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윤계상 인스타그램
무엇 때문에 윤계상은 ‘기다린다’라고 표현을 했을까.
사진 속에 등장한 모터사이클은 이탈리아 모터사이클 브랜드인 모토구찌Moto Guzzi의 V7 ⅲ Anniversario 50이다. 지난 2016 밀라노 모터사이클 쇼를 통해 공개된 신형 모델로 종전의 V7 ⅱ를 대체하는 모델이자 V7의 50주년을 기념하는 스페셜 버전이다. 모토구찌의 상징인 세로배치형 V트윈 엔진의 존재감과 늘씬한 실루엣을 기반으로 크롬 파츠의 화려한 멋과 고전적인 디자인 요소가 함께 어우러지며 스페셜 버전의 특별한 매력을 뽐낸다.
이탈리안 클래식
모토구찌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1년에 설립되었다.
당시 이탈리아 공군(CAI) 소속의 비행사와 정비사로 인연을 쌓은 지오바니 라벨리Giovanni Ravelli와 카를로 구찌Carlo Guzzi 그리고 조르지오 파로디Giorgio Parodi에 의해서였다. 이 젊은이 트리오는 전후에 모터사이클 회사를 창업하자며 뜻을 모았다. 기계공학에 능했던 구찌가 설계를 맡고, 자금력이 있던 파로디가 지원을 하고, 레이서 출신인 라벨리가 레이스에 출전하며 브랜드를 홍보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사업이 진행되기도 전에 라벨리가 비행기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었다. 남은 둘은 첫 번째 모터사이클에 GP(Guzzi-Parodi)라 이름 붙이곤 죽은 라벨리를 기리기 위해 로고를 독수리를 형상화하여 브랜드 로고를 만들었다. 그렇게 모토구찌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후 1950년대까지 유럽의 대표적인 레이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두각을 나타냈고, 영국 맨섬TT 레이스 경기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입지를 쌓아갔다. 1955년에는 모터사이클 브랜드로써는 최초로 풍동실험실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당시에 개발된 오토 칠린드리Otto Cilindri는 500cc V형 8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최고속도 275km/h을 돌파해 시대를 앞선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1964년 창업주 카를로 구찌의 타계 이후 자금 압박을 받던 모토구찌는 DTI(De Tomaso Industries)에 인수되었다. 최초의 V7은 이때 등장하게 된다. 1967년에 출시된 V7은 세로배치형 V트윈 엔진을 탑재하고 샤프트 드라이브를 채용한 구성으로 출시되었다. 연료탱크 아래로 불쑥 솟은 세로배치형 V트윈 엔진의 존재감과 늘씬하게 뻗은 실루엣은 단숨에 모터사이클 팬들을 매료시켰고,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모토구찌를 상징하는 보디워크의 등장이자 모토구찌를 살린 구원투수의 등판이었다.
V7의 등장 이래로 모토구찌는 세로배치형 V트윈 엔진을 탑재한 여러 모델들을 출시하며 사업을 이어갔다. 1988년에는 DTI 산하 브랜드인 베넬리와 합병하며 구찌 베넬리 모토가 되었다가 1996년에 독립해 독자 노선을 걷게 된다. 이후 2000년대에 이르러 아프릴리아에 인수되었지만 정작 아프릴리아에 닥친 경영난으로 2004년에 피아지오 그룹이 아프릴리아를 인수하며 피아지오 그룹에 속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2017년 신형 V7 ⅲ Anniversario 50와 1967년 오리지널 V7
모토구찌 V7
모토구찌는 피아지오 그룹 산하에서 2007년에 V7 클래식을 출시한다. 그들의 전통을 잇겠다는 계획이자, 재도약의 발판을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V7의 고전적인 멋을 복각하여 현대적인 디자인 터치를 가미한 V7 클래식은 당대를 그리워하던 클래식 라이더들에 큰 호응을 얻어 인기를 누렸고, 2010년대에 클래식 모터사이클이 유행처럼 번지며 시장의 대세를 이루자 2012년에 V7 ⅱ를 등장시켰다.
V7 ⅱ는 전작의 디자인 큐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엔진과 섀시를 비롯한 보디워크 전체를 다듬었다. 엔진의 경우 70% 이상 신설계된 부품이 사용되고 ABS, 트랙션 컨트롤 등 최신의 전자장비까지 탑재하며 현대의 사양에 맞는 클래식 바이크를 선보였다. 일반인들에게도 ‘예쁜 오토바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웠고, 세로배치형 V트윈 엔진이 뱉어내는 특유의 감각으로 라이더들에게 클래식의 맛을 선보였다.
가장 최신의 버전인 V7 ⅲ 밀라노 모터사이클 쇼 2016을 통해 최초로 공개되었다. 기존 모델을 대체하는 라인업으로 유로4 환경규제와 맞물려 업데이트가 진행되었다. 엔진은 744cc로 전작과 동일하지만 출력은 52마력으로 소폭 상승했고, 유로4 대응으로 배기 시스템이 변경되며 파이프가 굵어지고 머플러는 더 길게 빠졌다.
섀시도 새롭게 설계되어 프런트 포크의 트레일과 레이크 설정도 변했다. 전작의 V7 ⅱ가 그랬듯 디자인 헤리티지는 유지하면서도 큰 변화를 이뤄냈다.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상위 클래스인 V9의 부품을 다수 공유하는데 이로써 다양한 애프터마켓 부품들이 시장에 나올 수 있어, 나만의 V7을 만들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V7 ⅲ 시리즈는 기본형인 V7 ⅲ STONE, 크롬 파츠와 와이어 스포크 휠을 조합한 V7 ⅲ SPECIAL, 레드 컬러 섀시에 크롬 탱크를 얹은 클럽 레이서 V7 ⅲ RACER, 50주년 기념 모델인 V7 ⅲ Anniversario 50의 4가지 버전으로 출시된다. 국내 사양은 가격 및 출시 미정이지만, 하반기 중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V7 ⅲ STONE
기본형 모델로 전체적으로 무광 색상을 적용하고, 앞 18 뒤 17인치 휠은 스포티한 디자인의 캐스트 휠로 젊은 감각을 강조했다. 싱글 실린더 타입 계기반, 포크 부츠, 리어 서스펜션 스프링에 컬러 등으로 디자인 포인트를 준다.
V7 ⅲ SPECIAL
스페셜은 화려한 멋으로 클래식 바이크의 세련미를 강조한다. 페인팅은 고급스럽게 마무리되었고, 크롬 파츠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앞 18인치 뒤 17인치 와이어 스포크 휠을 사용하는데 휠 림이 블랙 컬러에서 크롬으로 변경되었다. 계기반은 듀얼 실린더 타입이다.
V7 ⅲ RACER
레이시한 보디워크로 강렬한 이미지를 극대화한 한정판 클럽 레이서 버전이다. 크롬 연료탱크와 레드 컬러 섀시가 눈길을 사로잡고, 세퍼레이트 핸들바와 리어 시트 캐노피를 채용한 싱글 시트가 적용되어 적극적인 전경자세가 기대된다. 리어 서스펜션은 순정으로 올린즈 풀 어저스터블 더블 쇽이 적용된다.
V7 ⅲ Anniversario 50
V7시리즈의 50주년을 기념하여 출시되는 특별 모델. 크롬 연료 탱크와 크롬 파츠로 화려한 멋을 더하고 연료 탱크 스트랩과 시트에는 가죽 소재를 적용하여 고급스러움을 연출했다. 전후 펜더를 금속 소재를 사용하여 고전적인 멋을 부렸다. 배터리 커버에 모델명인 V7과 50주년을 뜻하는 50을 연결해 V750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 재미있다. 클래식한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버무려 클래식 모터사이클이 추구하는 멋이란 무엇인가를 잘 보여주는 듯하다.
이민우 월간 모터바이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