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뉴스]인공강우_신의 영역에 도전하다
[일요신문]6월 5~6일 사이 전국에 단비가 내렸습니다. 오랜 기간 봄 가뭄으로 잠 못 이뤘던 농민들에겐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뭄으로 인해 저수량 수준이 심각하게 내려간 중부지역엔 고작 10~20mm의 적은 비가 내렸습니다. 해갈에는 턱 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기상청은 이번 가뭄이 해소되기 위해선 최소한 100mm의 비가 더 내려야 한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예년 강수량에 비해 아직 절반 수준이라 하니, 이번 단비가 농민들의 메마른 농지와 맘을 완벽하게 적시기엔 아직 부족한 셈이죠.
옛 조상들은 이렇게 가뭄이 오래 지속되면 ‘기우제’를 지냈지요. 날씨는 인간으로서 절대 해결할 수 없는 하늘의 뜻이었습니다.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죠. 요즘 같아서는 정말 용한 무당을 모셔와 크게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판입니다.
그런데...날씨는 정말 인간이 바꿀 수 없는 것일까요. 요즘 같은 첨단과학시대에 말이죠. <일요신문i>는 오늘 ‘인공강우 기술’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인공강우가 뭐냐고요? 영어로는 ‘RAIN MAKER‘...말 그대로 인간이 과학기술을 동원해 인공적으로 비를 만드는 것이죠.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분야지만, 인공강우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습니다. 아주 초보적인 수준이었지만, 인공강우가 처음 성공한 것은 1946년의 일입니다. 미국 대표기업인 GE(제네럴일렉트릭사)에 아주 호기심 많은 박사가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빈센트 섀퍼.
섀퍼 박사는 뿌옇게 김이 찬 냉장고에 실수로 드라이아이스를 떨어트립니다. 그 순간...냉장고 안엔 작은 얼음결정이 만들어지죠. 섀퍼 박사는 생각합니다.
“구름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리면 눈을 만들 수 있겠군”
냉장고의 뿌연 김을 하늘 위 구름으로 생각한 것이죠.
이 호기심 많은 박사는 직접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갑니다. 장소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 바크처 산맥 위 해발 4000m 높이 상공이었습니다. 섀퍼 박사는 상공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렸고, 놀랍게도 5분 뒤 지상에는 ‘눈’이 내리게 됩니다.
인공강우의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비가 내리기 위해선 뭐가 필요할까요. 당연하게도 구름입니다. 구름은 기본적으로 수분 입자가 모인 ‘덩어리’죠. 하지만 모든 구름이 비를 뿌리진 않죠. 구름 속 습도가 400%를 넘는다면 자연스레 입자가 뭉치겠죠. 그러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빗방울 혹은 눈송이가 돼 비로소 눈과 비로 내립니다.
아니면 먼지나 가스 따위가 구름 속으로 끼어들어 수분 입자를 뭉치게 한다면, 역시 비가 내릴 수도 있습니다. 즉, 구름 속 수분 입자가 높은 습도로, 혹은 다른 물질과의 결합으로 적당히 뭉쳐져 ‘덩어리’가 무거워 진다면 지상으로 비가 내기게 되는 것이죠.
인공강우는 바로 이 원리를 이용한 겁니다. 하늘 위 떠 있는 구름 위로 수분 입자가 잘 뭉칠 수 있도록 일종의 ‘씨앗’을 뿌리는 거죠. 일명 구름씨(cloud seed)라고 하죠. 수분 입자를 잘 뭉치게 하는 ‘구름씨’로는 드라이아이스나 요오드화은이라는 화학물질이 쓰입니다.
그 ‘씨앗’은 어떻게 하늘 위 구름으로 올리느냐고요? 앞서 섀퍼 박사가 했던 것처럼 비행기를 동원하기도 하고, 아니면 ‘씨앗’을 탑재한 미사일을 구름으로 발사하기도 합니다.
실제 이러한 ‘인공강우’ 기술이 쓰인 적이 있냐고요? 놀랍게도 이웃국가 중국에선 이 ‘인공강우’ 기술을 이용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 기술에 있어서 세계 최고를 자랑합니다. 중국 전역에는 약 2000여개의 인공강우 유도 장치가 운영되고 있다니, 참 놀랍죠.
특히 지난 2007년 6월 중국 정부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킵니다. 당시 중국 랴오닝성은 오랜 가뭄에 시달렸는데요, 중국 정부는 기상 과학자들을 총동원해 이 지역에 인공강우 로켓 1500발을 발사합니다. 이 때 랴오닝성에는 약 2억 8300만 톤의 비가 내렸고, 이어 2~3차로 진행된 인공강우 작전으로 말미암아 이 지역엔 총 8억 톤 가량의 비가 내립니다. 이는 우리 중부지방 전체에 약 50mm의 비가 내린 것과 같습니다.
중국은 이후에도 이 인공강우 기술을 동원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은 베이징에선 올림픽을 앞두고 이 인공강우 기술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이 기술을 동원해 비를 내리게 하고, 오염된 공기를 씻어냈죠. 이후에도 중국은 이따금씩 인공강우 기술을 통해 가뭄과 대기오염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중국에 비한다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우리 역시 국립기상과학원을 중심으로 인공강우 실험을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오는 10월에는 경기도와 기상청이 손을 잡고 대규모 인공강우 실험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실험은 가뭄 해결보단, ‘과연 우리 미세먼지 문제를 인공강우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있다고 합니다.
자...앞서 문제로 되돌아가 보겠습니다. 과연 현재의 인공강우 기술로 지금과 같은 우리의 가뭄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은 이르다’입니다.
첫 번째로 ‘인공강우’란 기술은 하늘 위에 어느 정도 규모의 ‘구름’이 있어야 합니다. 이 기술 자체가 하늘 위 떠 있는 구름에 씨앗을 뿌려 비를 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인공강우 기술을 논하자면 우리가 우습게 봤던 ‘뜬구름’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죠. 쉽게 말해 구름 한 점 없는 쨍쨍한 하늘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정작 비가 필요한 사막에는 구름이 적어 이 기술을 활용할 수가 없답니다.
두 번째로 실제 적절한 장소에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냐는 문제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구름은 움직입니다. 지상에서 구름씨를 살포해도 구름이 다른 곳을 향한다면, 원했던 장소에서 비를 맞이할 수 없기도 합니다.
세 번째로 역설적인 부분이지만, 인공강우가 오히려 대기오염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왜냐고요? 예를 들어 미세먼지 농도는 적당한 습도가 있어야 증가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자칫 어설프게 인공강우로 인해 대기의 습도를 높인다면, 원했던 결과(인공강우로 대기를 씻어내려던 목적)를 도출하지 못하겠죠. 높은 기술을 보유한 중국마저도 이 문제 탓에 아주 신중하게 기술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돈 문제’입니다. 인공강우를 실현하기 위해선 구름씨를 탑재한 어마어마한 미사일이 필요합니다. 실제 인공강우를 통해 얻은 경제적 효과를 계산한다면, 쉽게 실현할 수 없는 기술이라는 겁니다.
자...지금까지 인공강우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지금 당장 인공 강우로 메마른 우리 농민들의 맘을 적셔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인공강우는 분명 심도 있게 연구해볼 만한 기술입니다. 반세기 동안 어마어마한 발전이 있어왔고, 중국과 같은 일부 국가에선 실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기도 합니다.
기상이변이 거듭되고 있는 요즘을 생각한다면, 다음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꼭 연구해봐야 할 과제입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