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벤처 스타일
혼다 X-ADV는 듀얼퍼퍼스 특유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연출하면서도 디자인을 세련되게 뽑아내 어드벤처 투어에서나 도심의 마천루에서도 모두 스타일리시하다. 실루엣은 영락없는 스쿠터의 그것이지만 일반적인 스쿠터와 비슷한 것은 딱 여기까지다.
차체 전반에서 오프로드 주파를 고려한 요소들이 눈에 띈다. 길이가 긴 서스펜션을 장착해 적절한 지상고를 확보했다. 장거리 주행을 위해 윈드 스크린을 장착하고, 랠리 머신에서 영감을 받은 세로 형태의 큼직한 계기반을 달았다. 앞 17인치 뒤 15인치 구성으로 크로스 와이어 스포크 휠과 듀얼 패턴 타이어를 장착해 도로가 아닌 길도 달려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핸들바에 순정으로 너클 가드를 장착해 오프로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랠리 머신 스타일 계기반은 시인성이 좋아 직관적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콘셉트 모델을 보는듯한 미래적인 디자인은 도회적인 세련미가 있다. 페어링은 크기를 잘게 쪼개지 않으면서도 직선의 요소와 각을 살려 역동적인 인상이다. 표면 마감이라던가 소재 자체의 품질이 높아 눈으로 훑어보는 맛이 있다. LED 듀얼 헤드램프를 채용한 프런트 마스크는 강렬하다. 혼다 플래그십 듀얼퍼퍼스인 CRF-1000L 아프리카 트윈의 얼굴이 슬쩍 떠오르며 강인한 인상을 전달한다. 뒷바퀴와 리어 펜더 사이에 여백을 주어 시원해 보이면서 머플러를 불쑥 솟아오르게 디자인해 박진감이 느껴진다.
스마트키 시스템이 적용되어 편의성을 높였다.
박력 있는 주행
시동을 걸자 맥동감 있게 엔진이 돈다. 745cc의 병렬 트윈 엔진은 270° 위상차 크랭크축을 적용해 맛깔스러운 맥박이 있다. 배기음도 개성적이다. 머플러 끝에서 두툼하고 박력 있게 흩어지는 배기음은 특유의 리듬감을 만들며 라이더를 자극한다.
스로틀을 전개하자 엔진의 동력이 곧바로 뒷바퀴로 전달된다. 마치 엔진이 뒷바퀴에라도 달려있는 것 같은 즉각적인 반응이다.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DCT)은 엔진의 동력을 허투루 쓰지 않고 하나하나 세세하게 트랙션으로 만들어낸다. 주행 모드에 따른 변속 포인트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변속 때에도 스트레스가 없이 부드럽게 기어를 바꾼다.
3가지 주행 모드가 제공된다. 활용도가 높은 D모드는 차분하게 스로틀을 전개했을 때 3,000rpm를 넘어서며 변속되는데 시속 25, 35, 55 등 10km/h 간격을 두고 변속 포인트가 있다. 공격적으로 스로틀을 전개해도 여간해선 3,000rpm을 넘기지 않고 변속되며, 해당 기어비 내에서 최대의 출력을 뽑아낸다. S모드는 최대 회전수의 여지를 더 남겨 5,000~6,000rpm까지 돌도록 허용하는데, 최대 토크가 발생하는 4,000rpm이 넘어서면서부터 토크 피드백이 느껴지며 차체를 몰아붙이는 쾌감이 있다.
포지션이 주는 안정감도 상당하다. 풋 보드 끝에 발을 얹으면 마치 모터사이클에 탄 것 같은 공격적인 포지션이 연출되어 스포티한 주행에서 라이더의 무게 중심을 옮기기에 유리하다. 풋 레스트가 깊어 크루징 시에 발을 뻗을 수 있는 것도 장점. 시트고는 790mm으로 유럽 버전에 비해 30mm가 낮은 사양으로 차체 형상이 안쪽으로 움푹 파여 있어 착지성이 적절한 편이다.
코너 주행도 상당히 맛있다. 일반적인 스쿠터 설정보다 큰 17인치의 프런트 휠을 장착한 것과 중앙으로 밀집시킨 무게 균형에서 오는 안정감이 있어 코너에서도 자연스럽게 레코드 라인을 그릴 수 있다. 낮은 무게 중심은 숏 코너에서 날렵한 선회를 만들 때에나 고속 코너 구간 탈출에서도 안정적이며 경쾌한 움직임이다.
임도를 달릴 때 진가를 발휘한다.
오프로드 주행은 어떨까. 마치 엔듀로 장르처럼 길이 아닌 곳도 쏜살같이 달려 나갈 수 있을까? 예상보다 오프로드 주행에서는 빨리 한계점이 느껴진다. 스쿠터 특유의 차체 구조에서 오는 포지션으로 니그립이 없다는 것이 차체를 요동치게 하며 심리적인 부담감도 배가된다. 오프로드에 올려놓으니 좌우로 널찍한 차체 폭은 온로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을 딛기 어려웠다. 240kg의 무게도 역시 오프로드에서는 부담이다.
그렇다면 듀얼퍼퍼스 콘셉트는 실패인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니다. 오히려 이런 단점이 X-ADV가 즐길 수 있는 영역을 정확히 제시한다.
비포장도로쯤으로 보이는 임도를 달릴 때에는 부담이 확 줄어들고 즐거움은 배가 된다. 노면이 울렁댈 때에도 리어가 지속적으로 트랙션을 만들어주며, 움푹 파인 길을 주파할 때에도 크게 요동치지 않고 주파할 수 있다. 듀얼 타이어는 미끄러운 노면에서도 적절하기 그립을 만들어주며 안정감을 준다. 일반적인 라이딩 스킬만으로도 임도 정도는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장거리 투어를 하다 보면 종종 달리고 싶어지는 길이 있다. 주행 코스 밖으로 빠지는 샛길이라던가, 들판을 가로지르는 오솔길 같은 길을 보면 그렇다.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어쩐지 가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달까. X-ADV와 함께라면 언제든 환영할 만하다.
이민우 월간 모터바이크 기자
SPECIFICATION HONDA X-ADV 엔진형식 수랭식 4스트로크 OHC 직렬2기통 보어×스트로크 77×80 (mm) 배기량 745cc 압축비 10.7:1 최고출력 55ps/6,250rpm 최대토크 67.6Nm/4,7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식퓨얼인젝션(PGM-FI) 연료탱크용량 13.1ℓ 변속방식 6단 변속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DCT) 최종구동 체인구동 서스펜션 (F)41mm 도립식 (R)프로링크 모노쇽 타이어사이즈 (F)120/70R17M/C 58H (R)160/60R15M/C 67H 브레이크 (F)듀얼 디스크 (R)싱글 디스크 휠베이스 1580mm 시트높이 790mm 건조중량 240kg 판매가격 1,490만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