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운 며느리들 “우리라도 뭉치자”
▲ 일본 주간지 <주간 포스트>에 실린 일본 왕족들. 좌로부터 마사코 비, 노부코 비, 나루히토 왕세자, 미카사노미야 왕자. | ||
미카사노미야 노부코 왕자비는 아소 집안의 셋째 딸로 태어났다. 일본에서 초등학교과 중등학교를 마친 후 영국에서도 양가집 자제들만 다니는 유명 여학교에 진학했고, 졸업 후에는 자신이 어릴 때 다니던 유치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1972년 당시 26세였던 마카사노미야 왕자에게 프러포즈를 받았지만 그녀가 16세의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연기했다가 1980년 24세 때 결혼했다. 미카사노미야 왕자와의 사이에 두 딸을 두고 있다.
노부코 비는 뛰어난 살림 솜씨와 패션 센스로도 유명하다. 특히 요리 실력이 뛰어나 1992년에는 영양이 풍부하면서도 경제적인 요리법이 담겨 있는 <사계절의 가정 요리 반찬 80선>이라는 요리책을 낸 적도 있다. 왕족이 일반인들을 위한 요리책을 만드는 것은 극히 드문 일로 당시 큰 화제가 됐다.
한편 ‘수염 왕자’라는 애칭으로 알려져 있는 미카사노미야 왕자는 일본 왕실의 ‘자유인’으로 유명하다. 젊을 때부터 장애인 복지와 스포츠에 흥미가 있어 스포츠를 통한 장애인의 사회 참여에 앞장섰다. 1975년에는 일본 왕실 최초로 라디오의 심야방송 DJ로 출연하는 등 기존의 왕족들과는 달리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한때는 왕족이라는 자신의 신분이 사회적 활동에 장애가 된다고 하여 왕족임을 포기하는 ‘왕족 이탈 선언’을 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한 자신의 저서인 <왕족의 혼잣말> 표지에 한 손에는 술잔을 들고 앉아있는 삽화를 실을 정도로 애주가로 유명하다. 노부코 비 또한 술을 즐겨 애견에게 ‘위스키’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그러나 미카사노미야 왕자는 일곱 번이 넘는 암 수술과 고통스러운 투병 과정을 거치면서 알코올 의존증에 빠지게 됐다. 노부코 비는 몇 번에 걸친 수술과 회복기간을 보내는 동안 미카사노미야 왕자의 곁에서 헌신적으로 간호를 해왔다.
긴 간병 생활에 지친 것인지 노부코 비도 병을 얻게 되어 2004년부터 약 2년 동안 가루이자와에서 요양 생활을 했다. 병명은 위궤양과 갱년기장애. 노부코 비의 요양 생활이 길어지면서 부부 사이의 불화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지금은 다시 궁으로 돌아와 생활하고 있지만 왕실 측근에 따르면 남편의 알코올 중독 때문에 두 사람의 사이가 점점 멀어지게 되면서 지난 2년 동안 사실상 가정 내 별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부코 비는 요양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공적인 자리에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후두암 수술로 성대를 잃어 전자 장치로 목소리를 내며 공무에 임하는 미카사노미야 왕자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또다른 왕실 멤버가 있다. 엄격한 왕실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요양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벌써 5년 가까이 공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는 마사코 왕세자비다.
마사코 비와 노부코 비 사이에는 의외로 공통점이 많다. 외무대신을 지낸 적이 있는 아소 총리를 오빠로 둔 노부코 비와 외무성 관료 집안에서 자라 자신도 외교관의 길을 걸었던 마사코 비는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다. 더구나 두 사람 모두 평민 출신의 왕실 며느리라는 공통점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노부코 비처럼 마사코 비도 일본 왕실의 휴양지가 있는 가루이자와에서 요양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마사코 비는 지난 5년여 동안 가루이자와를 비롯하여 홋카이도 등 여러 곳에서 요양 생활을 해왔다.
이렇듯 서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인지 두 사람은 금방 친해졌다고 한다. 마사코 비가 왕실과 언론에게 비난을 받을 때 노부코 비가 먼저 왕실에 시집을 온 선배로서 여러 가지 충고를 해주는 등 서로 믿고 의지하는 사이가 됐다. 그 이후로 서로 전화 통화나 문자 메시지를 통해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면서 지금은 왕실 내에서 둘도 없는 절친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부부생활이 원만치 않은 노부코 비와 역시 시댁인 왕실과의 관계가 껄끄러운 마사코 비의 절친한 관계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