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활성화” vs “도박으로 가정파괴”
S업체가 양평군 용문면에 마권 장외발매소 건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KTX 용문역 정차 비상대책협의회’는 지난 달 30일 개최된 총궐기대회에서 “도박장 유치를 목숨 걸고 막겠다”고 결의했다.
[양평=일요신문] 김현술 기자 = 한때 경기 이천시를 들쑤셔놨던 마권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조성사업이 양평 용문면에 추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마사회법’에 의해 설치할 수 있는 마권 장외발매소란 경마장이 아닌 곳에서 마권을 구입해 중계를 보면서 경마를 즐기는 시설이다. 현재 국내에서 30여개의 장외발매소 중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25개가 집중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15. 4. 한 업체가 이천시 모가·신둔·설성면에 총사업비 600억원의 마권 장외발매소 건립을 추진하다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이 업체는 다음 해인 2016. 장소를 옮겨 이천시 마장면 산업단지 조성부지에 재추진했으나 역시 무산됐다.
이 업체는 이처럼 이천에서 주민반발로 민-민 갈등을 유발하며 마권 장외발매소 조성사업이 실패하자 이번에는 아예 지역을 옮겨 양평 용문면에 유치하겠다고 제안서를 제출했다.
김선교 양평군수는 1일 오후 군청 출입기자단과의 가진 브리핑에서 민간제안사업인 ‘양평 승마공원(가칭)’ 추진 경과를 설명했다.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양평 승마공원(가칭)’은 양평군 용문면 일원(추후 확정) 부지 45,000~55,000㎡에 건축규모 33,000㎡로 추진된다. 총 사업비 600억원을 들여 2019년 완공 계획으로 관람장, 실내외 마장 및 마사, 클럽하우스, 레스토랑, 캠핑장, 공원시설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단, 교육시설 및 핵심 주거지역으로부터 직선거리 500m 이상 이격된 부지만 가능하다.
지난 5. 30. 민간사업자인 S업체로부터 사업제안을 받은 양평군은 6. 14. 양평군의회 사전설명을 거친 후 7. 28. 용문면 주민대표(70여명 참석)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어 8. 4. 여론조사계획을 수립한 후 12일부터 22일까지 주민 500명에 대한 여론조사를 거쳐 28일 완료했다. 여론조사 결과 찬성 48.4%(242명), 반대 29.8%(149명), 잘모름21.8%(109명)로 찬성여론이 높았다. ‘잘 모름’을 제외하면 찬성 61.9%, 반대 38.1%를 보였다.
S업체가 지난 해 이천시 마장면에 마권 장외발매소 건립을 추진하자 이천시초등학부모들이 ‘이천시 도박 경마장 입점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군수는 “공기업인 한국마사회에서 기존의 마권 장외발매소가 갖고 있던 부정적인 이미지를 쇄신하고, 승마산업 활성화와 대중화에 기여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공원형으로 조성하려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유치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 및 지역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추진할 예정”이라면서, “현재 사업유치와 관련해 결정된 사항은 전혀 없다. 지역주민 다수가 사업유치를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용문면에 마권 장외발매소 유치가 추진된다는 소식을 접한 주민 이 아무개(남, 56)씨는 “이천에서 추진하지 못한 화상경마장을 ‘승마공원’으로 그럴싸하게 사업명칭을 바꿔 주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면서, “우리 용문면 주민들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결사적으로 도박장 유치를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KTX 용문역 정차 비상대책협의회 역시 지난 달 30일 용문역 광장에서 개최한 주민 총 궐기대회에서 “승마공원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도박장이 용문역 1㎞ 이내에 들어서려고 하고 있다”면서, “청정 양평에 도박장이 들어서는 것을 목숨 걸고 막겠다”고 밝혔다.
한편, 마권 장외 발매소 설립사업은 군과 의회의 유치동의서를 받고 100명 이상의 주민동의를 얻어 마사회에 신청하면, 마사회의 실사를 거쳐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승인을 받으면 본격화된다.
김현술 기자 ilyo0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