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감독 1순위’ 신태용 주춤, 이승우‧백승호 A대표 발탁도 다음 기회에
16강 탈락 확정 후 서로를 위로하는 U-20 대표팀 선수들. 연합뉴스
[일요신문]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던 소년들이 U-20 월드컵 16강에서 탈락했다. 선수는 우승, 감독은 4강을 말하기도 했다. 기세를 봐선 꼭 이뤄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이들의 탈락은 더욱 뼈아팠다. U-20 대표팀의 탈락으로 대한민국의 축구가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 안방에서 치러지는 대회 일정이 남아 있을 뿐더러 성인대표팀 경기도 이어진다. A대표팀은 지난 3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부진하며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바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대표팀은 지난 5월 29일부터 일부 선수를 조기소집해 담금질에 들어갔다.
대표팀은 오는 6월 7일 이라크와의 친선전 이후 14일 카타르와 월드컵 예선을 치른다. 카타르전은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대표팀의 월드컵 진출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는 중대한 경기다. 이번 U-20 대표팀의 결과가 혈전을 예고하고 있는 A대표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는 이들의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 감독 입지에 영향?
지난 3월, 대표팀과 축구협회, 기술위원회 등 많은 이들이 질타를 받았지만 그 중에서도 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에게 더욱 많은 비판의 화살이 쏠렸다. 선수기용, 전술, 언론대응 등을 포함해 감독의 전반적 능력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 속에서도 차기 감독으로 여럿이 거론됐다. 실제 기술위는 회의를 열어 슈틸리케 감독 거취를 다루기도 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의 유임 발표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한동안 축구계에서는 국내외를 막론한 여러 감독들이 입에 오르내렸다.
특히 국내에선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이 단연 앞서 있는 형국이었다. 신 감독은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코치를 역임했고 2016 리우 올림픽 대표팀, U-20 대표팀 등을 연달아 맡으며 축구협회와 관계도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로와 연령별 대표팀에서 나름의 커리어도 쌓았다. 경기장에서 선보이는 그만의 전술도 많은 이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감독과 코치로 A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추던 신태용 감독과 슈틸리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결과적으로 U-20 대표팀이 16강에서 도전을 멈추며 신 감독에 힘을 싣는 목소리가 줄어들게 됐다. 신 감독이 국내 감독을 떠올릴 때 여전히 첫 손에 꼽히는 감독 중 하나지만 지난 3월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번 U-20 월드컵 초반 승승장구하며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16강에서 포르투갈에 완패를 당하며 고조되던 분위기도 이내 잦아들었다.
김환 JTBC 해설위원은 “월드컵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 성급하게 감독 교체를 하는 것은 지난 월드컵의 전철을 되풀이하는 것”이라면서 “신태용 감독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대회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결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제안이 있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 ‘바르사 듀오’의 A대표 조기 합류 여부
지난 수년간 대한민국 축구는 세계 최고 구단으로 꼽히는 바르셀로나 소속 유망주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있었다. ‘바르사 듀오’로 불리는 이승우와 백승호는 그간 연령별 대표팀 경기나 구단 하위팀 경기 중계로 그들의 활약에 주목해왔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는 의미가 남달랐다. 큰 규모의 대회가 안방에서 열려 많은 이들이 그들의 기량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앞선 2경기에서 이들은 남다른 클래스를 분명히 보여줬다. 보는 이들의 눈을 크게 만들 장면도 여럿 보여줬다. 국내 팬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고 세계무대에도 이름을 알리는 대회가 됐다. 그럼에도 ‘세상은 넓고 유망주는 많다’는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아직 이승우와 백승호는 각각 만 19세, 20세의 어린 선수들이다. 앞으로 지켜봐야 하겠지만 A대표팀으로 즉각적 합류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현재 대표팀 내 이들의 포지션에 이근호, 이청용 등 국제무대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온 베테랑들이 합류해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외에도 손흥민, 지동원, 이재성, 남태희 등이 활약하는 측면 공격수 자리는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들의 16강 탈락 이전부터 “아직 발탁을 논하기 이르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이에 김태륭 KBS 해설위원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일부 어린 선수들의 성인 대표 합류는 언젠가 이뤄질 일”이라며 “하지만 현재 대표팀 상황이 좋지 않다. U-20 대표 성적이 좋았더라도 이들을 성인 대표에 뽑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승우, 백승호 등을 테스트해본다면 빨라야 최종예선이 끝나고 월드컵 진출 여부가 가려진 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축구 붐 조성도 결국 실패로?
지난 5월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파도타기 응원을 펼치는 관중들. 사진=대한축구협회
하지만 이도 U-20 대표팀이 16강에서 탈락하며 어렵게 됐다. 전주에서 열린 대한민국의 조별리그 1, 2차전에는 각각 3만 7500명, 2만 7058명, 수원에서의 3차전은 3만 5279명의 구름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천안으로 장소를 옮긴 16강전에도 2만 1361명이 들며 연일 흥행몰이를 이어갔다. 조별리그 36경기에서 평균 관중 8000여 명을 기록하며 흥행 선방 중이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를 이어 나가기 어려워졌다.
A대표팀에 대한 관심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TV 중계 시청률도 과거보다 저조하고 관중도 예전 같지 않다. 대표팀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스폰서 등이 걸려 있는 중요한 문제다. A대표팀으로선 U-20 대표팀의 결과가 다소 아쉽게 됐다.
이와 관련, 김태륭 위원은 “물론 U-20 대표팀이 준결승이나 결승까지 갔다면 더 좋은 분위기가 이어졌을 것”이라면서도 “조별리그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였고 조별리그 통과만으로도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