주도한 2008년에도 헌재는 합헌을 결정했으며 결국 옥소리는 간통죄로 사법처벌을 받았다.
간통죄는 ‘배우자가 있는 자가 간통한 때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는 형법 규정으로, 옥소리를 비롯한 간통죄 위헌을 주장하는 이들은 간통죄 조항이 헌법에 기초한 성적 자기결정권과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결국 간통죄는 2015년 폐지됐다. 7 대 2로 위헌 결정이 나온 것. 박한철, 이진성,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김이수, 강일원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냈고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이 합헌 의견을 냈다. 이번 대통령 탄핵 심판에 참여한 헌법재판관이 2년 전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번 탄핵 심판을 주도한 강일원 주심과 이정미 전 소장 대행이 각기 다른 의견을 낸 부분이 눈길을 끈다.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는 3월 13일 언론시사회에서 “진심 다해 사랑하고 있다”며 불륜을 공식 인정했다. 고성준 기자
과거 연예인의 간통은 엄청난 사회적 이슈를 불러오는 뉴스였다. 최은희 김지미 김영애 태진아 정윤희 유연실 황수정 옥소리 등이 간통죄에 휘말려 구설에 올랐다. 심지어 80년대까진 유치장 쇠창살 안에 있는 간통 혐의 여자 연예인의 사진이 보도되기도 했을 정도다.
간통죄가 폐지된 상황에서 희대의 커플이 등장했다. 유부남인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미 둘의 불륜설은 언론을 통해 알려져 있었지만 당사자들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신 홍 감독은 부인에게 이혼 소송을 청구했고 현재 진행 중이다. 이들은 함께 <밤의 해변에서 혼자>라는 영화를 완성했고 이 영화를 통해 김민희는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까지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영화가 국내에 처음 공개된 3월 13일 기자시사회에서 홍 감독은 “우리 두 사람 사랑하는 사이이구요. 저희 나름대로 진솔하게 사랑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고 김민희는 “만남을 귀하게 여기고, 믿고 있다. 진심을 다해 만나고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로의 사랑을 공식 발표하는 동시에 불륜설을 인정한 것.
이혼 소송 중인 홍 감독의 상황으로 인해 이들의 사랑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인 불륜이라는 부분도 신경 써야 했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내 개인적인 부분은, 나의 개인적인 부분이고 내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다”라고 밝혔고 김민희는 “나에게 놓여진, 다가올 상황, 모든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언급했다.
간통죄가 폐지되기 전인 2015년 이전이라면 자칫 형법을 어긴 형사처벌 대상임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물론 사랑한다고 무조건 간통죄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지만 간통죄가 폐지되기 전 상황에서 유부남이 이같이 혼외자와의 사랑을 고백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 고성준 기자
간통죄 폐지로 형사 소송은 불가능하지만 민사 소송은 가능하다. ‘상간녀 소송’이라고 불리는 위자료 청구소송에 피소된 김세아가 대표적이다. 이혼 소송은 서로 이혼을 원하지만 양육권, 위자료, 재산 분할 등에서 이견이 있어 진행되는 경우가 있고 한 쪽은 이혼을 원하지만 상대가 이혼을 원치 않을 때 진행되기도 한다. 전자의 소송이라면 위자료 관련 소송에서 가정을 깬 상간녀에게도 책임을 물어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반면 홍 감독의 이혼소송은 후자에 속한다. 부인이 이혼을 원치 않고 가정을 지키길 원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터라 김민희에 대한 민사 소송도 제기하지 않고 있다.
한편 서로의 사랑을 고백한 뒤 대중의 시선에 대해 홍 감독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일반 국민의 여론이라기보다 일부의 사람인 것 같다. 각자의 처지에 따라 의견이 다른데 그런 것을 갖고 전체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나와 김민희의 주변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선천적인 이유, 자라온 환경, 처지에 따라 다른 태도와 의견을 갖게 되는 것 어쩔 수 없다. 나는 동의할 수 없어도, 구체적으로 나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법에 저촉된 행위가 아니면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남들에게 그런 대우를 받고 싶다. 그게 내 생각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