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과속 확인…유족 측 “이해 불가” 강력 반발 속 전문가들 의견도 엇갈려
사건 초기 경찰은 유세차량 운전자를 가해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7월 20일 경찰이 유족 측에 공개한 교통사고사실확인원에서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가해자로 적시됐다.
문재인 유세 차량 사고 교통사고사실확인원. 가해자가 뒤바껴 유족 측이 반발하고 있다.
유족 측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담당 형사는 사건 초기 유족에게 “아저씨(유세차량 운전자)가 가해자”라며 “그래서 진술조서로 안 받고 피의자 신문조서로 받았다”고 말했다. (※ 교통사고에서 진술조서를 받는 경우는 과실이 특정되지 않은 운전자, 목격자, 동승자 등이다. 나중에 혐의점이 밝혀지면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어 차후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게 된다)
영상에는 담당 형사가 유세차량이 무리한 차선변경으로 사고를 일으켰다고 설명하는 장면도 나온다. 영상을 보면 언덕을 올라와 우합류도로에서 2차로로 진입한 유세차량이 곧바로 1차로까지 진입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1차로를 달리던 오토바이가 유세차량 뒷부분과 충돌해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담당 형사는 “유세차량 블랙박스 영상만 봤을 때는 유세차량이 가해자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오토바이 블랙박스 영상을 봤는데 오토바이가 상당히 과속을 했다. 그래서 사건 초기에 유족들에게 오토바이 운전자가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이미 말씀드렸다”면서 “유세차량 운전자도 사고 원인 제공 행위가 있다고 판단해서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과실 비율에 따라 오토바이 운전자가 가해자가 되고 유세 차량 운전자가 피해자가 됐지만 형사적으로는 쌍방 과실”이라고 설명했다.
수사 결과에 대한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린다. 한윤기 교통사고전문 변호사는 “오토바이 블랙박스 영상을 봐야 제일 정확할 텐데 공개된 자료가 제한적이라 정확한 해석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일반적으로 차선 변경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끼어든 차량, 즉 진로변경 차량에 더 많은 과실이 있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물론 오토바이가 지정차선(오토바이는 2차로로 주행해야 함)을 위반하고 과속을 한 것은 큰 잘못이지만 오토바이 과실을 감안하더라도 6 대 4 정도로 유세차량 과실이 더 크고, 많이 양보해도 5 대 5다. 오토바이 운전자를 가해자로 적시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교통사고전문 법무법인 ‘감사합니다’ 송명호 대표 변호사도 “공개된 자료만 가지고 판단할 때는 유세차량 운전자가 가해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심각하게 과속을 한 것은 맞지만 동영상을 보면 유세차량 운전자가 차선 변경을 차곡차곡 해야 하는데 1차선까지 한 번에 들어간다. 또 차선 변경 시 속도가 너무 느리다. 애매하긴 하지만 유세차량 운전자 과실이 약간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교통사고전문 변호사는 “차선 변경 중에 사고가 발생했느냐 차선 변경 이후에 사고가 발생했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제가 동영상을 봤을 때는 차선 변경이 끝난 이후 오토바이가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유세 차량이 지나치게 저속 주행을 한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고 과실이 2 정도밖에 안 된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가해자가 맞다”고 했다.
유족 측은 유세차량의 불법개조 여부도 수사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경찰은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결론을 내지 않고 수사를 종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유세차량이 너무 무거워서 제대로 속력을 낼 수 없었다는 운전자 증언이 있었다. 당시 유세차량 사진을 보면 차체보다 길게 제작된 선거 유세 구조물 때문에 방향지시등이 보이지 않았다. 사고의 한 원인일 수 있어 수사해달라고 했는데 결론을 내지 않고 수사를 종료해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유족 측이 제공한 사고 당시 유세 차량 사진. 차체보다 길게 제작된 선거 유세 구조물때문에 방향지시등이 보이지 않는다.
교통사고 전문가들도 차선 변경 중에 사고가 발생했고 유세 구조물 때문에 방향지시등이 보이지 않았다면 유세차량 운전자 측 과실 비율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측은 “불법개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선관위에 문의했더니 유세차량은 자동차 관리법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유세차량을 제작할 때 어디를 어떻게 하고 그런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찰은 사고 직후 유세차량 해체를 허가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증거 보전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똑같이 개조된 다른 유세차량이 있기 때문에 수사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불법개조 판독을 의뢰 받았던 교통안전공단 측은 “실제 사고차량이 없으면 불법개조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교통안전공단 측은 “똑같이 개조된 차량이라고 하더라도 볼트로 연결이 되어 있는지, 용접이 되어 있는지에 따라 불법개조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업체 측 말만 듣고 불법개조 여부를 판단할 수가 없다”면서 “경찰 측에서 불법개조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이 왔는데 실제 사고차량이 없으면 우리는 판단을 못한다고 딱 잘라서 말씀 드린 부분”이라고 말했다.
유족 측은 “향후 재판 진행을 보고 민주당 또는 광고업체 측과 경찰 측을 상대로도 별도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피용자(피고용자, 종업원)가 손해를 가한 때에 그 피용자의 선임 및 사무 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다하였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사용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법률 조언을 받아놓은 상태”라며 “유세 차량이 문 대통령과 직접적인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외형상 문 대통령 대선홍보를 위해 제작되었다는 점과 적어도 선거운동을 준비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었음으로 문 대통령 측과 관련성이 있다는 점을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 측은 “사고차량은 선대위에 납품되기 전 이동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사건 초기에는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고, 억울한 부분이 없게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