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소액투자’에 불안…삼성, 최형우·차우찬 공백이 관건
2017 프로야구 시범경기를 치르는 kt wiz 선수들. 사진=kt wiz 공식 홈페이지.
[일요신문] 5개월만에 프로야구가 돌아왔다. 2017 타이어뱅크 프로야구가 3월 31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약 7개월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지난해 800만 관중을 돌파하고 올해 900만 관중에 도전하는 프로야구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 프로스포츠 지위를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리그 개막을 앞두고 팬들이 가장 관심있는 부분은 자신의 응원하는 팀의 성적이다. 야구 팬들은 자신의 팀이 올해 어떤 성적을 낼지 마음 졸이며 개막일만을 기다리고 있다. <일요신문>에서는 지난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 각 팀이 겪은 변화를 살펴보고 시즌을 전망하는 시간을 가졌다.
# kt wiz, 탈꼴지 가능할까
10구단 체제로 운영되는 프로야구에서 kt wiz는 리그에 마지막으로 참가한 ‘막내 구단’이다. kt는 2015시즌부터 1군 경기에 참가해 2년 내리 10위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2년이 지나며 리그와의 ‘허니문 기간’도 끝났다. 신생팀이 2년간 받을 수 있는 ‘외국인 선수 1명 추가 보유’ 혜택이 끝나며 다른 팀과 같이 3명만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외국인 선수 비중이 큰 국내 리그에서 1명이 줄어든 외국인 쿼터는 kt에게 아프게 작용할 수 있다.
2년차에도 탈꼴지에 실패한 kt는 절치부심하며 스토브리그에서 공격적 투자를 다짐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창단부터 유지해온 ‘저비용 고효율’기조를 드디어 깨는 듯싶었지만 시장 상황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롯데에서 FA로 풀린 황재균의 영입을 내심 노렸지만 선수 본인이 미국 진출의 뜻을 밝히며 무위로 돌아갔다. 그 외 다른 FA 선수와도 인연이 닿지 않았다. kt는 여전히 프로야구에서 가장 적은 돈을 쓰는 구단이다.
KBO 자료에 따르면 kt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연봉으로 38억 9400만 원을 지출(평균 7347만 원)해 이 부문 10위에 올라있다. 이는 연봉지출 1위 한화(평균 1억 8430만 원)와 비교해 40% 수준에 불과하다. 한 단계 위에 위치한 넥센과도 평균연봉 2000만 원 이상 차이를 보인다. kt는 코칭스태프와 선수 인원을 합친 선수단 등록인원 순위에서도 77명의 넥센과 함께 78명으로 최하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kt의 절약은 이뿐만이 아니다. 외국인 선수 몸값도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돈 로치, 라이언 피어밴드, 조니 모넬 외국인 선수 3인의 몸값을 합쳐도 최고액 더스틴 니퍼트(두산)는 물론 제프 맨쉽(NC), 헥터 노에시(KIA), 윌린 로사리오(한화)와 같은 특급 외국인 선수 1명보다도 적다.
하지만 스포츠에서 모든 것을 몸값으로 설명할 수만은 없다. kt는 에이스 투수 역할을 연봉 65만 달러의 돈 로치에게 맡긴다. 다른 구단의 연봉 100만 달러를 훌쩍 넘는 특급 선수들에 비해 부족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로치는 지난 3년간 메이저 리그 21경기에 출전해 3승 1패, 평균자책점 5.77을 기록했다.
2선발은 지난해에 이어 라이언 피어밴드가 나선다. 지난해 넥센에서 방출되고 kt로 적을 옮겨 한국에서 커리어를 이어나가게 된 피어밴드는 kt에서도 2승만을 거두는데 그쳤다.
외국인 원투펀치 뒤를 잇는 토종 선발로는 주권이 유력하다. 하지만 주권은 지난 2년간 1군 경기에 단 4경기에만 선발 출전해 불안감을 떨쳐내기 쉽지 않다.
타선도 다른 팀과 비교해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는 상황이다. 리그에 내놓을만한 선수로는 박경수 정도뿐이다. 박경수는 지난 2년간 활약으로 국내 정상급 2루수로 올라섰다. 리드오프 이대형은 과거부터 장단점이 뚜렷한 선수이며 유한준은 한창 좋던 시기보다는 다소 주춤한 상태다. ‘국민 외야수’로 불리던 이진영도 이제는 19년차 노장 선수가 됐다.
주목할 만한 선수 변화가 없는 kt의 가장 큰 변화는 사령탑이다. kt는 팀이 2년 연속 최하위에 그치자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고 있던 김진욱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김 감독은 두산 베어스 감독 시절 2년 연속 팀을 포스트 시즌에 진출 시킨 바 있다. 2013년에는 통합 우승을 노리던 삼성 라이온즈를 3승 1패까지 몰아세우며 한국시리즈 문턱까지 도달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부임 소감으로 “명문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부터 유니폼을 바꿔 입게 된 우규민(왼쪽)과 차우찬. 사진=연합뉴스·일요신문DB
# 역대 최하위 치욕 씻을까
2011년부터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를 달성했던 삼성은 지난해 팀 역사상 가장 낮은 순위인 9위를 기록했다. 이들은 팀 내 주축 투수로 활약하던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 등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며 뒤숭숭한 팀 분위기 속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삼성은 임창용과 안지만을 방출하며 전력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더해 주전 3루수인 박석민도 FA로 팀을 떠났다.
마운드 전력 공백과 외국인 선수들의 극심한 부진 속에 삼성은 하위권을 전전했다. 이들의 최종 순위는 9위였다. 받아들이기 힘든 성적이었다.
스토브리그에서의 악재도 겹쳤다. 투타 핵심인 최형우와 차우찬을 놓치며 집안단속에 실패했다. 최형우는 지난해 안타, 타점, 타율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해 타격 3관왕에 올랐고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해 최고 활약을 펼쳤다. 차우찬도 12승 6패를 기록 팀 내 확실한 선발 카드였다. 둘의 이적은 삼성 입장에서 뼈아픈 공백이다.
삼성에 방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삼성은 그간 내부 육성이라는 명목아래 외부 FA 영입을 자제해 왔지만 이번 시즌만큼은 적극적으로 나섰다. LG로부터 좌완 선발 우규민과 두산 내야수 이원석을 영입했다. 최형우(총액 100억 원)와 차우찬(총액 95억 원)에는 못 미치는 계약 금액(각각 65억 원, 27억 원)이지만 어느 정도 공백을 메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박석민 이적 이후 적임자를 찾지 못하던 3루 자리를 채우며 전력을 상승시켰다.
지난해 저조함을 보인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삼성은 지난해 4명의 외국인 선수가 단 6승을 합작하는데 그치는 ‘악몽’을 겪었다. 이에 외국인 선수 선발에 신중을 기했다.
올 시즌 삼성의 원투펀치는 앤서니 레나도와 재크 패트릭이 맡는다. 204cm의 장신이 돋보이는 레나도는 빅리그 통산 20경기에 출전해 5승 5패를 기록했다. 패트릭은 일본에서 활약한 바 있어 국내 리그에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타선에선 최형우의 공백을 메울 거포로 다린 러프가 영입됐다. 러프는 LA 다저스 1루 백업선수로 예정돼 있을 정도로 빅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다. 통산 286경기에 출전해 35홈런을 기록했다.
삼성도 kt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성적 부진 이후 감독을 교체했다. 팀의 통합 4연패를 이끌었던 류중일 감독을 기술 고문 자리에 앉히고 프랜차이즈 스타인 김한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김 김독은 “젊은 팀컬러를 입히고 유망주를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단순 유망주를 넘어서 삼성의 주축으로 자리 잡은 구자욱이 올해 성적의 키를 쥔 선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구자욱의 포지션을 내야에서 외야로 돌렸다. 그의 강점인 공격력을 극대화 시키려는 계획이다.
류중일 삼성 구단 기술 고문은 <일요신문>과 인터뷰에서 “삼성은 올해 최형우와 차우찬의 공백을 메우는 게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