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왕좌 지킨 비버 밀어내…너희들 팬덤 쩔어!
K팝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수상한 7인조 방탄소년단이 직접 밝힌 성공 배경이다. 아시아를 넘어 미국 개척을 향해 발을 내딛는 수많은 K팝 그룹이 있지만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빌보드 뮤직 어워드’ 시상식에 올라 직접 트로피를 받은 스타는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앞서 2013년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통해 이 시상식의 ‘톱 스트리밍 송 비디오’에 선정된 적은 있지만 시상식에 직접 참여하는 공식 부문은 아니었다. 가요계에서는 방탄소년단의 이번 수상으로 인해 아이돌 그룹의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가 시작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중소기획사가 만들어낸 성공신화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국내 음반시장은 물론 일본과 중국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요계 빅3’는 SM, YG, JYP엔터테인먼트라는 데 이견을 갖기 어렵다. 반면 방탄소년단의 소속사는 작곡가 방시혁이 이끄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 이전에는 아이돌 그룹 제작에 있어 돋보일 만한 성과를 내지 않은 기획사이지만 한계를 딛고 빌보드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보석’을 배출해냈다. ‘빅3’를 이끄는 이수만, 양현석, 박진영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 빌보드 수상, 어떻게 가능했나
올해로 27회를 맞은 ‘빌보드 뮤직 어워드’는 그래미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와 더불어 세계 3대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꼽히는 유력한 무대다. 시상식은 매년 미국 전역으로 주말 황금시간대에 중계되고, 대부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화제를 모은다.
5월 21일 진행된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이 수상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은 빌보드가 집계하는 ‘빌보드 소셜 50’ 차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투표를 반영해 수상자를 결정한다. 음악은 물론 팬들과 얼마나 활발히 소통하고, 인기를 얻는지를 산출해 최고 점수를 받은 아티스트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이 신설된 것은 2010년.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이 부문을 독식한 주인공은 세계적인 팝스타 저스틴 비버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올해는 방탄소년단에 고배를 마셨다.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했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 공식 페이스북 캡처.
방탄소년단은 ‘한 방’으로 터진 스타는 아니다. 꾸준하고 맞춤한 활동으로 해외 팬 공략에 성공했다. 데뷔 직후부터 아시아보다는 미국 시장에 눈을 돌렸고 1년의 절반은 해외 활동에 공을 들여왔다. 자연스럽게 국내에서는 TV 출연 등 활동이 비교적 저조했고, 그로 인해 빅뱅, 엑소 등 그룹과 비교해서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직 음악과 공연으로 승부해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실제로 올해 4월 22일 태국에서 시작해 5월 26일 호주에서 마무리한 투어로 동원한 관객이 9만 명에 이를 정도로 영향력이 강하다.
SNS 활동에 주력하면서 국경을 초월한 다양한 국적의 팬들과 소통한 방식 역시 성공의 발판으로 꼽힌다. 방탄소년단이 수상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에는 올해 저스틴 비버를 비롯해 셀레나 고메즈, 아리아나 그란데 등 세계적인 팝스타가 대거 후보에 올랐다. 트위터 팔로어 수는 각각 수천만 명에 달하는 스타들이지만 방탄소년단은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글로벌 무대에서 얻은 자신들의 팬덤의 수상으로 증명해보였다.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시상식 직후 귀국해 기자회견을 열고 “SNS와 팬덤이 결합돼 전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게 되면서 수상까지 하게 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특히 6년간 상을 독식한 저스틴 비버를 제친 비결에 대해 이들은 “SNS에서 팬과 소통하는 빈도수가 더 높기 때문”이라며 “일상을 공유하는 부분은 우리가 (저스틴 비버보다) 강하다. 우리를 궁금해 하는 팬들을 위해 꾸준히 사진과 영상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 ‘운’보다 ‘실력’…사회적 메시지까지
방탄소년단은 기존 K팝 그룹과 ‘같은 듯 다른’ 차이를 보인다. 7명의 멤버가 짜 맞춘 듯 추는 춤으로 대표되는 ‘칼 군무’를 선보이고 랩과 힙합, 일렉트로닉댄스, 발라드를 넘나들며 트렌디한 음악을 하는 점은 비슷하다. 하지만 차이는 있다. 데뷔 초부터 미국을 겨냥해 활동했고, 글로벌 팬을 공략하는 방법으로 멤버 개개인은 SNS 활동에 적극 나섰다. 실시간으로 근황을 알리고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 이른바 ‘밀착형’ 활동은 미국의 10대 팬을 사로잡은 강력한 힘이 됐다는 평가다.
또한 방탄소년단은 ‘우리의 이야기’를 음악에 녹여 넣으면서 경쟁력을 높인다. 대부분의 멤버가 직접 작사, 작곡을 하는 실력을 갖춘 것도 특징. 특정 멤버에 집중되기 마련인 프로듀싱 능력이 방탄소년단에서는 멤버가 골고루 갖추고 있다. 지난해 내놓은 음반 <윙스>는 멤버 7명 전원이 작사·작곡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멤버들의 프로듀싱 실력은 이들의 노래가 단순한 사랑이나 이별 등에 국한하지 않게 만든다. 10대의 눈높이에서 쓴 이야기도 있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노래도 있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에는 경계가 없다.
특히 올해 초 발표한 노래 ‘봄날’은 가사는 물론 뮤직비디오 역시 세월호 참사를 연상케 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내놓은 곡 ‘등골브레이커’를 통해서는 부모를 힘겹게 하는 자식의 태도를 지적하는 가 하면 또 다른 노래 ‘쩔어’에서는 ‘금수저, 흙수저’ 문제를 다뤄 주목받았다. 음악이 담은 다양한 메시지는 국내에서는 팬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시에 해외 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효과로도 이어진다.
활동 무대가 미국으로까지 넓어졌지만 방탄소년단은 지금처럼 한국어로 노래할 생각이다. “차근차근 조금씩 올라와 여기까지 겨우 왔다고 생각한다”는 이들은 “갑자기 자고 일어나니 빌보드 차트에서 1등을 하고, 뮤직비디오가 갑자기 10억 조회수가 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말로 자신들의 ‘지향’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거창하지 않게, 꾸준히 소통하며 음악을 하겠다”며 “한국 가수이니 계속 한국어로 랩을 하고, 노래하며 우리를 표현하겠다”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