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도 ‘알라’ 앞에선…
▲ 집창촌의 대형현수막 광고. 결국 사우디와 이란 국기만 검게 지웠다고. | ||
최근 문제가 된 것은 독일 쾰른의 집창촌인 ‘파샤’ 건물에 걸린 대형 현수막이었다. ‘월드컵은 여자친구를 만드는 기회’라는 문구가 적힌 이 광고판에는 반나체의 여성과 함께 월드컵 본선진출 32개국의 국기가 그려져 있었다.
얼마 전에는 복면을 한 채 곤봉과 칼로 무장한 30여 명의 무슬림들이 집창촌에 쳐들어가서는 “당장 국기를 지우라”며 협박하는 ‘테러’도 벌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기에는 아랍어로 “알라 외에는 신이 없고, 마호메트는 예언자다”라는 코란의 1절이 적혀 있다. 이슬람 신봉자들에게 ‘알라’와 ‘마호메트’는 신성한 존재이기 때문에 코란의 구절이 적힌 국기를 땅에 펼치거나 심지어 조기로 게양하는 일도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그런데 하물며 매춘 광고에 사용된다니 말도 안 된다는 것.
▲ 사우디아라비아 월드컵대표팀 사진. 유니폼에 국기가 없다. | ||
무슬림들의 심기를 거슬리는 월드컵 광고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쾰른의 양조장인 ‘가펠 쾰시’가 월드컵을 맞아 새롭게 출시한 5ℓ짜리 맥주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병마개에 각국의 국기를 그려 넣자 사우디아라비아 측이 “술 광고에 알라를 이용해선 안 된다”며 발끈하고 나선 것.
또한 독일의 한 은행도 고객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기 위해 축구공을 제작했다가 이슬람 신도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쳤다. 각국의 국기가 새겨진 이 축구공의 배포 중단을 요구한 한 이슬람 신도는 “감히 진흙이 묻은 신발로 알라의 이름을 차다니 신이 노할 일”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또한 FIFA의 승인을 받아 제작된 사우디아라비아 응원 유니폼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가슴에 커다랗게 코란의 1절이 새겨진 이 유니폼은 현재 많은 이슬람 신도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상태.
이런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대표팀의 유니폼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국기가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