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없는 분열과 경쟁에 대사회적 영향력 추락
대표적인 것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1924년 창립),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1989년 창립), 한국교회연합(한교연, 2012년 창립)이고, 그 외에도 한국기독교보수교단협의회(한기보협, 1978년 창립), 한국기독교교단협의회(교단협, 1985년 창립) 등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교단 간 연합과 일치를 목적으로 창립된 것이다.
이들 연합단체는 기독교계의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져 있다. 그동안 진보는 ‘교회협’이 대변하고, 보수는 ‘한기총’이 대변해 왔다. 그런데 한기총이 2012년에 분열하면서 한교연이 창립되자 한국교회의 사회적 영향력은 현저한 약화를 초래했다. 이때부터 우리사회의 5분의 1에 이르는 구성원을 가진 한국교회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사진=강춘오 목사
교회협-한기총의 안정적 구도
한국교회의 사회적 영향력의 핵심은 교단 간 연합과 일치를 위한 연합단체의 제 구실에 있다. 300개도 넘는 교단으로 분열한 한국기독교가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한국교회를 대변할 연합단체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그동안엔 진보진영의 교회협과 보수진영의 한기총이 충실히 감당해 왔다. 정부도 교회협과 한기총만 상대하면 되었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먼저 한국기독교의 최초의 연합단체로 출발한 교회협은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인권운동, 노동운동, 통일운동, 복지 문제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매우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특히 늘 약자의 편에서 정의를 외친 교회협의 모습은 거대 권력에 억눌리기만 했던 서민들의 커다란 희망이었다. 교회협의 이런 역할은 성경이 제시하는 교회 본연의 임무이기도 하다.
반면 보수진영의 결집을 목적으로 비교적 뒤늦게 탄생한 한기총은 그간 교회협 위주로 대변되던 한국교회의 모습을 새롭게 탈바꿈 시켰다. 한국교회의 주류를 이루는 보수진영은 한기총을 통해 대대적으로 결집했고, 사회적 현안에 있어 보수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사회의 안정과 통합에 기여했다.
이렇게 구성된 한국교회의 교회협과 한기총의 구도는 매우 안정적이었다. 진보와 보수로 대변된 양 단체는 그 정체성 탓에 서로가 굳이 함께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적대시 하지도 않았다. 여기에 1년에 한번 부활절에는 모두 함께 모여 부활절연합예배를 드리며 한국교회의 하나된 힘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기총의 분열과 연합단체의 혼란
이런 연합단체의 구도는 한기총에서 한교연이 분열하면서 매우 불안정해졌다. 무엇보다 한국교회를 상대해야 하는 정부 당국을 혼란케 했다. 타종교 단체들은 종교전통별로 한 단체만을 상대하면 되었는데, 기독교는 이제 진보측과 보수측 뿐 아니라 한교연이라는 또 다른 단체도 무시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교연이 한기총에서 분열한 만큼 사실 이들 간의 정체성이나 색채가 전혀 다를 게 없었기에, 이런 삼자 구도는 한국교회 입장에서도 불필요함 그 자체였다. 오히려 한기총과 한교연이 자신들이 보수진영의 대표임을 과시하기 위해 불필요한 내부 경쟁으로 상황만 악화시켰다.
여기에 이들이 교계의 대표성을 놓고 경쟁하면서 부활절연합예배를 서로 주최하려 하자, 교단의 교단장들이 교단장협의회를 결성하고 자신들이 부활절연합예배를 주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교단장협의회는 1년 임기의 교단장들의 친목 모임으로 이를 연합단체 범주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교회 주류교단의 교단장들이 함께하고 있는 만큼 사실 언제든 연합단체 구실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새로 결성을 노리는 한국기독교연합회(한기연)가 바로 그런 결과물이다.
하지만 한기연이 새로 탄생한다 하더라도 또 하나의 연합단체의 분열에 불과할 뿐 한국교회가 오랫동안 이어온 교회협-한기총의 양 구도를 대신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예장 합동측과 통합측이 중심 잡아야
한국기독교는 장로교가 70%를 점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한기총은 예장합동과 통합이 주도해 창립되었다. 그런데 이 합동측과 통합측이 한기총을 이탈하여 한국교회 연합단체의 구도를 헷갈리게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사태를 수습하려면 한국기독교의 양대 교단인 예장통합과 예장합동이 나서야 한다. 따라서 합동측은 새로운 단체를 만들 것이 아니라 한기총으로 복귀해야 마땅하다.
여기에 무엇보다 통합측이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해야 한다. 에큐메니칼 교단을 표방해온 통합측은 언제부터인가 진보와 보수 간의 가교역할이라는 그럴듯한 핑계로, 교회협과 한기총에 양다리를 걸치고 활동했으며, 한기총을 분열시켜 한교연을 만들었다. 그러더니 이제는 한기연이라는 또 다른 단체를 만드는데 중심역 할을 하고 있다.
에큐메니칼 진영의 중심축인 통합측이 어느 순간 에큐메니칼에 대한 정체성을 잃고, 저급한 정치색만 짙게 드러내며, 한국교회 연합운동을 자기네 구미에 맞게 주무르려 하는 것은 교단 교권주의에 지나지 않는 행동이다.
그러므로 한국기독교의 에큐메니칼 운동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통합측은 교회협에 매진하고, 합동측은 한기총에 합류하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고 자신들의 교단적 유익만 챙기려 한다면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강춘오 목사 교회연합신문 발행인