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 치는 배심원들 ‘끝나지 않는 악몽’
▲ 무죄 평결을 받은 마이클 잭슨의 성추행에 대해 다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 ||
재판은 끝났지만 여전히 마이클 잭슨(46)은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6월13일 아동성추행혐의에 대해 무죄 평결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장일치로 잭슨에게 무죄 평결을 내렸던 12명의 배심원들이 속속 “사실은 유죄였다”면서 평결을 번복하고 있는 것. 가장 먼저 번복을 선언한 배심원은 엘리너 쿡(79)과 레이 헐트먼(62). 게다가 얼마 전에는 이들의 주장에 동의하는 세 번째 배심원마저 등장했다. 물론 이들의 주장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재판이 비록 법정에서는 ‘완전한 승리’를 거두었지만 법정 밖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는 점에서 개운치 못한 것만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뒤늦게 평결을 번복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헐트먼은 “사람들은 정의가 어떻게 실천되는지를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진실을 말하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지난달 8일 MSNBC의 <리타 코스비쇼>에 나란히 출연해 이와 같이 주장한 쿡과 헐트먼은 “잭슨이 소년을 성추행한 것은 확실하다. 그 소년 또한 어느 정도 그것을 즐기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평결 직전 배심원들의 토의 과정에서 진행된 모의 투표에서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세 명의 배심원들이 모두 유죄에 표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적어도 세 명은 잭슨이 유죄였음을 굳게 믿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이에 앞서 헐트먼은 지난 6월 AP와의 인터뷰에서도 “잭슨이 완전히 결백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단지 이번에 기소된 사건에 한해서만 무죄 평결을 받은 것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쿡 또한 ABC 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서 “잭슨이 이번 재판의 기소자인 13세 소년 외에 다른 소년들을 성추행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다른 세 명의 배심원과 함께 손을 들어 그렇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들은 유죄라고 믿고 있었으면서도 어째서 마지막에는 결국 무죄 평결을 내렸던 걸까. 이에 쿡과 헐트먼은 “배심원장의 압력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만일 다른 배심원들과 함께 무죄에 동조하지 않을 경우 배심원단에서 제외시켜 버리겠다고 협박했다는 것.
사실 배심원장이 마음대로 배심원을 제외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 이 둘은 “당시 배심원단의 분위기는 매우 험악했다. 그 누구도 무죄에 동의하지 않으면 쫓겨날 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유죄 주장’이 미 전역을 발칵 뒤집어 놓은 가운데 얼마 전에는 또 다른 배심원 한 명이 “그들의 유죄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연이은 폭탄 선언을 했다. MSNBC에 출연해 이와 같이 밝힌 카타리나 칼스는 “잭슨이 유죄라고 믿긴 했지만 소년이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유죄를 평결할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이런 잇따른 평결 번복에 이의를 제기하는 배심원들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배심원 중 한 명이었던 마이크 스티븐스는 “쿡이 배심원장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것은 순전히 거짓말이다”고 주장했다. 그녀가 다른 배심원에게 “내 나이 79세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눈치 안 보고 할 수 있는 나이다. 나는 결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동요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것. 이어 그는 “어떻게 그렇게 말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한단 말인가?”라면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또한 배심원단 사이에서 협박은 없었고, 단지 토의와 논의만 있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곧 출간될 자신의 책들을 홍보하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는 그는 “이런 주장은 모두 개인이 느끼고 생각하는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 여러분들은 법이 말해주고 또 증거가 말해주는 객관적인 것을 따라야지 개인이 느끼는 감정을 따를 수는 없는 것이다”고 비난했다.
쿡과 헐트먼은 각각 잭슨 재판 과정의 뒷얘기를 담은 자서전을 집필하고 있으며, 이 책이 출간될 경우 또 한 차례 커다란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