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시공사가 분양하는 따복하우스 조감도. 사진=경기도시공사 제공
따복하우스 사업은 경기도가 대학생과 신혼부부 등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 재산을 투입한 국책사업이다. 공사는 경기도 등 지자체가 보유 중인 공유지를 2%대 저리로 30년간 임대해 임대주택 단지를 조성하고, 입주 희망자는 토지비를 뺀 가격(주변 시세 대비 60~80%)으로 주택을 받아 주거비 부담이 줄도록 설계됐다. 공사는 “주택 시공 과정에 민간건설사가 참여해 주거 품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복하우스 사업은 사업지구별로 나뉘어 1~7차 분할 발주됐다. 이 가운데 사업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다산지금A5와 하남덕풍이 포함된 4차다. 총 2209가구를 짓는 데 소요되는 돈은 3060억 원(토지비 포함)으로 관급공사 치고는 규모가 큰 사업에 속한다. 공사는 지난 4월 28일 ‘따복하우스 4차 민간참여 공공주택 민간사업자 공모’를 공고하고, 6월 15일 자체 평가를 거쳐 ‘금호산업 컨소시엄’을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다. 당초 경기도는 오는 8월 금호산업 컨소시엄과 공식 협약을 맺고, 연내 사업계획을 승인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최종사업자 선정 보름 만에 공사 고위 간부가 내부 감찰을 받고 보직 해임됐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심의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입찰에 참여한 특정 업체를 배제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금호산업 컨소시엄과 경쟁했던 건설사는 대림산업이다. 대림산업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주택 분야에선 누가 봐도 객관적인 시공능력이 앞서고,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었음에도 대림이 떨어지자 업계 안팎에선 금호 쪽이 ‘무슨 수’를 쓴 것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전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이미 사업자 선정이 끝난 일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공사 측은 “아직 금호산업 컨소시엄과 정식 협약을 맺지 않았고, 사업 승인이 나지 않았다”며 여지를 남겼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오히려 우리가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금호산업은 시공능력평가액 1조 6000억 원 규모로 국내 건설사 중 15위다. 국토교통부가 매년 건설업체의 시공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발표하는 시공능력평가액은 각 건설사가 어느 정도 규모의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즉 금호산업은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5위(평가액 8조 원)인 대림산업에 미치지 못하지만 3000억 원대 공사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다.
경기도 성남 소재 D사 사무실. 강현석 기자
그런데 금호산업은 이번 따복하우스 입찰에 참여하면서 2015년 3월 설립된 신생 건설사인 D 사와 컨소시엄을 맺었다. 사업 지분은 금호산업 51%, D 사 49%로 대등한 수준이다. 즉 3000억 원 규모 사업에서 금호산업의 몫은 1530억 원, D 사의 몫은 1470억 원인 셈이다.
하지만 D 사의 시공능력평가액은 20억 원 수준이며, 따복하우스와 같은 대형 사업을 맡아 진행하기엔 공사 경험이 일천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도 등에 따르면 D 사보다 앞서 따복하우스 사업을 따낸 건설사의 시공능력평가액은 400억~5800억 원 수준(1차는 코오롱글로벌, 2차는 푸르지오서비스 등)이다.
D 사는 사실상 대표 1인 회사로 건설업계 일각에선 정치인 혹은 대기업 오너와 관련된 위장 회사가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첫 법인 등기 주소지가 광주였던 D 사는 수차례 법인명을 바꾼 뒤 경기 성남 한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또 D 사 대표 최 아무개 씨는 최초 경기 수원의 한 아파트를 주소지로 등재했는데 최 씨가 해당 아파트에 실거주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어렵게 접촉한 최 씨는 “지금은 어떤 말도 할 수 없다”고 했다.
공사 측은 “사업 신청자가 컨소시엄일 경우 대표사(금호산업)만 평가한다”며 “공사가 시공능력이 떨어지는 회사를 선정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D 사는 2017년 2월 공사로부터 ‘남양주 다산진건공공주택지구 A-4 블록’ 계약을 컨소시엄 형태로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해당 계약에서 D 사와 컨소시엄을 맺은 곳은 대림그룹 계열사인 삼호다. 대림산업 측은 “지역 건설사를 컨소시엄에 포함시키고, 지분 30% 이상을 넘기면 공사가 입찰 시 가점을 주는 제도를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의 금호산업 관계자는 “입찰 과정에서 경기 지역 건설사를 끼워 넣어야 했고, D 사 수주 실적을 확인해보니 삼호와 컨소시엄을 맺었던 이력이 있어서 검증이 됐다고 판단했다”며 “당시 만에 하나 입찰에서 떨어질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D 사의 컨소시엄 지분율을 늘렸고, 대표(최 씨)도 그렇게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경기도는 공사의 따복하우스 입찰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규명하기 위해 특정 감사에 돌입하고, 지난 7월 28일까지 공사를 상대로 현지 조사를 벌였다. 경기도 감사실 고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조사 종료 후 한 달 이내에 감사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또 특정 감사와 별개로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사 고위 간부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입찰 과정에서 실제 돈이 오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가 위장회사를 앞세워 돈을 만들려고 한 건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