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 훈련 땐 발라드를, 절대 고독 땐 클래식을
기억력을 증진시킬 때, 불안을 해소할 때, 운동 능력을 향상시킬 때 등등 각각의 상황에 맞는 음악을 잘 선택해서 들으면 효과가 배가된다.
# 기억력 증진 : 추억을 되살려주는 노래를 듣는다
과거에 즐겨 들었던 노래는 그 노래를 듣던 때의 시간과 장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런 노래를 들으면 오래된 감정들, 이를테면 로맨틱하거나 슬프거나 기쁘거나 혹은 즐거웠던 감정들이 되살아난다. 음악을 듣는 순간 반사적으로 과거의 그때로 돌아가는 것이다.
음악은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이로 인해 사람을 웃거나 혹은 울게 하기도 하고, 아니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는 오히려 불쾌하게 만들거나 후회가 밀려오게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기억력 감퇴로 고생하고 있는 노인들에게 과거의 애창곡을 들려주면 적지않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먼 옛날 즐겨 들었던 노래를 들으면 자연히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게 되고, 점차 노래 가사를 따라 부르면서 흥얼거리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히 과거의 추억도 이야기하게 된다. 이렇게 음악을 들으면서 지난 수십년 동안의 일들을 하나씩 차례대로 정리하고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 불안감 해소 : 드럼을 치거나 비트박스를 연주한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내면의 속도와 리듬을 갖고 있다. 불안해지면 이런 속도와 리듬에 혼란이 일어난다.
사실 불안은 두려움에 의해 나타나는 반응이다. 다시 말해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하는 본능적인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에너지가 표출되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 나타나는 감정이 불안인 것이다. 이럴 경우 근육은 긴장되기 마련이다. 만일 분노와 같은 두려운 감정이 밖으로 표출되면 타인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단호하게 자기 주장을 표현하는 것과 공격적이 되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후자는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결코 좋은 태도가 아니다.
이렇게 불안이 밀려올 때는 음악이 상당히 도움이 된다. 긴장을 완화하거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특히 드럼이나 비트박스가 효과가 있다. 처음에는 실력이 형편없어서 창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악기는 스스로 배워 나가는 재미가 있다. 특히 손바닥으로 치는 아프리카의 타악기인 젬베는 손과 드럼의 헤드 부분이 손바닥과 직접 맞닿기 때문에 북의 진동을 느낄 수 있고, 이에 따른 심리치료 효과도 있다.
그런가 하면 비트박스의 경우에는 입술, 혀, 목소리를 이용해서 소리를 내는 일종의 성대 타악기이다. 이 역시 신체의 움직임과 소리를 통해 반응하기 때문에 불안감을 야기시키는 근심에서 해방되는 데 도움이 된다.
# 집중력 향상 :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악기를 배운다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하고 주의가 산만할 경우, 가장 좋아하는 음악 목록을 차례대로 들으면 심장 박동수가 안정되면서 외부 소음으로부터 자신을 차단하게 된다. 이때 호흡에 집중을 하면 효과는 더욱 좋다. 이렇게 하면 자기 주변을 돌아보면서 편안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또한 악기를 연주하는 방법을 배우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개선된다. 악기를 배울 때는 보통 먼저 박자를 배우고, 운지법 등을 배우게 된다. 또한 관악기의 경우 바람을 불어넣는 방법을, 그리고 현악기의 경우에는 줄을 묶거나 푸는 동작을 배워나가게 된다. 이런 모든 작업들이 집중력과 연관이 있다.
밴드나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됐다고 상상을 해보라. 이 경우 자신이 연주하는 음악에 집중함과 동시에 어떻게 다른 소리들이 모여 어울리게 되는지를 듣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연히 주변의 돌아가는 상황을 인지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이는 멀티태스킹 연습이기도 하다. 내 음악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주의를 기울이면서 어울리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이는 예측 불가능한 일이 일어날까 하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 운동 능력 향상 : 잔잔한 노래를 부른다
파킨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음악 치료를 하는 데 있어 리듬은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령 환자들로 하여금 걷는 연습을 할 때 조용한 노래를 부르도록 하면 도움이 된다. 환자에게 알맞는 적절한 분위기와 박자의 노래를 들려주면 보폭이 좁거나 발을 끌던 걸음걸이가 정상적으로 바뀐다.
# 기분 전환 :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미국의 작가인 윌리엄 스타이론의 자서전적 소설인 <보이는 어둠: 우울증에 대한 회고>에는 우울증과 싸운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스타이론은 우울증 때문에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우연히 독일의 작곡가인 요하네스 브람스의 음악을 듣게 되고, 결국 마음을 바꾼다. 브람스의 음악이 그의 목숨을 구한 셈이다.
그후 그의 삶은 의미가 있어졌다. 그때 그가 들었던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은 우울하지만 희망을 주는 곡으로, 이 곡에서 스타이론은 위로를 받았다.
혹시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기분이 울적하다면 이는 스트레스나 불안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새벽에 일찍 눈이 떠지는 것도 우울증의 증상일 수 있다. 두려움이나 슬픔, 혹은 외로움 때문에 새벽에 눈이 떠진다면 라디오를 켜라. 라디오를 벗삼으면 외로움이 줄어든다. 이때 음량은 들릴 만큼만 작게 하고,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찾아서 귀를 기울인다. 예를 들어 클래식 FM은 이른 새벽 분위기와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해서 들려준다.
아니면 뉴스 프로그램을 듣는 것도 좋다. 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귀를 기울이다 보면 다시 솔솔 잠이 올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고립된 느낌이 줄어든다.
# 학습 능력 향상 : 악기를 연습한다
악기를 연습하면 언어 능력, 업무 능력, 운동 능력이 향상된다. 이는 오랜 시간의 연습을 통해 연주 실력이 느는 것과 연관이 있다.
가령 컴튼-디킨스 박사는 악기를 다루지 못했던 한 초등학생이 꾸준히 악기를 연습하자 덩달아 학교 성적까지 올라갔던 경우를 예로 들었다. 이 소년은 처음에는 박자감도 형편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악보도 읽을 줄 몰랐다. 하지만 교사의 지도하에 꾸준히 연주 실력을 키워 나갔고, 결국에는 하위권에 머물러 있던 학교 성적까지 상위권으로 올라갔다. 악기를 배우면서 점차 자신감이 생긴 덕분이었다. 또한 악기 연습을 통해 집중력이 높아지고, 사고 능력도 향상됐다.
# 운동 동기 부여 : 145BPM의 빠른 노래를 듣는다
자신에게 맞는 음악 리스트를 만드는 것은 훈련 루틴을 설정하고 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음악을 들으면서 운동을 하면 운동을 더 오래 하게 되며, 통증을 덜 느끼고, 따라서 피로감도 적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선택하고 즐기는 것이 첫걸음이 돼야 한다. 음악을 즐기면 기분이 편안해지고, 이로 인해 운동 능력도 향상된다. 또한 운동이 즐거워지면 이에 따라 통증도 거의 느끼지 못하게 된다.
어떤 사람에게는 가사가 중요할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박자가 중요할 수도 있다. 몸을 움직이도록 부추기는 음악이라면 어떤 것이든 좋다. 자신이 흥이 나는 음악을 선택하면 된다.
지난 30년간 실시된 운동할 때 가장 듣기 좋은 음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적당한 속도로 운동을 할 경우 심박수는 보통 120BPM이었다. 이는 초당 두 박자다. 러닝머신 위에서 운동을 할 경우에는 심박수를 160BPM까지도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145BPM 이후에는 일종의 ‘천장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운동으로 인한 추가적인 이득은 얻을 수 없다. 따라서 심박수를 무리하게 끌어올릴 필요는 없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