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자위대 이미 중국 해군 능가…육상형 이지스 도입하고 수륙기동단 창설 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위대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5월, 미국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가 2017년 세계 군사력 순위를 발표했다. 인구와 육해공 전력, 자원, 국방예산 등 50개 항목을 종합해 산출한 것이라고 한다. 예상대로 1위는 미국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2, 3위에 올랐고 인도가 4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프랑스, 영국, 일본, 터키, 독일, 이탈리아 순이었다. 참고로 한국은 1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세계 군사력 순위(※괄호 안 지수가 0에 가까울수록 군사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1위 미국(0.0891), 2위 러시아(0.0963), 3위 중국(0.0977), 4위 인도(0.1663), 5위 프랑스(0.2001), 6위 영국(0.2198), 7위 일본(0.2227), 8위 터키(0.2614), 9위 독일(0.2634), 10위 이탈리아(0.2772), 11위 한국(0.2804), 23위 북한(0.4327) |
먼저 일본이 7위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순위 지수를 살펴보면 1~3위, 4~7위로 그룹을 나눌 수 있는데 특히 5위 프랑스, 6위 영국, 7위 일본의 차이는 미미하다. 4위 인도의 경우 인구 가산점을 제외하면, 사실상 4위에서 7위는 군사력 차이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 1위부터 6위까지는 모두 핵무기 보유국이다. 다시 말해, 비핵 보유국 중에서는 일본의 군사력이 최강이라는 뜻도 된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일본은 군대를 보유할 수 없다. 2차 대전에서 패배한 일본은 연합국 점령군에 의해 군대가 무장해제당한 이후 헌법상 군대를 갖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의 요구로 경찰예비대가 생겨나더니, 현재는 군대와 다를 바 없는 자위대로 변신했다. 더욱이 아베 정권이 들어선 뒤로는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 언론들은 “조사에서 일본의 군사력 순위가 과소평가됐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순수한 전력만 놓고 봤을 때 일본의 해상자위대가 중국 해군을 능가하며, 항공자위대 역시 전투기 대수로는 중국보다 떨어질지 몰라도 성능이나 전력 면에서는 앞선다”는 지적이다.
미국 CNN 뉴스도 “일본 자위대가 어느 나라와도 맞붙을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베를린자유대학의 코리 월러스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역설적으로 무력을 방어용으로만 규정한 평화헌법이 일본 자위대 군사력을 강화시킨 면도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일본의 잠수함이다.
일본 정부는 1950년대 이후 잠수함 개발에 집중 투자해 성공을 거뒀다. 미국 잠수함은 지상에 있는 적과 싸우기 위한 장거리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는 반면, 일본의 잠수함은 철저히 해상의 일에만 집중하면서 비용절감의 효과를 거뒀다. 덕분에 최고 수준의 소음 능력과 해전에 특화된 잠수함을 개발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CNN은 “많은 전문가들이 일본 해상자위대가 세계 해군 5위 안에 든다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미 육군 지휘참모대학의 존 T. 쿠엔 교수는 “일본이 미국과 긴밀한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와 기술적 지원을 받아 군사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과 미국의 동맹관계는 필승의 조합”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일본은 미쓰비시중공업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기술이 있기 때문에 만약 미국에서 개발된 전투기 F-35 생산을 맡게 될 경우 미국보다 임무수행에 더 적합한 기체로 개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해외 언론의 분석과 달리, 일본에서는 “자국의 방위가 위험하다”는 기사가 봇물을 이룬다. 영토분쟁 중인 중국이 군사력을 확대하고 있는 데다, 최근 고조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일본이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쪽에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일본 경제지 <주간다이아몬드>도 특집기사를 통해 중국과 일본의 군사력 차이를 분석했다. 단순히 병력을 숫자로만 놓고 보자면 중국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중국의 육군 병력은 현재 115만 명. 일본의 육상자위대는 14만 명 정도다. 더욱이 육상자위대는 모병제인 만큼 정원을 채우지 못할 때도 있으며, 약체로 평가받는다. 공표되진 않았지만 “예산 관계로 실탄을 사격할 수 있는 횟수가 비교적 적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15개국 군대가 참여한 ‘2012년 호주 사격대회’에 출전해 꼴찌에서 2번째를 기록하기도 했다. 모델은 독일 육군에서 따왔다.
2017년 일본 방위백서에 따르면, 해상자위대의 경우 호위함 46척, 잠수함 17척, 기뢰함정 25척, 초계함정 6척 등을 포함해 총 134척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훈련은 일본 근해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때때로 미국에서 미사일 실사 훈련을 합동 진행하기도 한다. 특히 대잠수함 작전과 바다 폭탄인 ‘기뢰’ 제거 능력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해군을 모델로 했다.
항공자위대는 일본에서 이름난 엘리트 집단이다. F-15 전투기 201기를 포함해 총 400기를 보유하고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차세대 스텔스전투기로 불리는 F-35A 42대를 더 들여올 예정이다. 비록 실전 경험은 없지만, 미 공군과의 공동 훈련을 통해 착실히 실력을 쌓아왔다. 전투기끼리 맞붙는 공중전 훈련과 일본을 침공한 항공기를 지상에서 미사일로 떨어뜨리는 훈련이 주를 이룬다.
일본은 아베 정권이 들어서면서 방위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북한의 잇단 도발을 빌미로 평화헌법 개정과 군국화 부활을 꿈꾸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내년 일본 방위비 예산액은 사상 최대 규모인 5조 2500억 엔(약 54조 원)이 될 전망이다. 6년 연속 증가이며, 올해 예산안보다 무려 1300억 엔 증가한 수치다. 눈에 띄는 것은 신무기 ‘육상형 이지스 시스템(이지스 어쇼어)’의 도입이다. 이지스함에 탑재된 요격미사일을 지상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구체적인 액수는 연말 예산 편성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내년 3월엔 상륙작전을 전담하는 일본판 해병대 ‘수륙기동단’을 창설하기로 했다. 중국이 센카쿠열도를 점령했을 경우, 즉시 탈환작전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병력은 3000여 명 규모로 수직이착륙기, 수륙양용장갑차, 대전차미사일 등을 갖췄다. 중국 역시 국방비가 10년 사이 3배가 됐다. 올해 중국의 국방비는 사상 처음으로 1조 위안을 돌파, 우리 돈으로 170조 원을 넘었다. 불꽃 튀는 군비 경쟁 및 북한의 도발. 동아시아 정세가 다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