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임기영·한승택, SK 최승준 ‘대박’…한화 유망주들 뺏겨 팬들 ‘원성’
# FA 이별 아쉬움 잊게 만드는 보상선수
보상선수는 FA 대상 선수가 이적을 하게 될 경우 원 소속구단이 받는 보상 중 하나다. FA로 선수를 보낸 구단은 선수를 데려간 구단으로부터 FA 선수 연봉 200%의 금액을 받고 20인 보호선수 이외 선수를 지목할 수 있다. 보상선수를 선택하지 않고 연봉 300%를 지급 받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구단이 ‘인적 보상’을 원하는 상황이다.
KIA 타이거즈 임기영. 연합뉴스
4월 26일까지 4경기에 선발로 나와 패배 없이 3승을 기록하고 있는 임기영도 이 같은 과정 속에서 한화에서 KIA로 팀을 옮긴 선수다. 그는 지난 2014년 말 송은범의 FA 계약 과정에서 보상선수로 한화에서 KIA로 유니폼을 갈아입게 됐다. 당시 권혁-배영수-송은범으로 이어지는 한화의 ‘FA 폭풍영입’에 임기영의 존재는 다소 가려졌다. 단지 군 입대가 예정돼 당장 활용하지 못하는 선수가 보상 선수로 지명됐다는 사실만이 주목 받았을 뿐이었다. 이전까지 임기영은 3년간 1군과 2군을 오가는 투수 가운데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KIA 이적 직후 상무에 입대한 임기영은 군 복무를 마치고 올 시즌 새롭게 태어났다. 김진우의 부상 등으로 그는 갑작스레 선발 한 자리를 담당하게 됐다. 4월 6일 첫 등판에서 6이닝 1자책으로 가능성을 보였고 12일에는 첫 선발승을 거뒀다. 급기야 18일에는 kt를 상대로 완봉승을 올리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생애 첫 완봉승일뿐더러 볼넷 한 개만을 내주는 깔끔한 투구를 보였다. 연일 계속되는 호투에 KIA 팬 사이에선 “송은범과 임기영 중에 누가 보상선수냐”는 농담도 오갈 정도다.
KIA 선수단에는 임기영 말고도 보상선수 출신으로 포수 한승택이 있다. 한승택도 임기영과 마찬가지로 한화에서 이적했다. 이용규가 FA 계약으로 KIA에서 한화로 이적하며 보상선수로 지목됐다. 또한 이적 직후 KIA에서 활약하지 못하고 군입대를 했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한승택은 군 전역 이후 KIA의 두 번째 포수로 활약하고 있다.
삼성도 최근 FA 계약으로 선수들이 떠나며 보상선수들이 팀에 합류했다. 삼성은 지난 2년간 박석민, 차우찬, 최형우 등 고액 FA 대상자를 다른 구단에 빼앗겼다. 이 과정에서 최재원, 이승현, 강한울이 각각 팀에 합류했다.
삼성은 최근 2~3년 사이 팀에 합류한 보상선수 중 강한울을 제외하면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박석민의 보상선수로 NC에서 뽑았던 최재원은 지난 시즌 FA 우규민을 데려오며 다시 LG로 보내 한 시즌밖에 활용하지 못했다. 차우찬의 보상선수인 이승현은 올 시즌 5경기만을 나서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1군 엔트리에서 빠져있다. 최형우 보상선수인 강한울은 주전 김상수가 부상으로 빠진 유격수 자리를 메우고 있다.
SK 와이번스 최승준. 연합뉴스
하지만 같은 시기 포수 정상호의 보상선수로 SK에 입단한 내야수 최승준만큼은 보상선수의 좋은 예가 됐다. LG 소속으로 퓨처스리그에서 홈런왕 자리에도 오르며 유망주로 평가받던 그는 지난해 SK에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그를 SK로 보낸 정상호가 부진했던 반면 최승준은 19홈런을 기록해 한 시즌 만에 SK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선수로 자리 잡았다. 한편 지난 시즌 중반 LG 팬들은 “4년 32억 원의 규모로 계약한 정상호의 시즌 안타와 보상선수 최승준의 시즌 홈런 수가 같다”며 속앓이를 해야 했다.
# ‘FA 큰손’ 한화는 우수 보상선수 공급처?
보상선수로 득을 보는 팀이 있는가 하면 떠난 선수의 활약에 아쉬운 입맛을 다시는 팀도 있다. 한화는 지난 수년간 FA 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온 팀이다. KBO가 발표한 2017 프로야구 연봉 자료에서 신인과 외국인선수를 제외하고도 선수단 총 연봉이 100억 원대를 넘는 유일한 구단이다.
꾸준히 FA 영입에 투자를 해온 만큼 보상선수 출혈도 이어졌다. 앞서 언급된 유망주 투수 임기영과 포수 한승택이 KIA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고 정우람을 영입하며 보낸 조영우는 군복무 후 SK에 복귀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한화는 심수창, 권혁의 영입에도 금전적 부분 외에 유망주 박한길과 김민수라는 출혈이 있었다. 박한길은 보상선수 지명 당시 손승락을 FA로 롯데에 내준 넥센도 노릴 만큼 인정받는 유망주였다.
권혁을 데려오며 삼성에 내준 포수 김민수도 한화가 기대를 거는 선수였다. 지난 2014년 김응용 당시 한화 감독도 신인임에도 주전 포수로 낙점해 놓을 정도였다. 같은 해 베테랑 포수 조인성이 트레이드로 영입되며 주전 자리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발 빠르게 군입대를 준비하며 2년 뒤를 기약하고 있었다. 하지만 권혁의 보상선수로 지명돼 한화는 2년 연속 신인 포수를 각각 KIA(한승택)와 삼성에 빼앗기게 됐다. 이들은 2013년부터 1년 터울을 두고 한화에 입단했지만 1년간의 짧은 활약 끝에 곧장 짐을 싸는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야구계 관계자는 “한화가 오랜 기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그 대신 많은 유망주를 모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FA 투자 등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그들을 다른 팀에 빼앗겼다. 현재는 유망주도 없고 성적도 나오지 않으며 팬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더 젊게’ 달라지는 보상선수 트렌드
시대가 변화하며 보상선수의 트렌드도 변화했다. 과거엔 보상선수 지명에서 당장의 팀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즉시 전력감’을 찾기도 했지만 점점 미래를 내다보는 선택이 많아지고 있다.
과거 조규제, 문동환부터 2010년대에도 김승회, 정재훈 등 30대를 넘어선 베테랑들이 보상선수 선택에서 선호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트렌드는 유망주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어 2년간 팀에서 활용을 못한다는 점도 선택을 앞둔 팀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2011년 말 이택근을 보내며 군 입대를 앞둔 윤지웅을 지명한 당시 LG 김기태 감독은 보상선수 지명의 ‘틀’을 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상선수를 내주는 구단 입장에서 이전까지는 입대 예정선수를 지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야구계 관계자는 “야구는 ‘스카우트 전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좋은 선수를 보유하기 위한 싸움이 치열하다”며 “구단이 보상선수 선택에 있어서 의도적으로 젊은 선수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보상선수는 정해진 20인 보호명단 외에 있는 선수 기량뿐만 아니라 구단 현재 전력 등 모든 것을 고려해서 결정된다. 그렇기에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