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보는 네 ‘이웃’을 조심하라
▲ 사진은 일본 <주간문춘>에 실린 엽기 살인 사건 관련 기사. | ||
지난 4월 도쿄 고토구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여성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신축 아파트라 내부에는 사각지대 하나 없이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고 현관문에는 자동잠금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감시카메라에 이 여성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은 찍혀있었지만 밖으로 나가는 장면은 없었다. 그녀를 보았다거나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목격자도 없었다.
아무런 단서도 없이 사라진 이 여성의 실종사건은 한 달이 지나도록 진전이 없었으며, 그대로 의문의 실종사건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25일 마침내 사건의 실마리가 드러나면서 실종 사건은 살인 사건으로 결론났다. 범인은 같은 층에 사는 이웃집 남성이었다. 이 사건은 시체를 잘게 토막 내어 변기에 흘려버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열도를 큰 충격으로 빠뜨렸다.
4월 18일 금요일 저녁, 도조 루리카(23)라는 이름의 여성이 집에 돌아온 직후 돌연 사라졌다. 함께 사는 친언니에게 집에 도착했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모습도 감시카메라에 찍혔다.
그러나 한 시간 후에 집에 도착한 언니는 이내 수상한 낌새를 느꼈다. 집안 어디에서도 동생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고 현관과 거실 바닥에 동생이 들고온 듯한 슈퍼마켓 봉투와 동생의 귀걸이가 떨어져 있었다. 현관벽에는 몸싸움을 한 듯한 핏자국이 묻어 있었고 부엌의 과일칼도 사라진 상태였다. 언니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아파트의 감시카메라를 확인한 결과 집밖으로 나가는 모습은 없었다. 경찰은 그녀가 아직 건물 안에 있을 것으로 보고 아파트의 모든 주민들을 대상으로 탐문조사를 실시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단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피해자의 집 현관에서 아파트 주민 중 한 명과 일치하는 지문이 하나 발견됐다.
지문의 주인공은 두 집 건너편에 사는 호시지마 다카노리(33)였다. 경찰은 그를 주거침입 혐의로 체포했다. 사건 초기 아파트의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탐문조사를 할 때 조사를 받았다가 이미 용의선상에서 제외된 인물이었다. 심지어 아파트에 몰려든 보도진 앞에서 태연하게 웃으며 사건이 빨리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이때 도조 루미카는 이미 살해되어 아파트 밖으로 흘러나간(?) 후였다. 호시지마는 체포된 후 그녀를 납치해 살해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용의자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아직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사건 현장인 호시지마의 집에서 약간의 혈흔만 발견됐을 뿐 그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인이 진술했다는 점을 빼면 시체는 물론이고 어떤 흔적도 없었다. 그러나 조사를 계속하는 과정에서 호시지마가 “목을 찔러 살해했다” “코트나 휴대폰 등은 다른 동네 쓰레기장에 버렸다”는 등 범죄 사실을 하나둘씩 이야기하면서 수사에도 진전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건이 일어나기 약 일주일 전 호시지마는 이웃에 사는 도조 루리카를 보고 납치하기로 결심했다. 당시 그는 여성 혼자 사는 집이라고 착각을 해 실종되더라도 신고가 늦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건 당일 호시지마는 현관문을 살짝 열어두고 그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복도를 통해 그녀가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자 곧바로 따라 들어갔다. 그리곤 부엌에 있던 과도로 그녀를 위협하여 자신의 집으로 끌고 왔다.
처음에는 여자를 감금해놓고 성폭행을 일삼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당장 그날 밤부터 경찰이 아파트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조사를 하기 시작하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경찰이 이미 같은 아파트 주민의 범행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를 그대로 집에 두었다간 들통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결국 호시지마는 경찰의 포위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성을 살해하기로 결심했다. 문제는 그녀를 살해한 후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어떻게 시체를 처리하는가였다.
그는 부엌칼을 사용하여 여성을 살해한 후 시체를 잘게 토막 내서 변기에 흘려보내는 끔찍한 방법을 택했다. 머리나 허벅지 등 단단한 뼈는 변기에 넣기 전에 해머로 잘게 부수었다.
호시지마의 진술을 토대로 경찰이 그의 집을 조사한 결과 실종된 도조 루리카의 혈흔을 발견했다. 아파트의 하수도에서 살점이 붙어있는 뼛조각도 발견됐다. 여러 가지 증거가 나타나면서 이번 사건은 호시지마의 소행으로 잠정적인 결론이 난 상태다.
그와 중고등학교를 함께 다녔다는 동창생들은 “그런 학생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있다. 심지어 체포 직전까지 함께 일했던 회사 동료조차 “별로 존재감이 없었다. 있으나 없으나 별로 표시가 나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호시지마는 범행 후 매주 회사 근처의 치과를 다니며 사랑니를 두 개 뽑았다. 하지만 치과 의사도 전혀 이상한 낌새를 챌 수 없었다고 한다. 그 의사는 호시지마에 대해 “언제나 단정한 양복 차림에 매우 예의바른 환자였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다. 이상한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흉악범죄의 급증으로 자국의 언론조차 ‘범죄 열도’라고 인정하는 일본에서도 이번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과 함께 더 이상 집안도 안전하지 않다는 공포를 안겨주고 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