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대중이 원한다 해도…노출을 위한 노출은 노~
6월 26일 언론 시사회 후에는 설리의 노출 수위가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설리는 이 영화에서 가슴을 고스란히 노출했고 구강성교를 연상시키는 장면까지 촬영했다.
게다가 6월 28일 정식 개봉 후에도 온통 대중의 관심은 설리의 노출에 집중됐다. 영화의 만듦새가 부족해 작품으로서는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혹평과 함께 ‘설리의 노출’만 동동 뜬 모양새다. 게다가 개봉 다음 날 영화 속 설리의 노출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 SNS를 통해 유출되며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이는 명백한 저작권법 위반이다. 저작권법 제104조의6(영상저작물 녹화 등의 금지)은 “누구든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영상저작물을 상영 중인 영화상영관 등에서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녹화기기를 이용하여 녹화하거나 공중송신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대중은 이에 아랑곳 않고 설리의 노출이 담긴 사진을 전파하고 있다.
# 왜 이토록 시끄러운가?
여배우의 노출은 설리 이전에도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섰다. ‘파격 노출’이라 하면 ‘19금’ 딱지가 붙어도 적잖은 관객몰이를 하곤 했다. 폭력, 욕설 등의 이유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아 관객 동원에서 손해를 보는 영화도 있지만, 노출로 인한 관람 등급 제한은 오히려 흥행 요소가 되곤 한다.
<리얼> 이전에는 김고은이 데뷔작인 <은교>에서 체모까지 노출해 엄청난 화제를 모았고, 조여정은 <방자전>과 <후궁:제왕의 첩>에서 잇따른 노출 연기로 도합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데뷔작 <인간중독>에서 알몸 연기를 불사한 임지연이 빠르게 인지도를 쌓았고, 이유영 역시 체모 노출에 감행한 영화 <봄>으로 해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단박에 대중과 영화계 관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설리. 영화 <리얼> 홍보 스틸 컷
<리얼>은 이런 영화들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유독 더 화제를 모은 이유는 설리의 이력과 행보 때문이다. 그는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걸그룹인 에프엑스의 핵심 멤버였다. 돋보이는 외모로 아역 배우로 데뷔했던 그는 남성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런 설리는 힙합 듀오 다이나믹듀오의 멤버 최자와 교제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설리의 소속사 측이 이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이미지에 생채기가 났지만 화제성은 더욱 증폭됐다.
이런 관심에 기름을 부은 것은 설리의 SNS였다. 설리는 자신의 SNS에 해괴하고 자극적인 사진을 자주 올렸다. 특히 속옷을 착용하지 않은 ‘노브라’ 사진을 자주 노출해 입방아에 오르곤 했다. <리얼> 개봉 직전에도 장어를 먹는 동영상을 올리는 과정에서 ‘생명 경시 논란’이 불거졌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주위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그의 파격 행보가 <리얼>과 노출에 대한 관심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몇몇 사진을 통해 섹스어필의 대명사가 된 그가 걸그룹의 이미지를 벗고 본격 노출을 감행했다고 하니 대중의 관음증이 폭발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왜 벗을까?
유명 여배우가 특정 영화에 출연하며 노출 연기에 도전했다고 하면 많은 이들이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 속에는 다양한 의미가 포함돼 있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노출이 갖는 의미를 알기에, 그들이 왜 대중의 삐딱한 시선을 각오하며 노출 연기에 도전하게 됐는지 궁금해 하는 것이다.
여러 여배우들이 내놓는 대답은 크게 두 가지다. “작품을 위해서” 혹은 “이미지 변신을 위해서”다. 작품이 괜찮고, 이유가 있는 노출이라면 마다할 까닭이 없다는 것이 여배우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지난해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서 생애 첫 노출 연기를 불사한 김민희는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까지 밟으며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다. 그 누구도 김민희의 노출 연기만 놓고 폄하하지 않는다. 탕웨이 역시 실제 정사를 방불케 한 영화 <색, 계>를 통해 세계적 배우로 발돋움했고, 김고은과 임지연, <아가씨>의 김태리는 노출 연기로 단박에 이름을 알렸다.
조여정의 경우도 연이어 노출 영화에 출연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오히려 연기력을 과시하는 계기가 돼 다시금 TV 드라마에서 주목받는 결과를 가져왔다. 노출을 목적이 아닌 적절한 수단으로 사용한 셈이다.
한 영화사 대표는 “결국 노출은 작품의 부분에 그쳐야 한다. 괜찮은 작품 속에서 반드시 필요한 장치로 쓰이는 노출이라면 대중도 이해시킬 수 있다”며 “반면 <리얼>의 경우 개봉 후 영화에 대한 혹평과 함께 오히려 노출만 더 부각되며 설리의 이미지에도 결코 긍정적이라 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 왜 만들까?
그렇다면 제작사와 감독들은 왜 노출 영화를 만들까? 그들은 “노출을 위한 노출은 없다”고 선을 긋는다.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노출이 필요한 것일 뿐, 노출만을 위한 영화를 만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런 영화에서 옷을 벗을 유명 여배우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출이 흥행의 도구임은 부인할 수 없다. 유명 여배우의 알몸은 여전히 대중의 호기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출을 위한 노출을 담은 영화도 분명 제작되는 게 현실이다.
한동안 충무로에서는 이름과 얼굴을 알 만한 몇몇 여배우의 노출을 부각시킨 B급 영화들이 다수 제작됐다. 이런 영화들은 극장에서는 5개 미만 상영관에 반짝 걸린 후 곧바로 IPTV나 VOD 시장으로 직행한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IPTV 시장에서 나오는 매출이 수억~수십억 원에 이를 정도다. 노출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니즈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증거”라며 “결국은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