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할수록 표심은 ‘안’ 밖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사진. 일요신문 DB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 4월 4주차 주중집계에 따르면 19대 대선후보 다자구도 지지도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44.4%),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2.8%),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13.0%), 심상정 정의당 후보(7.5%),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5.4%) 순이었다. 안 후보 지지율은 4월 3주차 조사(28.4%)에 비해 5.6%p 떨어졌다. 문 후보는 안 후보를 오차범위(±2.5%p) 밖으로 밀어냈다. 두 후보 격차는 21.6%p. 4월 3주차 조사 당시(18.3%p)보다 더욱 벌어졌다. 문 후보가 안 후보에 ‘더블스코어‘차로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4월 4주차 조사는 4월 24∼26일 3일간 전국 성인 1520명을 대상으로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 응답률은 11.8%. 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다른 여론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문 후보(39.8)는 안 후보(29.4%)에 10.4%p 차이로 앞섰다. 홍 후보(11.7%), 심 후보(5.0%), 유 후보(4.4%)가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에서도 두 후보 격차는 오차범위(±2.2%) 밖으로 벌어졌다. 문-안 양강 구도에서 ‘1강-2중-2약’ 구도로 바뀌는 모양새다(중앙일보 여론 조사는 4월 23~24일 이틀간 전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 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2.2%p, 응답률 32.4%).
채진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양강 구도가 무너졌다. 결정적으로 안 후보 TK(대구·경북) 지지층이 홍 후보 쪽으로 돌아섰다. TK 지역이 본선 경쟁력 측면에서 ‘과연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이길 수 있는가’라는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TK 지지층이 안 후보의 유약한 모습에 실망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안 후보 TK 지지율 하락 폭은 상당하다. 앞서 리얼미터 4월 4주 조사에서 문 후보(29.4%)는 TK 지역에서 안 후보(25.5%)에 우위를 점했다. 안 후보 지지율은 4월 3주차(32.2%)에 비해 6.7%p 떨어졌다. 오히려 TK 지지율이 4.2%p 오른 홍 후보(22.9%)가 안 후보를 바짝 추격했다. 안 후보는 4월 3주차(32.2%) 조사 당시 문 후보(30.9%)와 홍 후보(18.7%)에 앞섰다. 안 후보 TK 지지율 하락이 ‘문-안’ 양강 구도 ‘균열’을 내고 있었던 셈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안 후보 TK 지지율 하락폭이 더욱 도드라진다. 한국갤럽 4월 1주차 TK 지역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후보(15%)는 안 후보(38%)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유 후보(15%)가 문 후보와 동률을 기록했다. 그 뒤를 홍 후보(14%)가 이었다(4월 1주차 조사는 4월 4~6일 3일간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23%).
하지만 최근 TK 지지율은 홍 후보 약진이 눈에 띈다. 한국갤럽 4월 3주차 TK 지역 조사에 의하면 홍 후보(26%)는 문 후보(24%)와 안 후보(23%)에 우위를 보였다. 약 2주일 만에 안 후보 지지율은 15%p 하락했다(이번 조사는 2017년 4월 18~20일 3일간 전국 성인 1004명 대상으로 실시,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응답률 25%).
안 후보가 문 후보와 양강구도를 형성할 수 있었던 주요 동력은 TK 지지였다. ‘반기문-황교안-안희정’으로 이어지는 TK 표심이 안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안 후보에 쏠렸던 TK 지지층 일부가 홍 후보에게로 향했다.
안 후보 호남(광주·전라) 지지율 하락도 심각한 수준이다. 앞서 리얼미터 4월 4주 조사에서 문 후보(55.3%)는 호남 지역에서 안 후보(31.1%)에 우위를 점했다. 4월 3주차 조사 땐 문 후보 53.7%, 안 후보 40.5%였다. 안 후보 호남 지지율은 지난 조사 대비 9.6%p 하락했다.
수도권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한국갤럽> 4월 1주차 조사 당시 서울 지역에서 문 후보(35%)는 안 후보(39%)에 밀렸다. 인천·경기 지역에선 안 후보(34%)는 문 후보(42%)를 바짝 추격했다. 4월 3주차 서울 지역 조사에선 문 후보(38%)와 안 후보(34%)가 접전을 벌였지만 인천·경기 지역에서 안 후보(28%)는 문 후보(45%)에 열세를 보였다. 불과 2주일 만에 안 후보의 인천·경기 지지율이 6%p 빠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안 후보가 TV토론에서 약점을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채진원 교수는 “안 후보가 토론 과정에서 유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홍 후보는 참여정부가 취한 대북정책을 중심으로 문 후보를 공격해서 코너에 몰아넣었다. 하지만 안 후보는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문 후보와의 싸움에서 비기거나 당하는 느낌을 줬다. 중도 보수층이 안 후보에 돌아선 원인이 이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가 4월 24, 25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안 후보(5.1%)는 3차례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가장 못한 후보’로 뽑혔다. 심 후보(27.2%)가 1위를 차지했고 유 후보(22.1%) 문 후보(12.6%) 홍 후보(5.9%) 순으로 나타났다. 안 후보 지지율 하락이 TV토론과 무관치 않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안 후보는 TV 토론에서 정체성이 모호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민의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 햇볕정책을 계승하는 당이다. 안 후보가 대북 송금 사건에 대해 공격이 들어왔을 때 두루뭉술한 태도를 취했다. 안 후보 기본 지지층은 호남인데 끌어와야 할 표는 보수표다. 토론 때마다 곤혹스러운 입장을 보여준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는 유권자들에게 자신 없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라고 평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