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 핸들 시대 맞아 ‘송중기 투싼’ 고고씽~
좋아하는 한국차에 나란히 앉은 한류반 학생들.
저희 한국어 센터에는 ‘한류반’이 있습니다. 자연스레 생겨난 수업입니다. 한국에 취업하거나 유학을 위해 공부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한국이 좋아서 매주 토요일 공부를 하는 좀 ‘이상한’ 반입니다. 수업이긴 하지만 드라마도 보고 같이 한국노래도 부릅니다. 한복도 입어보고 윷놀이도 하며 놉니다. 주방에서 떡볶이와 제육볶음 같은 한국요리도 만들어 먹습니다. 이들 수강생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긴 합니다.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인 젊은 여성들입니다. 수업시간에 맞춰 부모들이 자가용으로 바래다줍니다. 그런데 자동차가 벤츠도 있고 렉서스도 있습니다. 부유한 자녀들입니다. 이 학생들은 한국 드라마 <수상한 파트너>를 일상적으로 보고 <프로듀스 101> 프로그램을 화제 삼아 얘기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 제목들을 압니다. 놀면서 배우는데 한국어도 잘 합니다. 강사도 한국을 좋아하는 미얀마 여성입니다.
매주 토요일 한류반 수업시간. 한복도 입어보고 윷놀이도 하고 떡볶이도 해먹는다.
이 도시에 저를 보고 여행 온 분들은 거의 이 한류반에서 특강을 했습니다. 제가 억지로 세웠습니다. 모두 신기한 반이라고 합니다. 교수, 예술인, 기업인, 선교사, 주부 등. 한국을 좋아하니까 한국의 전문인들이 직접 하는 이야기를 모두 재밌게 듣습니다. 시골 오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한국사람을 한번도 보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제가 시골로 가서 수업을 할 때는 마음이 짠합니다. 극과 극으로 사는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류반에서 견학 가는 일이 생겼습니다. 한국의 현대자동차입니다. 이곳 만달레이에 현대자동차 쇼룸과 서비스센터가 새롭게 단장을 했습니다. 제가 보아도 속이 시원하게 크게 지었습니다. 지난 3월 그랜드 오픈식을 했습니다. 미얀마 유명가수들도 왔습니다. 이 회사의 조성철 지사장이 한류반에서 특강을 했습니다. 한국 자동차에 대한 소개입니다. 수강생들이 한국 자동차를 보고싶어 해 드디어 견학을 하게 된 것입니다.
학생들이 자동차 쇼룸에서 갖가지 자동차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타보기도 합니다. 자동으로 뒷 트렁크가 오르내리는 걸 신기하게 쳐다봅니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게 학생들은 자동차 이름 앞에 사람 이름을 붙여 부릅니다. 이민호의 제네시스, 송중기의 투산 등등. 아마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그가 타던 자동차인가 봅니다. 견학 후 어떤 학생은 팸플릿을 들고 가 아빠에게 이 자동차를 사달라고 졸랐다고 합니다. 미얀마 중북부의 주요한 매장에서 일하는 조 지사장의 말로는 실제 투산 SUV형이 이 도시에서 가장 잘 팔린다고 합니다. 그는 베트남에서 5년간 일하고 이 나라에 왔습니다. 3년차라고 합니다.
오픈식 날 유명가수 뽀뽀와 함께. 오른쪽이 조성철 지사장.
한류반 학생들에겐 작은 꿈이 하나씩 있습니다. 취업도 유학도 아니고 한국에 한번 여행 가는 것입니다. 콘서트도 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고향에도 가보고 싶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중고등학교도 가보고 싶어 합니다. 경기도 일산, 남산에 있는 서울타워, 카몽카페 등등. 왜 거길 가려는지 자세히는 모릅니다. 더 묻지 않아도 그 마음을 이해합니다. 저도 그 시절에 ‘아테네의 흰 장미’ 나나 무스꾸리의 고향을 가보고 싶었고, ‘파두’의 가수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카페를 가보고 싶었습니다. 나중에 그리스 크레타섬과 리스본의 카페를 가보았으니까요.
이 도시에서도 저녁이 되면 TV를 봅니다. 많은 집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며 하루의 피곤을 잊습니다. 한류반 학생들도 주말이 되면 한국 노래를 합창하곤 합니다. 젊은 층 속에 밀려드는 친근한 한국정서, 한류. 그것이 또다른 문화와 경제로 이어지지 않고 갇혀 있을 뿐입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