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는 ‘꽃길 본선행’ 3위는 ‘가시밭길 플레이오프행’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대한민국 축구가 또 다시 패배했다. 월드컵 최종예선 8경기에서 벌써 3패째를 기록했다. 대한민국은 월드컵 본선 16강이 아닌 본선 최종예선 통과를 두고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신세가 됐다. 새벽잠을 설쳐가며 선전을 기원했던 국민들은 인내심을 잃었다. 그간 심심치 않게 들려왔던 ‘지켜보자’던 목소리도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결국 15일 대한축구협회는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팀 감독 경질을 발표했다.
지난 2016년 3월까지 8전 전승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통과한 대표팀은 최종예선부터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승리하는 경기에서도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지 못하며 질타를 받았다.
특히 지난 3월 중국 원정에서 패배하고 시리아와의 홈경기에서 신승을 거두며 대표팀을 향한 비판이 극에 달했다. 당시 이 전 기술위원장은 슈틸리케 전 감독 유임을 발표하면서도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을 남겼다. 결국 그가 말했던 ‘한 경기’ 만에 대표팀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 월드컵 진출 가능할까
현재 조 순위 2위지만 이는 잘해서 얻어낸 순위가 아니다. 아래로 처진 우즈베키스탄(3위), 시리아(4위), 카타르(5위)가 치고 올라가지 못한 덕분이다.
한국이 월드컵에 진출하는 시나리오는 간단하다. 아시아 지역에는 4.5장이 걸려있다. A, B조로 나뉘어 최종예선이 치러지는 상황에서 각조 2위를 확보하면 본선에 직행한다. 조 1위 이란은 승점 차이를 벌리며 월드컵행이 확정됐다. 한국은 2위 자리를 놓고 싸움을 벌여야 한다.
현재 한국은 승점 13점으로 3위 우즈벡에 1점 앞서 있는 상황이다. 2위를 확정짓는 경우의 수는 간단하다. 오는 8월 31일과 9월 5일 이란-우즈벡 2연전 가운데 우즈벡에만 승리하면 현재 순위를 지킬 수 있다. 물론 이란전이 먼저 열리기 때문에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선 이란전도 중요하다. 이란에 승리한다면 우즈벡이 중국에 패할 경우 바로 본선행이 확정된다.
지난해 11월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골을 넣고 기뻐하는 대한민국 선수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반대로 대표팀이 남은 2경기서 2패나 1무 1패 등 저조한 성적을 거둔다면 조 4위 시리아에게 추월당할 가능성도 있다. 조 4위로 떨어진다면 손쓸 틈 없이 탈락 확정된다. 대한민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 기록도 8회로 막을 내리게 된다.
김환 JTBC 해설위원은 “일단 2경기에 모든 초점을 맞추는 운영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대표팀이 ‘우리만 잘하면 된다’는 마인드로 경기를 치러온 느낌이다. 그보다 상대를 철저히 분석해서 ‘맞춤형 경기’를 해야 한다. 훈련은 8월 소집 때나 돼야 가능하지만 분석은 지금부터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A 조 순위 3위, 연이은 ‘단두대 매치’ 플레이오프 행
3위가 되면 셈법이 복잡해진다. 아시아에 배정된 본선티켓 4.5장 중 0.5장을 거머쥐어야 한다. 우선 아시아 최종예선 A조와 B조의 3위 팀끼리 홈앤어웨이 지역 플레이오프(PO) 경기를 치러야 한다.
B조 상황도 혼전이다. 3위 주인공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호주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그 아래 순위인 아랍에미레이트(UAE), 이라크, 태국 등은 이미 격차가 크게 벌어져 3위는 일본, 사우디, 호주 세 팀 중 하나가 유력하다.
B조 상위권 3팀 중 일본이 가장 어려운 일정을 앞두고 있다. 일본으로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호주와 사우디를 연이어 만나는 일정이 부담스럽다. 반면 호주와 사우디는 비교적 약체인 각각 태국, UAE와 맞대결이 예정돼 있다. 나머지 한 경기 상대는 일본이다.
한국이 A조 3위가 되고 향후 일정이 불리한 일본이 B조 3위가 된다면 월드컵 진출을 두고 최대 라이벌전인 한일전이 열릴 수도 있다.
B조 3위의 주인공이 누가 되든 간에 한국은 승리해야 한다. 패하면 더 이상의 기회 없이 월드컵으로 가는 길이 막힌다.
아시아 지역 조 3위 간의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한다고 해서 곧장 월드컵 티켓이 주어지지 않는다. 0.5장만의 티켓을 확보한 탓에 다른 0.5장을 쥔 나라와 대륙 간 플레이오프 경기를 갖는다. 상대는 북중미/카리브 지역 최종예선 4위국이다.
북중미에선 본선 진출권 3.5장이 주어진다. 상위 3팀은 멕시코, 코스타리카, 미국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3팀은 이 지역에서 월드컵 단골 진출국이기도 하다. 현재 3위인 미국이 예선 초반 부진했지만 이를 딛고 3위로 올라섰다. 4위 파나마와 승점 1점 차이이지만 향후 일정도 유리한 상황이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파나마와 온두라스의 4위 싸움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양 팀은 남은 4경기 일정이 같다. 서로를 제외한 나머지 4팀과 경기를 갖는다. 현재 순위는 파나마가 승점 7점으로 4위, 온두라스가 승점 5점으로 5위를 기록 중이다. 현재로선 파나마가 아시아지역 플레이오프 진출팀과 경기를 치르는 것이 유력하다.
# 플레이오프 뚫은 팀 역대 성적은
어려운 과정을 넘겼다고 해도 진출로만 만족할 수는 없다. 본선 무대에서 납득할 만한 성적도 중요하다. 역대 플레이오프를 거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나라는 어떤 성적을 거뒀을까. 2002 한·일 월드컵부터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21세기 들어 치러진 4개 대회를 살펴봤다. 대륙 간 PO를 거쳐 간 이들은 매 대회 2개국씩 있었다.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에서 우리나라와 맞붙었던 우루과이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에 진출한 나라였다. 연합뉴스
우루과이 외에도 그동안 아일랜드(2002년), 호주(2006년), 뉴질랜드(2010년), 멕시코(2014년) 등이 PO를 거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랐고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뒀다. 뉴질랜드만 유일하게 16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최약체라는 평가를 뒤엎고 강호 이탈리아를 상대로도 무승부를 거둬 깊은 인상을 남겼다.
PO를 경험한 팀들이 본선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지만 대한민국은 이 같은 상황은 최대한 피하는 편이 낫다. 21세기에 열린 네 번의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가 PO를 통과한 역사는 한 번도 없다. 아시아에서 이란, 바레인, 요르단 등이 본선 극적 합류를 노렸지만 매번 다른 대륙에 막혀 무산됐다. PO는 아시아 국가 입장에서 결코 좋은 기억이 아니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