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수만 있다면 뭘 못 해 흥!
▲ 일본 주간지 <스파>에 실린 히라타 에리카의 화보. 당시 에리카는 촬영을 끝마치자마자 경찰에 체포됐다. | ||
7월 8일 히라타 에리카는 어머니와 ‘친구’라는 여성과 함께 촬영 장소에 나타났다. 일본의 주간지 <스파>의 수영복 코너의 촬영이었다. 이 코너는 연예인 지망생이 자신을 알리기 위한 기회로 이용하거나, 일반인 여성이 젊은 날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응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에리카는 이 촬영을 연예계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일 아침 연쇄방화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그녀를 찾아왔지만 “촬영이 있기 때문에”라며 조사를 거부하고 촬영장을 찾을 정도로 집착을 보였기 때문이다. 촬영을 담당한 카메라맨은 “솔직히 연예계에 진출할 만한 외모는 아니었지만 굉장히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에리카는 그러나 촬영이 끝나자마자 방화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촬영장에 함께 온 ‘친구’는 그녀의 동의 하에 따라온 여성 사복경찰이었다.
지난 4월 무렵부터 에리카가 사는 나가노 현의 스와 시에서는 방화로 보이는 화재가 20건 정도 발생했다. 에리카는 그 중 9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처음에는 농기구를 보관하는 오두막을 태우는 작은 방화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자동차나 빈집을 태우기에 이르렀고 나중에는 자신이 다녔던 중학교 체육관에 불을 질렀다. 그녀의 마지막 방화는 주차장의 자동차 6대를 태운 것이었다.
방화 동기를 묻자 그녀는 “화재가 나면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이 좋았다. 우리 동네를 유명한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자신의 모교 체육관에 불을 낸 것에 대해서도 “물론 소동을 일으키고 싶었다. 한데 생각보다 더 큰 화재가 되어 버렸다”며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말을 했다.
▲ 에리카(왼쪽)는 성형수술을 통해 구마타 요코(오른쪽) 닮은꼴로 변신했다. | ||
에리카가 홈페이지 관리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올 6월 하순 인터넷에 자칭 ‘구마타 요코(유명 아이돌)와 가장 닮았다’며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면서부터다. 그리고 그곳에 자신의 수영복, 누드 사진을 올리면서 나름대로 웹 아이돌로 인기도 얻었다.
그녀의 ‘닮은꼴’ 외모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도쿄의 성형외과 관계자는 “그녀가 지난 6월 중순에 나가노에서 예약도 없이 찾아왔기 때문에 잘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리카는 “곧 수영복 촬영이 있기 때문에 예뻐지고 싶다”며 쌍꺼풀 수술을 비롯해 지방흡입 등의 수술을 한꺼번에 받았다고 한다. 성형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2년 전부터 윤락업소에서 일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그녀가 ‘연예계 진출’에 얼마나 목을 맸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체포 당일 에리카의 화보를 촬영한 <스파> 관계자는 “촬영하면서 에리카가 몹시 관심을 받고 싶어하며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저지르는 타입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한다.
한편 방화혐의로 기소된 그녀는 경찰의 조사에서 도로 위에 벽돌 등을 놓아두어 3건의 사고를 낸 혐의도 인정했다. 에리카는 엉뚱하게도 “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