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숙명이냐, 현대판 연좌제냐
# 윤손하, 당신이 엄마라면?
16일 SBS <8뉴스>는 서울의 한 사립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학교 폭력 사건에 대해 보도하며 4명의 가해자 중 유명 연예인의 아들과 재벌 총수의 손자가 포함됐다고 전했다. 사회적 권력층의 특혜와 갑질 논란 등으로 시끄러운 대한민국의 정서를 고려했을 때 대단히 파급력이 큰 보도였다.
2013년 SBS E! ‘스타뷰티쇼’에 출연했던 윤손하. ‘스타뷰티쇼’ 캡처.
윤손하는 17일 실명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인이기 이전에 한 아이의 엄마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제 아이가 소중한 것처럼 남의 아이 또한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사과의 뜻을 밝히는 동시에 과장된 보도는 바로잡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구체적인 사실들에 대한 양측의 공정한 대조와 검토 없이 피해 아이 부모의 말만 듣고 보도했으며, 피해 아이의 부모와 상담을 하던 담당교사 녹취가 악의적으로 편집되어 방송으로 나갔다는 지적이었다. 또한 뉴스에서 ‘야구 방망이’로 묘사된 방망이는 흔히 아이들이 갖고 놀던 스티로폼으로 감싸진 플라스틱 방망이였고, 바나나 우유 모양 통에 담긴 바디워시를 아이들이 억지로 먹였다는 부분도 조사를 통해 사실이 아님이 판명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해명을 두고 네티즌은 “전형적인 가해자 엄마의 입장”이라고 질타했다. 계속된 비난에 결국 윤손하는 18일 “우리 가족의 억울함을 먼저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사죄를 드립니다. 초기 대처에 있어 변명으로 일관된 제 모습에 대해서도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라고 재차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재벌 총수의 손자 등은 증발하고 윤손하가 주요 타깃이 된 것에 대해 자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윤손하가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그가 모든 사건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식의 지적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19일 방송된 <SBS 뉴스 브리핑>에서는 앵커가 이 사건을 보도한 기자의 SNS 내용을 인용하며 “윤손하는 유일하게 아들과 함께 피해자 엄마를 찾아가 사과한 학부모였다”고 밝혔다. 해당 기자가 “여론의 관심을 덜 받고 있는 부모 중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 통의 연락조차 안 한 인사도 있다”고 밝힌 것처럼 윤손하는 적극적으로 대처할 의지를 밝혔음에도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모든 짐을 짊어지고 있다.
# 예은, 아버지의 잘못에 속타는 딸
지난 4월 800여 차례에 걸쳐 200억 원이 넘는 신도들의 돈을 가로채며 유사수신행위 및 사기 혐의로 구속된 박 아무개 목사의 소식이 충격을 줬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박 목사가 다름아닌 유명 걸그룹 원더걸스 멤버 예은의 아버지라는 사실이었다.
‘핫펠트’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예은.
실제로 매월 8%의 높은 수익금을 받기도 했기 때문에 약 150명의 신도가 박 목사에 맡긴 돈만 무려 20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경찰이 압수 수색을 벌인 결과, 제대로 된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일부 투자에서는 큰 손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왜 신도들은 그 큰돈을 전문가도 아닌 박 목사에게 선뜻 건넸을까? 그 과정에서 박 목사가 엄청난 인지도를 자랑하는 딸의 이름을 앞세워 홍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원더걸스의 예은은 국민적 사랑을 받은 걸그룹 멤버이고, 그가 박 목사의 딸인 것을 아는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는 박 목사의 말을 믿었다는 것이다.
올해 초 원더걸스 해체 후 새로운 소속사에 둥지를 틀고 새 출발을 준비하던 예은은 뜻하지 않은 악재를 만나 공백기를 갖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아버지의 사기 사건과 예은은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아버지가 사기 과정에서 예은의 이름을 내세웠다는 정황 등 때문에 예은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 연예인, 가족사도 객관적으로 판단하라?
이에 앞서 배우 강동원은 외증조부인 이종만의 친일 이력 때문에 도마에 올랐다. 외증조부는 강동원이 태어나기 전 이미 세상을 떠났음에도 그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외증조부를 미화하는 듯한 이야기를 한 것에 대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한효주는 장교로 군복무하던 동생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며 네티즌의 공격을 받았다.
엄밀히 말해,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가족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성인이 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할 수는 없다. 이로 인해 스타들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분명 연좌제다.
반면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상 벗어날 수 없는 굴레라는 입장도 존재한다. 대중의 사랑을 바탕으로 큰돈을 버는 만큼 대중의 입에 쉽게 오르내리고 ‘욕받이’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을 수 없다면 결국은 ‘대처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며 “윤손하의 경우 가해자 입장에 처한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과보다 해명이 앞섰기 때문에 질타가 더 거셌다. 가족의 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는 쉽지 않지만 연예인이라는 직업적 특성상 보다 냉정한 판단력을 갖고 대응해야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